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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브룩을 어찌해야하나

농구 이야기/OKC Thunder

by 폭주천사 2009. 11. 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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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로켓츠 전을 뒤늦게 봤는데, 한숨 나왔다. 요즘 한숨나오는 경기 많이 본다.

그동안 괜찮았던 수비가 완전히 무너진 경기였다. 어설프게 더블팀가다가 오픈 찬스에서 슛얻어맞고, 로테이션도 안되고 선수들끼리 토킹도 안되어 우왕좌왕, 휴스턴 로켓츠의 패싱 게임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러셀 웨스트브룩은 완전 "Out of Control" 상태에 나사가 하나쯤 빠진 모습이었고, 제프 그린은 자신의 커리어에 남을만한 "Off Night"이었다. (지난 번엔 듀란트가 그러더니만)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케빈 듀란트가 슛감이 올라오고 있다는 점 정도.



웨스트브룩은 폴이 아니다

프리시즌 경기 그리고 새크라멘토 킹스와의 홈 개막전까지만 해도 웨스트브룩이 보여준 포인트 가드로서의 모습은 놀라웠다. 웨스트브룩의 득점력이 죽는 것은 아쉬웠지만, 대신 팀을 이 정도로 조율해준다면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이후의 모습은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에서 정체되어 있는 모습이다.

포인트 가드 역할을 하면서 팀을 전체적으로 운영하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고, 자신의 장점인 운동능력과 돌파를 살린 경기도 나오질 않고 있다. 애초에 웨스트브룩에게 크리스 폴 같은 타입의 정통 포인트 가드 역할을 바라는 것은 무리였을까? 이럴 바에는 데빈 해리스나 토니 파커 스타일의 닥돌형 포인트 가드, 자기 장기를 살려서 키우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것 같은데 말이다.

그동안의 부진이 겹쳐서 자신도 짜증이 났는지 로켓츠 전에서 웨스트브룩의 플레이는 볼호그 1:1 머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33득점 7어시스트. 스탯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닥치고 자기 공격만 보는 웨스트브룩의 플레이는 포인트 가드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였다. 수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웨스트브룩인데 이날은 수비가 귀찮은지, 스크린에 걸리면 대충 스위치해버리고 나몰라라한다. 덕분에 애런 브룩스와 미스매치된 케빈 듀란트만 죽어났지.

3쿼터 막판에 선더가 6점을 몰아넣으면서 흐름을 가져오고 있었다. 한자리 수 점수차로 4쿼터를 맞을 수 있는 기회에서 웨스트브룩이 무리한 돌파로 턴오버를 범했다. 그런데 니가 거기서 심판 쳐다보면서 어슬렁거릴 군번이냐고. 빨리 백코트해서 수비할 생각은 안하고 거기에서 심판한테 파울아니냐고 항의하고 있다. 웨스트브룩이 어슬렁어슬렁 백코트 늦게 하는동안 반대편 코트에서는 랜드리가 속공 레이업+앤드원 자유투를 마무리하면서 점수차는 다시 두자리수.

슛이 안들어가고, 경기 운영이 안좋고, 턴오버가 많고 이런거 다 이해할 수 있다. 이제 2년차고 발전하는 모습 보이고 있으니까.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런데 코트 위에서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고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말 아니다. 같이뛰고 있는 동료들한테 미안하지도 않은가 말이다.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는 과정이 쉽지 않고 짜증도 많이 나겠지만,  스스로 능력을 낭비하진 않았으면 한다.

솔직히 지금 선더는 웨스트브룩의 대안이 없다. 그저 웨스트브룩이 잘하길 비는 수 밖에. 일단 리딩 부담을 좀 덜어주고 자신의 장기인 오프볼 움직임이나 득점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도 좋을 듯한데, 그러면 서브리딩을 해줘야할 선수가 있어야지. 제임스 하든이 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긴한데 아직은 갈길이 멀고, 션 리빙스턴도 좋은 짝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스캇 브룩스 감독은 케빈 올리를 선호한다. 제프 그린이 하이 포스트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좀 더 확실히 해주면 좋을텐데 그린도 아직은 자기 앞가림하느라 정신 없는 것 같고. 기름손 마이키 무어도 한시즌만 있으면 하이포스트에서 A패스를 꽂게 해준다는 새크라멘토 킹스에 연수 좀 보내야할까. 끙.



닉 칼리슨은 여전히 완소남

닉 칼리슨은 이번 시즌 들어 출전시간도 많이 줄어들고 보여지는 스탯도 그다지 눈에 띄진 않는다. 평균 17.2분 출전에 3.8득점 4.4리바운드. 하지만 닉 칼리슨만큼 출전시간대비 효율이 좋은 선더 선수는 없다. 수비, 리바운드, 스크린, 박스 아웃, 허슬. 팀의 궃은 일은 도맡아 하고 있다. 특히 상대팀의 흐름을 끊는 공격자 파울 유도는 경험부족으로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데 어려움을 겪는 선더에게 있어서 정말 큰 자산이다. 선더의 어린 빅맨들은 닉의 플레이를 잘 보고 배웠으면 한다. 닉 칼리슨이 완벽하게 박스를 쳐줬음에도 불구하고 리바운드 흘리는 DJ 화이트는 긴장 좀 하고.



놀라운 휴스턴 로켓츠의 선전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야오밍이 시즌 아웃되고, 트레이시 맥그레디의 복귀가 불투명해지면서, 휴스턴 로켓츠의 분위기는 "드래프트 1번픽 당첨 축하요." 였다. 그런데 시즌을 시작해보니 4승 2패. 포틀랜드, 유타를 잡았고 레이커스와도 연장접전끝에 석패했다. 현재까지 분위기면 드래프트 1번 픽은 고사하고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돌파할 기세다.

로켓츠의 공격을 이끄는 트레버 아리자. 수비전문에 코비가 만들어주는 오픈 3점만 받아먹는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공격력이 좋은 선수였나 싶다. 약점인 슈팅은 이제는 강점으로 변한 것 같고. 닉스 팬들이 처음 아리자를 드래프트하고 "아리쥐랄!!" 하면서 하악대던 포텐셜이 드디어 터지나보다. 수비야 말할 것도 없고, 베티에+아리자 수비 라인은 사기.

꼬꼬마 빅맨 로테이션도 참 대단하다. 6-6의 선발 센터 척 헤이즈. 하지만 낮은 수비자세와 힘으로 포지션을 지켜내는 헤이즈를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7푸터 크리스티치가 포스트업으로 덤벼봤지만 이건 뭐. 루이스 스콜라. 다양한 골밑 스킬을 지녔고 대단히 영리하다. 이런 선수가 상대팀에 있으면 정말 짜증난다. 그리고 칼 랜드리. 폭발적인 운동능력과 득점력을 지닌 벤치 에너자이저. 이녀석도 시애틀시절에 소닉스가 뽑은 선수인데. 뽑아서 남준 녀석들은 왜 이렇게 잘하냔 말이지.

마지막으로 체이스 버딩거. 블레어와 더블어 최대의 스틸픽이 될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맹활약 중이다. 볼 없는 움직임과 슈팅력이야 원래 대단했던 선수고, 좋은 운동능력이 경기중에 잘 발산이 안되는 것이 단점이었는데 지금 경기를 보니 적극적인 돌파와 속공참여에서 한몫을 하고 있다. 평균 17분 출전에 10.6득점 필드골 52.5% 삼점슛 42.1%. 시간대비 엄청난 효율성.

휴스턴 로켓츠는 홈구장인 도요타 센터 밑으로 부상수맥이 흐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부상선수가 많다. 그래서인지 부상선수들을 데리고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로켓츠가 22연승을 달리던 시기에도 팀은 부상으로 정상이 아니었다. 올해도 과연 초반 돌풍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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