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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고양이 목욕시키기

<뭐? 목욕을 하는 날이라고?>


고양이들 목욕시키는 날은 고양이들에게는 충격과 공포의 날이고 나에게는 지치고 힘든 날이다.

내 입장을 보자면 고양이 두마리 목욕시키고 목욕탕 청소까지 하고나면 힘이 쫙빠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10마리씩 키우시는 나비님은 목욕을 어찌시키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대단하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물을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양이들 입장에서보면 싫어하는 물에 온몸을 적셔야하니 그것 또한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원래 우리 집은 고양이들 목욕을 거의 안시킨다. 일단 우리집 녀석들은 밖에 전혀 나가질 않고 집안에서만 생활한다. 그리고 매일매일 그루밍으로 자신의 몸을 알아서 청결하게 만드니까 말이다. 물론 이런 이유보다 우리가 귀찮아서 목욕을 안시키는 이유가 한 90% 는 되지만.

하지만 오늘 문득 보니 콕이의 하얀 털이 회색으로 바뀌어있다. 생각해보니 목욕시킨지 4달이 넘었다. 그래 생각난김에 오늘 녀석들 목욕이나 시키자.


첫번째 타자는 콕이.

<목욕을 앞두고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콕이의 표정. 불안에 가득차서 문을 열어달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목욕하다말고 탈출을 시도하는 콕이>


<물에 빠진 생쥐, 아니 물에 빠진 고양이>

<나름 풍만한 몸매를 자랑하던 콕이. 하지만 물에 젖으니 덩치가 반으로 줄었다. 예전에는 목욕할때 물에 젖어도 살이 많이 쪄서 덩치가 그대로였는데,지금은.. 다이어트 성공인가?>



다음은 보리 차례

<목욕을 앞두고 두려움에 가득찬 보리의 표정. 목욕시키려고 목욕탕에 데리고 들어올때부터 하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보리도 피해갈 수 없은 물에 빠진 고양이 샷. 보리는 물에 젖어도 덩치는 그대로였다. 적나라하게 들어났던 복부비만을 사진으로 찍었어야하는건데>



이번에 목욕은 비교적 수월했다. 예전부터 아이들 목욕시킬때마다 팔이 한개나 두개쯤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목욕탕안에서 목욕하기 싫다고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녀석들 잡고 있어야지. 한손엔 샤워기 들어야지. 샤워기는 또 왜 이렇게 짧은지 녀석들 배랑 엉덩이쪽 좀 닦아주려면 손뿐만 아니라 발까지 이용해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색시가 목욕을 도와줬다. 둘이 같이 하니 이렇게 편할수가. 서로 한쪽씩 잡아서 씻겨주고 닦아주고 하니까 힘도 덜 들뿐더러 시간도 훨씬 적게 걸렸다. 우리는 왜 그동안 같이 고양이 목욕시킬 생각을 못했을까? 둘이 하면 이렇게 편한데 말이야.

고양이들이 목욕을 싫어하는 이유는 물을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목욕할때의 환경이나 분위기가 주는 불안감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목욕하는 동안 고양이들을 달래야할 필요가 있는데 색시는 이걸 나보다 아주 잘해줬다. 고양이들한테 계속 말을 걸어서 안정감을 주고, 목욕하는 동안 계속해서 쓰다듬어주고 칭찬해주고. 그랬더니 녀석들도 좀 안정이 되는지 이번에는 크게 반항하지 않고 목욕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목욕시키면서 고양이들한테 물리지도 않았고, 할퀴지도 않았다. 그동안 날카로워진 녀석들 목욕시키면서 쏟았던 내 피가 얼마던가..


<목욕 후 그루밍에 정신없는 녀석들>



목욕을 마치고 고양이들을 말려줘야하는데, 우리집 녀석들은 드라이기 소리를 너무 싫어한다. 고양이가 드라이기에 친숙해지도록 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시도를 많이 해봤는데 녀석들은 드라이기와 친해질 가능성이 눈꼽만큼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결국 포기. 녀석들 스스로 그루밍을 통해서 말리도록 놔두는 수밖에.

일단 목욕시키기전에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어서 집안을 최대한 따뜻하게 만들어줬다. 목욕하고 나온 고양이들이 춥지 않도록. 그리고 목욕후에 목욕타월도 최대한 닦아주고. 녀석들 목욕타월로 닦아주면 대충 목욕이 끝났다는 걸 알고, 밖으로 나가려고 심하게 발버둥을 치곤하는데 이번에도 색시의 도움으로 구석구석 꼼꼼하게 닦아줄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무한 그루밍 타임.


<그 와중에도 먹는 것을 잊지 않은 콕이>


<사우나를 마치고 나온 듯한 콕이의 표정. 이때만큼은 "니들 마음데로 하세요" 모드다.>



목욕을 끝내고 털까지 대충 말린 녀석들도 피곤했는지 쓰러져서 자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이 순간 고양이 목욕시킨 보람을 찾을 수 있다. 목욕한 직후의 고양이들. 얼마나 북실북실하고 부드러운지. 만지는 느낌이 끝내준다. 평소에는 사람의 터치를 싫어하는 콕이도 이 순간만큼은 정신줄 놓고 모든 것을 허락한다.

우리집 고양이들의 다음 목욕은 언제가 될까? 둘이 같이 목욕을 시키면 수월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으니 앞으로는 목욕하는 텀이 짧아지려나. 글쎄. 우리의 귀차니즘이 고쳐지지 않고서는 그럴일이 없을 것 같은데. 고양이들과 같이 살면서 고양이의 귀차니즘을 많이 닯아버린 우리 커플 덕분에 콕이와 보리 다음 목욕은 아마도 내년 추석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양이를 부탁해]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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