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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마치고

사는 이야기/생활

by 폭주천사 2007. 7. 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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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이었던 7월 13일(그리고보니 13일의 금요일이었군.) 이사를 했다. 하지만 이사를 한지 4일이 지났건만 아직도 집정리가 완전하게 끝나지 않았다. 그나마 조금 시간이 남아서 간만에 인터넷에 접속했다. 역시나 블로그에도 간만에 들리고. 인터넷은 금요일에 설치했지만 오랫 앉아서 찌질댈 시간이 없었다.


이사 첫 날

이삿날에 날씨는 좋았다. 아니 오히려 덥기까지 했다. 이사 전날까지 비가왔던 걸 생각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손없는 날이라서 이사하기 좋은 날이라고 하더니 그래서 그런 것 같기도하고. 아무튼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사실 이사 전날까지 내집을 사서 이사간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사전날 잠을 설치고 이삿날 새벽 5시반에 일어난 것으로 보아 나도 괜히 들떠있었던 것 같다.

아침은 대충 빵으로 때우고 나니 8시쯤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도착했다. 남자 3명에 여자 1명. 전문가들 답게 이삿짐을 폭풍처럼 정리했다. 한사람씩 구역을 정해서 각자 짐을 싸고 사다리차로 실어내리고. 손발이 척척맞더니 11시에 짐을 모두 뺄 수 있었다. 집주인은 이사비용만 들고 있으면 된다고 하더니 정말이었다. 오히려 이삿짐 정리하는데 걸리적거리기만해서 와이프와 나는 사다리차 옆에서 잔금 치룰 시간까지 빈둥거리고 있었다.(빈둥거리면서 사다리차가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보트 같다느니하는 농담이나 하면서 말이다.)

아저씨들이 열심히 이삿짐을 싸는 동안 우리는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서 7월까지 썼던 관리비를 정산했다. 하루전에 신청을 했다면 바로 나왔을 것인데 당일에 신청해서 좀 기다려야했다. 관리비 정산하고 주차 스티커 반납하고 퇴거증까지 끊어서 관리소에 맡기고나니 서류적인 문제는 끝났다. 2년간 정이 들었던 햇빛마을 20단지하고는 이제 안녕이네.

전세금을 돌려받고 바로 잔금을 치뤄야했다. 세 집이 하루에 움직이면서 돈계산도 한꺼번에 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대출을 신청한 은행에서도 사람이 오고, 법무사도 오고, 부동산이 북적북적했다. 잔금까지 치루고 집에 가니 이삿짐 센터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짐을 싸는 것도 척척해내더니 짐을 푸는 것도 거의 기계였다. 이런 저런 기본적인 가구배치만 물어보더니 알아서 척척척. 전입신고를 하고 온 와이프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주차등록을 한 이후에는 우리 커플은 또 할 일이 없어서 빈둥빈둥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만화책이라도 빌려서 보는 건데.

대략 4시쯤 이삿짐센터 직원들의 짐 정리가 모두 끝났다. 하지만 그때부터 우리 커플의 이사는 시작이었다. 기본적인 가구배치를 제외한 물건 정리들은 우리가 다시해야하니까. 일을 두 번하니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삿짐 싸고 푸는 거 안하는 것만으로도 이사 편한게 한 건데..이정도는 해줘야지.

하지만 본격적인 짐 정리는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때마침 아버지 어머니께서 오시고, 큰 형 식구들도 와서 저녁을 먹으러 나가야했기 때문에. 그래. 오늘은 쉬고 내일하자. 사실 오늘 하는 일 없이 서있기만 했는데도 너무너무 피곤했다.




이사 둘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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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에다 열심히 영역표시 중인 콕이


새집에서의 첫 날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설레여서? 그건 아니고 콕이가 난리를 쳐서 그랬다. 우리집 고양이 콕이는 낯선 환경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집에 데려가 달라고 그러는지 밤새 야옹거리면서 울어대고 침대위에 올라와서 나를 깨우고 했다. 결국 자다깨다를 수십차례 반복하다 날이 밝았다.

이사 둘째 날은 싱크대 공사로 시작했다. 사실 첫날 짐정리를 못한 이유가 싱크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새로 이사들어오면서 싱크대를 새로 했는데 그 공사가 오늘에서야 가능했기 때문에 식기류등 주방살림들이 널부러져 있어야했다. 싱크대 공사가 시작되고 얼마 안있어 에어컨 설치팀도 도착해서 일을 시작했다. 우리는 결국 싱크대 공사가 끝날때까지 또 빈둥대야했다. 싱크대 공사하면서 먼지가 무척 많이 날렸기 때문에 무엇인가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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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가 없어서 방치되어 있는 주방용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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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완료된 싱크대. 타일도 새로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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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의 싱크대 정리를 도와주고 있는 착한 신랑 폭주천사. 설정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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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 정리를 도와주려는 건지, 방해하려는 건지. 살림살이 점검 중인 콕이


싱크대 공사를 끝내고 나니 벌써 점심때가 훌쩍 넘어 있었다. 일단 점심부터 먹고.

와이프가 싱크대 정리를 시작했고, 나는 베란다 정리를 시작했다. 베란다에는 갈 곳을 잃은 온갖 살림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다시 분류하고 정리하고. 쓸고 닦고. 버릴 것은 버리고. 살릴 것은 살리고. 베란다 정리를 하다보니 창에 블라인드가 모두 망가져있었다. 이런..쉣. 이것도 다시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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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집을 볼때는 넒은 베란다가 맘에 들었는데 이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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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광당한 블라인드. 결국 교체하기로 결정


베란다 정리를 하고나서 신발장 정리를 하려는데 신발장도 장난이 아니다. 전에 살던 사람들이 신발장을 깨끗하게 꾸민답시고 하얀색 시트지를 붙였는데, 그것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너덜너덜 해지고 있었다. 다시 붙여도 붙지도 않고. 시트지를 모두 뜯어내도 끈적끈적해서 보기 싫었다. 결국 고심끝에 신발장도 다시 하기로 결정.

블라인드+신발장에 문에 보조키가 말을 듣질 않는다. 결국 도어록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순식간에 지름신이 왔다 가는구나.

싱크대 정리와 베란다 정리까지 끝내고나니 또 하루가 다 갔다. 아직도 안방과 작은 방 화장실은 시작도 못했는데..


이사 셋째 날.

셋째날은 작은 방 정리부터 시작했다. 작은 방은 책과 시디가 있는 방으로 내가 도맡아서 해야했다. 이삿짐 센터에서는 작은 방에 있던 물건들을 그 장소에 가져다 놓는 것에만 신경을 쓰기때문에 책 정리 시디 정리는 처음부터 다시해야했다. 더블어 방청소도 다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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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와 책들이 뒹굴고 있는 작은 방


큰방은 워낙 큰 가구들이 들어가 있어서 별로 정리할 것이 없었다. 나 혼자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일단 이걸로 방정리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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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장롱+티비+화장대. 더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는 안방


화장실 청소를 해야했지만 청소용품도 하나도 없고. 결국 거실청소를 시작했다. 거실에는 방과 베란다 싱크대 화장실등에서 내다논 쓰레기가 산같이 쌓여있어서 흡사 난지도 같았다. 엄청난 양의 포장비닐의 압박. 거실정리를 끝낸 뒤에는 마트에 가서 필요한 용품들을 샀다. 마트까지 갔다왔더니 몸이 완전히 퍼졌다. 대학때 농활 7일차 8일차쯤 되면 도달하는 몸상태에 가 있었다. 집안 정리가 힘든 것도 있지만 이틀동안 잠을 제대로 못잔 것이 원인인 것 같았다. 결국 마트갔다와서 나는 떡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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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인 거실



한참을 자고 일어났더니 와이프가 화장실청소를 끝내놨다. 화장실은 참으로 난코스였다. 전에 살던 사람들은 화정실 청소를 한 번도 안했는지, 벽에는 물때가 끼고 끼어서 까맣게 곰팡이가 슬어서 냄새가 진동했고 변기에는 노란 오줌자국들이 찌들어서 없어지질 않았다. 그 지저분했던 화장실을 내가 자는 동안 와이프가 팡이제로와 수세미로 모두 제거해냈다. 그리고 화장실 청소하고 와이프도 실신. 그렇게 이사 3일째도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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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축.화장실



이사 넷째 날.

블라인드 설치를 했다. 이건 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금방 끝났다. 블라인드 설치와 함께 베란다 정리도 대충 끝. 목요일 공사를 하는 신발장을 빼면 집 정리는 얼추 끝난 셈이다. 집정리를 마치고 돌아보니 뿌듯하구만.
집안 정리도 대충 끝내고. 새집에서 간만에 분위기 좀 잡아볼까했는데 와이프는 오늘 방학식하고 학교 선생님들이랑 엠티를 가버렸다.

이런 무드도 없는 와이프 같으니라고..


P.S 지금 보니 너무 집에 개판인 사진만 올렸군. 신발장 공사까지 다 마치고 깔끔하게 정리한 사진들도 나중에 한 번 더 올려야겠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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