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토미 페이지는 내가 제일 처음으로 좋아했던 외국 아이돌 스타였다. 중학교 때였을 것이다. 우리나라 초콜렛 CF에 나왔던 토미 페이지를 처음 봤던 것이. 한 눈에 빠져버렸다고 해야하나.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 달콤한 목소리. 거기에 CF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곡 "I'll Be Your Everything" 까지..
그 당시 친구들은 날 이상하게 봤는데 청순하거나 글래머스한 여배우 혹은 여가수들에게 빠져있었던 친구들과는 달리 "난 남잔데 토미 페이지가 좋소..하악 하악" 모드였으니 그랬을만도 하다. 취향이 남자냐 하면서 장난 걸던 녀석도 있었고.
암튼 토미 페이지에게 필이 온 나는 당장 토미의 테입을 하나 샀는데 아쉽게도 그 테입에는 "I'll Be Your Everything" 이 없었다. 당시에는 노래 제목 알기도 힘들고 그냥 음반점가서 "토미 페이지 주세요" 이렇게 샀는데 음반점 아저씨가 생각없이 토미 1집을 준 것 이었다.
그렇게 나는 토미 페이지의 또 다른 대표곡 "A Shoulder To Cry On"을 접하게 되었다. 1집에는 토미 페이지의 풋풋함이 묻어나는 앨범으로 "I'll Be Your Everything"에 필적하는 발라드 "A Shoulder To Cry On" 뿐만아니라 "A Zillion Kisses" 나 "Turning Me On" 같은 경쾌한 댄스넘버도 꽤나 들을만 앨범이었다.
1집 구입후 또 용돈을 모아서 이번엔 제대로 "I'll Be Your Everything"이 수록된 토미 페이지의 두 번째 앨범 "Paintings In My Mind"를 샀다. 첫곡 "I'll Be Your Everything"은 토미 페이지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빌보드 싱글챠트 넘버 원 곡으로 당시 최고의 아이돌 그룹 뉴키즈 온 더 블록의 멤버들이 작사에 참여했고 백코러스까지 넣어준 아름다운 발라드 곡이다. 2집에는 이 곡 이외에도 달콤한 발라드 넘버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지금도 가끔씩 꺼내어 듣곤한다. 물론 테입이 너무 오래되어서 자주 씹혀서 문제긴 하지만.
토미 페이지에 대한 관심은 딱 여기까지였다. 2집까지. 중학교 졸업할때쯤 친구들을 통해서 접하게된 퀸이나 스콜피언즈 등등의 락 음악을 접하면서 토미 페이지에 대한 관심은 점점 희미해져갔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머리에 온통 건즈 앤 로지즈, 스키드로, 메탈리카, 메가데스, 머틀리 크루 등등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흘러 이제는 액슬 로즈도 세바스찬 바하도 기억에서 멀어져 갈 무렵 우연하게도 토미 페이지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유투브에서 이런 저런 영상을 검색하다가 다시 만난 토미 페이지는 여전히 그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있었다. 벽장에 숨겨놓았던 오래된 비밀상자를 다시 발견한 느낌이랄까? 반가웠다. 첫사랑이 영원히 가슴에 남듯이 첫 아이돌도 그렇게 잊혀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얼마전 토미 페이지의 1집, 2집을 LP로 다시 샀다. 지금 당장은 들을 수 없는 LP였지만 토미 페이지의 앨범은 CD가 아닌 LP로 사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기에는 LP가 제격이기에(물론 LP가 CO의 반값도 안되서이기도 하다.) 방 한켠에 놓인 LP속에 토미 페이지의 옛된 얼굴을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난다. 머뭇머뭇 음반점 앞에서 토미 페이지의 테입을 사던 중학교 꼬마가 떠올라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