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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보리가 우리집에 온지 2주가 지났다.

처음에는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지금은 너무 잘 지내서 탈이다. 오늘은 보리 화장실도 치워버리고 콕이 화장실로 통합시켰다. 처음 집에 왔을때 보리가 콕이 화장실에 가질 않아서 따로 화장실을 만들어 줬는데, 언제부터인가 콕이 화장실에만 배설물이 쌓여갔다. 집에 적응하면서 보리도 콕이 화장실을 사용하는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보리 화장실은 치웠다. 화장실 두개 놓기에 베란다가 넓지도 않고, 모래 두박스 사기에 돈도 없고. 해서 하나로 합쳐버렸다.  


처음 보리를 집에 데려올때 가장 걱정했던 것은 기존에 우리집에 있던 콕이랑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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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위가 제일 편하다. 귀차니즘의 상징. 콕이>


콕이는 귀차니즘 고양이다. 사람 손을 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무릎 고양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할까말까? 고양이가 기분 좋으면 낸다는 갸르릉 거리는 소리도 거의 내지 않는다. 자기가 기분이 내켜서 놀고 싶을때 다가와서 애교 잠깐 떠는 것 말고는 애교도 없다. 항상 눈에는 보이지만 손은 닫지않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우리와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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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꼬발랄 하느라 피곤하다. 애교만점 고양이 보리>


반면에 보리는 똥꼬발랄 고양이다. 사람 손을 타는 것을 즐기고, 손만 대면 갸르릉 자동이다. 애교도 얼마나 많은지. 앉아 있으면 무릎에 누워있으면 배나 등에 착착 와서 안긴다. 개도 아닌데 이름을 부르면 달려와서 얼굴을 비벼대고. ㅎㅎ


거기다 보리는 질투가 얼마나 심한지 콕이와 관계된 일은 사사건건 간섭을 하려고 든다. 간만에 콕이가 내 무릎위에 앉아 있으면 보리는 어디선가 달려와서 콕이를 물고 때리고 해서 쫓아버리고 자기가 내 무릎위에 착 앉는다. 밥을 먹을때도 보리는 일단 콕이 밥부터 뺏어 먹는다. 그리고 자기 것은 나중에. 콕이가 갈판으로 손톱을 갈고 있으면 역시 쫓아내고 자기가 갈고, 심지어는 콕이 집까지 자기가 차지하고 들어앉아서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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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이 집을 무단점거하고 취침에 들어간 보리. 못마땅한 표정의 콕이>


신기한 것은 보리가 이렇게 눈꼴 사납게 행동을 해도 콕이는 별 반응이 없다. 밥을 먹을때 보리가 달려들어서 뺏어 먹으면 그냥 먹게 놔두고, 보리가 먹고난 후에 남은 것으로 자기 배를 채운다.


먼저 장난을 거는 쪽도 보리다. 하지만 콕이는 대부분 그냥 피해버리거나 도망쳐버린다. 보리가 끊질기게 따라다니면 아예 냉장고 위로 올라가 버리기도 하고.


콕이가 대인배라서 그런건가? 하긴 3살 콕이에게 이제 7개월된 보리가 하는 짓이 귀엽게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콕이가 그냥 바보라서 당하고 사는 거라면?..흠. 아니면 불임수술 유,무의 차이인가?(콕이는 불임수술을 받은 수컷, 보리는 아직 수술을 안한 수컷) 아무튼 콕이가 너무 당하고 사는 것 같아서 불쌍한 생각도 들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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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게 보이는 그루밍도 보리에겐 레슬링 놀이의 전초전일 뿐>



그래도 전혀 다른 성격의 두마리 고양이가 주는 재미도 각각 다르다.


고양이를 여러마리 키우면 세경우 중에 하나라고 한다. 둘이 서로 죽고 못살거나, 서로 무관심, 서로 죽일듯이 싸우기. 일단 세번째는 아닌 것 같고. 콕이는 서로 무관심 노선을 추구하는 것 같은데, 보리는 서로 죽고 못사는 노선을 추구하는 것 같다.


그래도 가끔 서로 그루밍을 해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기도하고, 시간이 가면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긴 한다.(문제는 서로 그루밍 해주다가 레슬링으로 변한다는 것)


하지만 둘이 친해질 만큼 시간이 있을까? 오늘도 화곡동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는데 보리가 많이 보고 싶으신 모양이다. 보리가 워낙 붙임성이 좋고 애교도 많아서 어머니의 사랑을 둠뿍 받았었는데. 어머니께서 보리한테 정이 많이 드신 모양이다.


불임수술하고 좀 온순해지면 다시 화곡동으로 보내야하는데, 킁..보낼 수 있을까? 나도 이미 보리 애교에 중독된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