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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브룩 트리플더블 작렬. 썬더 댈러스 잡다

농구 이야기/OKC Thunder

by 폭주천사 2009. 3. 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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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 시티 썬더가 홈에서 댈러스 매버릭스를 98-87 로 잡으면서 3월을 상큼하게 시작했다. 썬더는 15승째.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댈러스에게 고춧가루 제대로 뿌린 한 판이었다.


사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문자 중계를 봐야할까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팀의 에이스 케빈 듀란트가 발목 부상으로 결장중이고, 듀란트가 빠진 지난 두 경기에서 28점, 27점을 쏟아부으며 듀란트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던 제프 그린마저 등 부상으로 빠진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풀전력으로 붙어도 힘겨운 댈러스를 상대로 팀의 원-투 펀치가 모두 빠진 경기. 이건 내가 아무리 썬더 광빠라지만 승리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3쿼터까지 썬더는 훌륭한 수비와 허슬 플레이, 비이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격을 보여주면서 댈러스를 상대로 20점차 리드를 잡아냈다. 4쿼터 댈러스에게 16-2 런을 허용하고 88-84까지 따라잡히면서 다시 한번 역전패의 악몽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이전 경기들과 달리 썬더의 영건들은 침착하게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대어를 잡아냈다. 러셀 웨스트브룩이 경기 조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카일 위버가 댈러스의 추격을 뿌리치는 중요한 득점을 해주면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러셀 웨스트브룩은 이 경기 시작전에 서부컨퍼런스 2월의 신인에 선정되었다.(2월 평균 20.6득점 6.1리바운드 5.9어시스트) 그리고 이어진 경기에서 트리플 더블을 작성하면서 자신의 이달의 루키 선정을 자축했다. 커리어 첫 트리플 더블이고, 이번 루키 클래스 첫 트리플 더블이면서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 프랜차이즈 역사상 첫 트리플 더블이다.

 
웨스트브룩은 그동안 신인왕 경쟁자인 로즈, 메이요에 비해 임팩트가 부족했었다. 하지만 이번 트리플 더블로 웨스트브룩은 자신의 다재다능함을 리그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게다가 로즈와 메이요가 흔히 말하는 "루키 월"에 빠진듯 최근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웨스트브룩은 매달 득점과 어시스트 수치가 증가(11월 12.2득점 4.1어시스트, 12월 15.5득점 5.1어시스트, 1월 16.5득점 5.5어시스트, 2월 20.6득점 5.9어시스트) 하면서 경기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웨스트브룩의 신인상 수상 가능성도 이제 무시 못할정도라고 하겠다.


신인왕 경쟁뿐만 아니라 실제 웨스트브룩의 포인트 가드로서의 능력도 꽤나 발전된 모습이다. 썬더 경기는 근 한달만에 본 것 같은데, 웨스트브룩은 이 경기에서 이제는 제법 포인트 가드의 분위기가 풍겼다. 무엇보다도 이제 볼을 잡고 서두르거나 허둥대는 모습이 많이 없어졌다. 포인트 가드라는 역할에 제법 안정감을 찾은 모습이다.


전에는 일단 닥치고 돌파 이후 꼴아박든, 패스를 주든 하는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탑에서 템포를 조절하고, 패스를 돌리고, 팀 동료들이 오픈될때까지 기다렸다가 좋은 패스를 찔러주는 모습이 더 자주 눈에 띄었다. 이건 같이 뛰는 선수들의 역할과도 관계가 있어보였는데. 타보 세폴로샤나 카일 위버가 볼없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수비를 흐트렸고, 네나드 크리스티치의 영리하게 빈 공간을 잘 찾아들어가는 무브 같은 것들은 웨스트브룩의 운신의 폭을 꽤나 넓혀줬다. 이런식으로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안정을 찾으니 시야도 다시 넓어지고 패싱도 잘 나가고, 자신감도 붙고 선순환이 되는 모습이었다. 2:2 공격을 하면서 상대 수비수 사이로 찢고 들어가면서 수비를 무너뜨리는 모습은 시즌 초에는 절대 볼 수 없는 모습이었는데, 


한때는 웨스트브룩의 포인트 가드로서 잠재력이 못믿어워서, 이녀석을 듀얼가드, 벤치 에이스로 그러니까 피닉스의 발보사 같은 타입으로 키워야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었는데, 짧은 시간동안 이정도 발전을 이뤄낸 걸 보면 확실히 포텐셜이 남다른데가 있다. 최근에 슈팅 밸런스가 좀 무너졌고, 수비에서 스크린 대처가 미숙한 점 등 고칠점은 아직 많지만 웨스트브룩은 아직 19살. 경험을 더 쌓고 이런 발전속도를 유지한다면 좋은 포인트 가드가 될 것 같다.





썬더의 주전 슈팅가드 경쟁을 하고 있는 타보 세폴로샤와 카일 위버. 둘다 너무 잘 데려왔다. 타보를 영입했을때, 웨스트브룩-타보-카일의 숨막히는 코트 압박을 기대하셨던 이웃분들이 많았는데, 실제 경기를 보니 퍼리미터 수비가  끝내줬다. 팔다리가 길쭉길쭉한 녀석들이 발도 빠르고 근성도 있고 수비에 대한 기초가 탄탄하니 댈러스의 베테랑들도 꽤나 버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카일은 패싱레인을 짤라먹는데 귀신같은 재능이 있고, 타보는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헬프 수비의 범위가 넓다. 앞선 수비가 되니 뒷선에서 닉 칼리슨이나 네나드 크리스티치도 과도한 헬프 부담에서 벗어나 노비츠키를 상대로 좋은 수비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공격에서는 둘다 활발한 볼없는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데스먼드 메이슨 부상이후 이렇게 볼없이 열심히 움직이는 선수가 없었던 것 같은데. 타보와 카일은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공간을 열어주고, 찬스를 만들었다. 카일은 베이스라인쪽을 타보는 탑이나 45도에서 컷을 주로 시도하면서 동선도 잘 겹치지 않는 모습이었다. 볼운반도 가능할 정도의 핸들링을 갖추서 웨스트브룩의 부담도 덜어줬고, 패스를 통해서 더 좋은 찬스의 동료를 살리는 법도 알고 있었다. 이날 팀 하이를 기록한 네나드 크리스티치의 26득점의 대부분이 웨스트브룩과 타보, 카일의 패스에 의해서 나온 득점들이었다. 


이밖에 리바운드에도 적극가담하고, 허슬플레이도 좋고, 자신보다 작은 수비수는 포스트업으로 공략하는 영리한 모습도 보여줬고, 약점으로 꼽혔던 슈팅도 개선의 여지가 충분해 보였다. 만약 타보와 카일이 안정적인 3점슛만 장착이 된다면 썬더의 가드진 걱정은 이제 끝이다. 아..얼 와슨이 있었지. 



말릭 로즈가 썬더 유니폼을 입고 첫 출전을 했는데, 나쁘지 않았다.예전 스퍼스에서 보여주던 열혈 흑장미의 모습 그대로였다. 웨이브된 조 스미스가 아쉽긴 하지만 말릭 로즈가 그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로버트 스위프트도 최근에 조금씩 출전시간을 얻고 있는데, 샘 프레스티가 스위프트에 대한 미련이 아무래도 큰 모양이다. 잠깐씩 나와서 보여주는 모습은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긴 하다.



다음 경기는 워싱턴 위저즈와의 홈경기다. 시즌 첫 3연승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게다가 위저즈는 캐런 버틀러도 부상으로 빠지는 것 같고.


그런데 이렇게 이길만한 경기라고 설레발 쳐놓으면 꼭 지더라.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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