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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이야기/NBA

1차전부터 흥미진진하네요


어제 레이커스와 너겟츠 경기도 재미있었는데, 오늘 있었던 클리블랜드와 올랜도의 경기도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하는 명승부였습니다. 역시 컨퍼런스 파이널은 이런 맛이 있어야죠. 각팀의 팬분들은 똥줄이 타시겠지만, 맘 편하게 플레이오프를 즐기고 있는 저는 흐뭇하기만 합니다.


올랜도 매직의 저력을 보여준 1차전이었습니다. 플레이오프 무패 행진을 이어오던 클리블랜드 케버리어스를 난공불락이라는 퀵큰 론스 아레나에서 잡아냈습니다. 그것도 1쿼터를 뒤진 상태에서 이뤄낸 역전승. 7전 4선승제 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는 의미가 크죠. 홈코트 어드벤티지도 뺏어왔구요.


클리블랜드 케버리어스는 올랜도 매직을 맞아 드와잇 하워드에게 줄 건 주고, 대신 매직의 강점인 외곽슛을 봉쇄하는 작전을 들고 나온 듯 했습니다. 드와잇 하워드에게 더블팀을 가지 않고 대신 올랜도 매직 공격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히도 터클루에게 더블팀으로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었죠. 이건 클리블랜드가 애틀란타 호크스와의 시리즈에서도 썼던 수비법입니다. 그때는 조 존슨이 대상이었고, 더블팀 뒤에 돌아가는 로테이션 수비가 환상적으로 이어지면서 호크스를 쉽게 제압했었죠. 클리블랜드의 이 수비는 비교적 성공적이었습니다. 드와잇 하워드에게 많은 득점을 내줬지만, 올랜도의 외곽슛을 차단하면서 전반을 리드할 수 있었죠. 전반까지는요.


공격에서는 르브론 제임스의 1:1에서부터 파생되는 공격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르브론 제임스에게 스트롱 사이드를 만들어주면 거기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사기적인 몸빵과 파워를 바탕으로 한 돌파, 포스트 업. 전반전에는 미들슛과 3점슛까지 터지면서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더블팀을 가면 놀라운 시야와 패싱으로 동료에게 오픈 찬스를 열어줬구요. 바레장이나 딜론테 웨스트는 제임스에게 더블팀이 갔을때 좋은 움직임으로 빈 공간을 찾아들어가면서 쉽게 득점을 올렸습니다. 클리블랜드 케버리어스의 공격 참 유기적이었습니다. 전반까지는요. 


후반에 올랜도의 대응이 좋았습니다. 르브론 제임스에게 타이트하게 맨투맨을 붙고 더블팀은 아니지만 느슨한 지역방어처럼 2선에서 빠른 헬프 수비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어느 정도 제임스의 돌파가 제어되고, 제임스의 부담을 덜어줘야하는 모 윌리엄스와 딜론테 웨스트가 극악의 슛감을 보여주면서 캐버리어스 공격이 빡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반에 보여줬던 유기적인 움직임도 잘 나오지 않았구요. 후반전엔 르브론 제임스가 혼자 볼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며 공격하는 모습이 너무 많이 나왔습니다. 그와중에도 제임스는 놀라운 득점을 몇 번 보여줬지만 비효율적이었죠.


공격에서는 전반에 잠잠했던 올랜도 매직의 외곽슛이 살아났죠. 히도 터클루는 한박자 빠른 볼처리로 클리블랜드의 더블팀을 깨는 모습이었습니다. 직접 볼핸들링을 하면서 라샤드 루이스와 픽 앤 팝, 하워드를 이용한 드라이브 앤 킥 등 슈터들을 잘 살리며 실질적인 포인트 가드 역할을 했습니다. 14어시스트. 히도 터클루가 처음 데뷔했을때, 터키 국대에서는 포인트 가드도 본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정말 그 명성 그대로였습니다. 


라샤드 루이스. 정말 많이 성장했네요. 오늘 승리의 주역이죠. 4쿼터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득점으로 올랜도를 이끌었고 마지막엔 위닝샷을 터뜨리기도 했으니까요. 시애틀에 있을때만해도 라샤드 루이스는 클러치와는 거리가 먼 선수였습니다. 오히려 새가슴에 가까웠죠. 하지만 올랜도의 라샤드 루이스는 위기상황을 즐기는 선수가 된 것 같습니다. 시애틀 시절에 지지부진하던 미들레인지 게임도 이제는 자유자재로 보여주는 것 같고요. 비록 우리 선수는 아니지만, 한때 시애틀 프랜차이즈를 짊어졌던 선수였고, 고액 계약때문에 본의 아니게 욕도 많이 먹지만, 이제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드와잇 하워드는 오늘 30득점 13리바운드로 맹활약했지만 이것보다는 경기외적인 퍼포먼스로 더 인상에 깊게 남았습니다. 이른바 "골대 샷클락 부수기 덩크"요. ㅎㅎ 이거 물어줘야하는건가요? ^^ 다음 경기에서는 백보드 부수기 기대합니다.






1차전을 비록 패했지만 클리블랜드가 이대로 무너질 것 같지 않습니다. 모 윌리엄스와 딜론테 웨스트의 슛감이 시리즈 내내 부진하진 않을테고, 오늘 극악의 부진을 보여준 클리블랜드 벤치도 힘을 내준다면 시리즈 흐름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점프슛 팀인 올랜도 매직도 슛감이 시리즈 내내 좋을리도 없고 말이죠.


하지만 1차전 승리로 인해 이 시리즈도 적어도 6차전까진 갈 것 같습니다. 르브론 제임스를 위한 플레이오프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는데 진정한 NBA 플레이오프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