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구 이야기/OKC Thunder

꽉 막혔던 포틀랜드 전


이런 경기는 참 짜증난다. 양팀 모두 경기력이 별로라 경기는 재미가 없는데, 점수차는 박빙이다. '그래 경기력이 막장이라도 이기면 장땡이지.' 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봤지만, 진흙탕 싸움 끝에 경기는 결국 패배.내가 아무리 선더 팬이지만  경기를 지켜본 두시간이 이렇게 허무할 수가..



답답했던 공격

"Offense is what killed us tonight," 케빈 듀란트의 이 말한마디는 오늘 선더의 경기를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다.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의 공격은 명절마다 정체현상을 빚는 고속도로 같았다. 그냥 완전히 막혀가지고 이건 뭐 감각이 없어. 선수들은 모두 서있고, 패스는 안돌고, 공격은 단조로운 단발 공격에 그치고. 전에 휴스턴 로켓츠 프리시즌 경기를 보고 룸메이트님이 이렇게 팔팔한 선수들 데려다가 정적인 농구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하셨는데 그런 타입의 경기가 또 나왔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의 수비가 좋았다곤 하지만 이정도까지 답없는 농구를 할 줄이야.

오늘 경기에서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의 답답한 공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 어시스트 6개. 어시스트 리더의 갯수가 6개가 아니라 팀이 기록한 총 어시스트 수가 6개다. 3쿼터까지는 4개였다.

러셀 웨스트브룩이 게임 최다인 23득점을 기록했다. 이게 좋게 볼 것이 아닌 것이, 도대체가 공간이 안나고 공격이 안풀리니 "이런 시밤..쾅!!!" 하면서 혼자서 해결한 거다. 수비 매치업도 만만한 스티브 블레이크고 하니까 말이다. 오늘 유독 볼핸들링도 좋지 않았는데 볼끄는 시간도 늘어나니 턴오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폭풍 9턴오버. 어시스트는 2개. 지난 두경기에서 웨스트브룩은 포인트 가드 같았는데, 오늘 경기에서 웨스트브룩은 루키 시즌 초창기로 돌아간 것 같았다.

케빈 듀란트는 오늘 자신의 커리어에 남을 만한 "Off Night" 이었다. 시즌 첫 두경기에서 모두 20+득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듀란트의 슛감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쉬운 슛을 성공을 못시키는 장면이 많았는데, 오늘 경기는 그 정도가 정말 심했다. 필드골 3/12, 삼점슛 0/5. 16득점. 이정도면 왼손으로 던졌거나 눈감고 던졌거나..수준이다. 매치업 상대였던 마텔 웹스터의 수비가 좋기도 했지만, 듀란트의 슛감이 너무 않좋았다. 경기 시작 후에 4개의 슛을 연달아 놓쳤는데 모두 오픈찬스였다. 3점슛 파울로 얻어낸 3개의 자유투도 한개만 성공시켰고. 볼이 안돌고 움직임이 너무 없어서 3쿼터에는 볼을 거의 만져보지도 못했다. 이러니 슛감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듀란트의 부진은 4쿼터 승부를 가르는 순간에 에이스 대결에서 더 뼈아팠다. 포틀랜드의 에이스 브랜든 로이도 이날 타보 세폴로샤의 수비에 막혀서 만만치 않게 부진했다. 타보의 디나이 수비에 경기내내 고전했던 로이는 승부처에서 직접 볼을 가지고 하프코트를 넘어와서 집중력 있고 공격적인 경기를 보여줬다.선더 수비가 만만치않아서 쉬운 슛을 성공시키진 못했지만 연달아서 파울을 얻어냈고 차곡차곡 점수차를 벌려나갔다. 선더에서는 에이스 듀란트가 맞불을 놔줬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심지어 듀란트는 4쿼터 가비지 타임에 시도한 덩크슛도 실패하는등. 오늘은 정말 최악의 날이었다.

그나마 공격에서 제몫을 해준 것은 19득점의 제프 그린. 하지만 그린의 득점도 1:1득점이 대부분었다.

제임스 하든의 2쿼터 두개의 삼점슛은 주목할만했다. 선더의 몇 안되는 패싱게임에 의한 득점이었는데 하든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특히 두번째 삼점슛에서는 페이크로 수비수를 날리고 원드리블 이후에 깔끔하게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든은 루키임에도 불구하고 코트위에서 침착한 모습을 보여준다. 슛거리 적응에 대한 문제도 없는 것 같고. 다만 오늘 경기에서도 골밑 마무리는 좋지 않았다. 하든을 탑에다 세워놓고 리딩을 하는 장면이 오늘도 나왔는데 팀에서는 하든에게 단순 스팟업 슈터 이상의 것을 바라고 열심히 기회를 주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까진 크게 효과를 보고 있진 못하지만 하든의 적응속도가 꽤 빠르기 때문에 기대를 해볼만하다.



단단했던 수비

이렇게 공격에서 삽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4쿼터 막판까지 접전이었던 것은 순전히 수비 덕분이다.

앞서 말했듯이, 타보 세폴로샤가 포틀랜드 공격의 시작인 브랜든 로이를 잘 봉쇄했다. 로이가 볼을 못잡게하는 디나이 수비와 볼을 잡게 한 후에도 끈질기게 따라다니면서 페이크에 쉽게 속지 않고 로이의 공간을 잡아먹는 수비는 정말 대단했다. 4쿼터 마지막에 로이에게 연달아서 자유투를 내준 것은 아쉬웠지만 그건 브랜든 로이가 정말 잘한거고. 브랜든 로이의 필드골을 5/17로 틀어막은 타보 세폴로샤의 수비는 칭찬해줘야 마땅하다.

선더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운동능력과 신장이 좋고 수비센스가 있어서 스위치를 해도 미스매치가 잘 나질 않는다. 예를 들어 로이와 알드리지의 2:2 상황에서 제프 그린, 타보 세폴로샤가 스위치가 되어도 그린의 압박과 타보의 오버가딩이 좋기때문에 알드리지에게 볼 투입이 잘 되지 않았다. 선수들끼리 수비할때 토킹도 잘되고 있고, 로테이션도 잘 돌아간다. 지난 시즌과 달라진 것이 바로 샷 블로커의 존재인데, 이탄 토마스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네나드 크리스티치도 이 역할을 꽤나 잘해주고 있다. 블록슛으로 인해서 어느정도 돌파에 대한 제어가 이뤄지니까 자연스럽게 퍼리미터에서도 압박이 좋아졌다. 

오늘도 포틀랜드의 필드골 성공률을 40.6%로 틀어막았다. 삼점슛 허용율이 좀 높았는데 이건 스티브 블레이크의 뜬금포 작렬(4/5)이 컸다. 로테이션에서 블레이크는 슬램덩크에 나왔던 "떨어지기만 바랄뿐" 모드였는데 다 집어 넣었다. 얄미운 놈.

선더의 발전한 수비는 각종 수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3경기를 치룬 선더의 평균 실점은 85.0득점. 81.25실점을 하고 있는 보스턴 셀틱스에 이어서 리그에서 두번째로 낮은 평균 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필드골 허용률은 39.4%로 마이애미 히트(38.65%), 보스턴 셀틱스(39.1%)에 이어 세번째로 낮다. 삼점슛 허용률도 29.6%로 6위. 수비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수비 리바운드 부분에서는 평균 35.0개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리바운드 마진에서도 +2.33으로 10위를 기록중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리그의 강팀들과도 경기를 치루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수비스탯으로 선더의 수비를 100%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난 시즌 리그 하위권을 맴돌았던 선더 수비가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지난 시즌에 영입한 론 아담스 코치와 이번 오프 시즌에 영입한 모리스 칙스 코치가 수비에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상대할 팀들은 LA 레이커스, 휴스턴 로켓츠, 올랜도 매직, 선더의 수비가 과연 리그 엘리트 팀들을 상대로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 두고 볼일이다.만약 남은 시즌동안에도 이런 좋은 수비를 계속 유지해준다면 선더가 의외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수비가 탄탄한 팀은 기복을 덜 겪는 법이니 말이다. 

  • Favicon of https://neoroomate.tistory.com BlogIcon Roomate 2009.11.03 02:02 신고

    디트로이트와의 경기를 봤었는데, 2쿼터의 하든은 제 눈엔 네쉬였습니다.ㅋ 개막전 때 공격에선 완전 왕따였던 이탄 토마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그것도 신인이 말이죠. 그때도 필드골 성공률은 1/6이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뛰는 걸 보면 슛 쭘 놓치는 건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 정도로 잘 하더군요. 정말 애 늙은이란 표현이 딱 맞는 거 같습니다.

    오픈 찬스 때 슛이 안 들어가는 경기는 그냥 어쩔 수 없는 거 같습니다. 지더라도 선수들이나 공의 움직임만은 활발하길 바랐는데 선수들 자체도 꽉 막혔었나 보군요.

    웨스트브룩이 빠르고 힘 좋은 가드들에게 약한 블레이크와의 대결이었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겠다 싶은 경기였는데, 막상 경기 결과는 딴 판이었나 보네요.

    • Favicon of https://wwangel.tistory.com BlogIcon 폭주천사 2009.11.08 08:37 신고

      말씀하신대로 제임스 하든은 루키답지 않게 침착한 면을 보여주고 있어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관계없이 기대가 됩니다. ^^

      웨스트브룩은 스티브 블레이크에 비해서는 확실히 우위가 있었는데 자기 공격이상의 것을 만들어내진 못하더군요. 갈길이 먼 것 같습니다.

  • draftnik 2009.11.03 09:44

    전 그래도 어제 경기를 보면서(짜증은 무척 났지만), 아 얘네들이 발전하긴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54승팀을 상대로, 웨스트브룩의 폭풍턴오버와 듀란트의 저질 슛감이 빛을 발하는데도, 점수가 벌어지지 않고 접전을 벌이더군요.

    작년에만 하더라도, 듀란트가 안터지는 날은 볼것도 없이 대패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처럼 보였는데, 점수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끈질기게 따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네요.

    만약에 어제 웨스트브룩의 턴오버가 조금만 줄었거나, 듀란트의 슛감이 조금만 좋았더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듀란트가 계속 삽질하다가도 4쿼터 막판에 조금만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고 봅니다.

    모든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 한 두명이 부진하더라도 접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올리 보다는 한번 리빙스턴을 시험했으면 좋겠는데, 아쉽더군요.

    그리고 다시한번, 세폴로사는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언론 인터뷰 보면 디펜스의 리더로 다른 선수들에게 계속 이야기를 통해서 디펜스를 지휘해주고 있다던데 싸게 잘 잡았다고 보입니다.

    레이커스 전은 가솔이 안나온다면, 세폴로사가 코비를 어느정도 제어해주냐에 따라서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처럼 그냥 지나가는 경기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 Favicon of https://wwangel.tistory.com BlogIcon 폭주천사 2009.11.08 08:39 신고

      지금까지 2연승이후에 3연패이긴 하지만 지난 시즌처럼 일방적으로 패하는 경기들은 없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긴합니다. 젊은 팀이니 패하는 경기더라도 발전된 모습만 보여준다면 감사할따름이죠.

      세폴로샤는 정말정말 잘 잡았습니다. 이거 노예계약이에요. 개인 수비뿐만 아니라 퍼리미터 로테이션에서 확실한 축으로 활약해주고 있습니다.

  • Favicon of http://mlbchoon.net BlogIcon 내일의 춘 2009.11.03 14:38

    올시즌 포틀 경기를 간간히 볼 때마다 마텔 웹스터의 수비에 놀라곤 합니다.
    원체 외곽슛터 이미지가 각인이 되어서 그렇지,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라는 것을 깜빡깜빡하게 되어서 말이죠..ㅋ

    • Favicon of https://wwangel.tistory.com BlogIcon 폭주천사 2009.11.08 08:40 신고

      저도 마텔 웹스터는 외곽슈터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날 수비를 보니 보통은 넘더군요. 부상으로 한시즌을 날린 선수같지 않았습니다.

  • Favicon of http://blog.naver.com/inoue31 BlogIcon 토오루 2009.11.05 23:59

    그래도 수비력이 시즌 초반이지만 좋다라는 것은 시즌의 전망을 밝게 볼 수 있는 이유가 될 거 같습니다.

    세폴로샤의 힘이 큰거 같아요. 웨스트브룩은 킹스전의 포스가 나오지 못하는게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