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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이야기/OKC Thunder

케빈 듀란트의 크리스마스 선물


올해 NBA에서 준비한 크리스마스 매치는 모두 5경기였습니다. 그중 관심을 끈 경기는 아무래도 마이애미 히트와 LA 레이커스의 경기였겠죠. 하지만 의외로 이 경기가 마이애미 히트의 일방적인 경기로 끝이나는 바람에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 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덴버 너겟츠와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의 경기에서 선더의 에이스 케빈 듀란트는 44득점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덴버 너겟츠와의 악연

 

데뷔 이후에, 듀란트에게 덴버 너겟츠는 뭔가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덴버가 단순히 같은 디비전 라이벌이고,  역대 전적에서 2승 10패로 밀리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듀란트의 NBA 데뷔전 상대가 바로 덴버였구요. 이 경기에서 120-103으로 패하면서 듀란트는 프로 커리어를 패배로 시작했습니다. 07~08 시즌에는 연장전 없이 168실점을 하기도 했었고요. 08~09시즌에는 두 경기 연속으로 카멜로 앤써니와 클러치 대결에서 패하기도 했었죠. 2009년 1월 2일 경기에선 종료 2초를 남기고 듀란트가 위냥샷을 성공시키면서 이기는가 싶었는데, 앤써니가 종료 버저비터 3점을 꽂아 넣으면서 경기를 패했죠. 그 다음 경기인 2월 4일 경기에서도 듀란트는 종료 10여초를 남기고 역전골을 성공시켰습니다만, 역시 카멜로 앤써니에게 버져비터를 얻어맞고 114-113으로 패했죠. 그렇기 때문에 케빈 듀란트 본인에게도 그리고 선더 팬들에게도 덴버 너겟츠는 극복해야만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크리스마스 매치. 더더욱 이겨야했죠.

 

 

 

 

 

 

 

케빈 듀란트의 44득점 퍼포먼스

 

크리스마스 매치를 앞두고 SI.com에서는 역대 최고의 크리스마스 퍼포먼스들을 선정했었습니다. 버나드 킹의 61득점. 윌트 채임벌린의 59득점 36리바운드, 릭 베리의 50득점등이 선정되었더군요. 저는 내심 이번 크리스마스 매치에서 듀란트가 50득점을 쏟아부으면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면 좋겠다란 기대를 해봤습니다. 그리고 듀란트는 비록 50득점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대단한 퍼포먼스로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 주었죠.

 

스크린을 타고 돌아나와 캐치 앤 슛으로 경기 첫득점을 올린 케빈 듀란트의 몸은 아주 가벼워 보였습니다. 전반에만 19득점을 올린 듀란트는 50득점에 대한 기대를 하게했습니다. NBA를 대표하는 차세대 득점기계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듀란트지만 아직까지 50+득점을 기록한 적은 없거든요. 그리고 3쿼터에 듀란트는 무려 21득점을 쏟아부으면서 3쿼터까지 40득점을 기록했습니다. 3점슛, 드리블 돌파에 이은 풀업 점퍼, 포스트 업에 이은 턴어라운드 점퍼, 자유투 등등. 득점 방법도 아주 다양했습니다. 특히 3쿼터 중반에 나온 연속 11득점은 선더가 후반에 첫 리드를 잡는데 밑거름이 되었죠. 덴버는 케년 마틴, 애런 아프랄로, J.R스미스, 게리 포브스를 번갈아가면서 듀란트에게 붙였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4쿼터였습니다. 듀란트는 4쿼터에 4득점 밖에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덴버는 듀란트가 볼을 잡으면 더블팀, 트리플 팀을 붙었습니다. 하지만 듀란트는 무리하지 않고 센스있는 패싱으로 오픈된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줬습니다. 듀란트가 4득점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4쿼터에 선더가 너겟츠에 앞선 경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듀란트는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커리어 하이 득점을 경신하거나, 50득점을 기록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하지만 팀이 승리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이죠. 실력과 더블어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멋진 에이스, 케빈 듀란트 입니다.

 

 

화끈한 공격 하지만 부족한 수비

 

덴버 너겟츠와 경기는 서로의 공격력을 마음껏 뽐낸 경기였습니다. 양팀 모두 "수비? 그게 뭐야? 먹는거임?" 이런 모드였는데요. 덴버는 에이스 카멜로 앤써니가 빠졌음에도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보여줬습니다. 1쿼터에는 덴버의 빅맨 네네가 선더 골밑을 초토화 시켰고요. 후반에는 천시 빌럽스와 타이 로슨이 선더 백코트를 허수아비로 만들었습니다. 포스트업과 페이스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힘까지 좋은 네네는 참 막기가 힘들었습니다. 크리스티치는 순발력에서 밀리고, 이바카는 파워에서 밀리고, 네네는 1쿼터에만 13득점을 기록하면서 덴버의 런을 이끌었죠.

 

선더의 프론트 코트가 허약한 것은 뭐, 이해하겠는데, 실망스러운 것은 선더 백코트의 수비력이었습니다. 선더의 주전 백코트 러셀 웨스트브룩-타보 세폴로샤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수비력을 갖췄다고 자부해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경기에서는 두 선수 모두 수비에서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습니다. 세폴로샤는 천시 빌럽스를 전혀 제어하질 못했고, 웨스트브룩은..이녀석이 정말 수비가 좋긴한가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 타이 로슨한테 털렸습니다. 가뜩이나 프론트 코트 수비가 빈약한데 앞선에서도 걸러주질 못하니까, 수비 로테이션 다 무너지고, 내외곽에서 오픈찬스가 너무 쉽게 났습니다. 오늘은 스캇 브룩스 감독도 수비에 대해서 화를 낼 정도였으니까요.

 

선더가 기선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듀란트의 득점쑈도 있었지만, 3쿼터 말미에 덴버의 앤트리 패스를 짤라먹는 수비가 살아났고, 4쿼터에 이바카의 블록슛을 앞세운 골밑 수비가 살아나면서 였습니다. 믿을만한 포스트 업 옵션이 없는 선더가 경기를 수월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수비가 바탕이 되어야합니다. 지난 시즌에 좋았던 수비가 이번 시즌에는 왜 이렇게 정신줄을 자주 놓는지 통 모르겠네요.

 

 

 

 

 

뜨는 제임스 하든, 지는 러셀 웨스트브룩

 

오늘 가장 뜨거웠던 선수는 44득점의 듀란트였습니다만, 제임스 하든의 공격 역시 볼만했습니다. 1쿼터를 34-26으로 뒤진 선더가 2쿼터에 대등하게 경기를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2쿼터 시작과 동시에 14득점을 쏟아부은 제임스 하든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자신의 득점뿐만 아니라 패싱게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서브리딩까지 도맡아서 해줬죠. 장기인 자유투 뽑아내기도 오늘 8개를 얻어내 7개를 성공시켰고요. 4쿼터에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슛을 성공시켰죠. 오늘 21득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로 벤치에서 맹활약을 해줬습니다. 천시 빌럽스에 대한 수비도 나쁘지 않았죠. 제임스 하든의 시즌 평균 득점이 10.4득점이지만 12월 하든의 성적은 13.8득점입니다. 시즌 초반만해도 소포모어 징크스가 아닌가 걱정까지 했습니다만, 지금은 팀에 완전히 녹아들어간 모습입니다.

 

반면에 러셀 웨스트브룩은 전만 못하네요. 사실 웨스트브룩이 시즌 초반에 보여줬던 MVP급 퍼포먼스들(보스턴을 맨손으로 때려잡던..)이 시즌 내내 이어지리라고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시즌 초반 웨스트브룩의 활약은 자신에게 주어진 롤 이상의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갑자기 이렇게 하향세를 타는 것도 좀 의문이네요.  오늘도 19득점에 4어시스트 3스틸이면 나쁜 스탯은 아닙니다만, 경기내에서는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무리한 슛 셀렉션도 많았고, 골밑에서 마무리도 아주 않좋았죠. 에어볼도 여러번 나왔고요. 거기에다 완전 자동문 수비까지. 시즌 초반에 자신만만했던 표정이 아니고 뚱하니 불만에 가득찬 표정이에요.

 

코칭스텝이 웨스트브룩의 역할을 제한한 것인지, 아니면, 하든이 살아나고, 제프 그린이 패싱게임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에 웨스트브룩의 팀내 비중이 줄어들긴 줄어들었어요. 그런데 아직은 웨스트브룩이 줄어든 자신의 역할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해봅니다. 웨스트브룩이 혼자 팀을 들었다 놨다하는 것이 많이 줄은 것은 긍정적입니다만, 웨스트브룩 특유의 폭발력도 같이 줄어든 것 같아서 아쉽네요. 웨스트브룩이 어서 예전의 자신만만했던 웨스트브룩으로 돌아오길 기대해봅니다.

 

 

경기 박스스코어와 그밖에 이모저모

 

카멜로 앤써니가 빠졌지만 덴버 공격력은 여전히 화끈했습니다. 시즌 하이를 30득점을 기록한 천시 빌럽스를 비롯하여 4명의 선수가 두자리수 득점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중요한 한방이 필요한 순간에는 앤써니의 부재가 아쉬웠습니다.

 

지난 3경기에서 12.7득점 8.7리바운드로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닉 칼리슨은 오늘 13분 출전에 그쳤습니다. 주 매치업 상대가 내 외곽을 넘나드는 알 해링턴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닉 칼리슨이 수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네나드 크리스티치가 복귀하면서 이바카는 다시 벤치로 돌아갔습니다. 최근 경기들에서 이바카의 선발 기용이 점점 약빨이 떨어지고 있었죠. 오늘 이바카는 4점 6리바운드 3블록슛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아직은 벤치가 더 어울리는 이바카네요.

 

선더는 앞으로 홈 3연전을 치루는데요. 상대는 댈러스, 뉴저지, 애틀란타 입니다. 쉬운 상대들은 아닙니다만, 1월에 원정경기가 많기 때문에 12월은 깔끔하게 마무리하길 기대해봅니다. 그런데 다음 상대 댈러스는 좀 부담스럽긴하네요.

 

 

 

 


  • Favicon of http://blog.naver.com/inoue31 BlogIcon 토오루 2010.12.27 14:40

    하든 정말 잘하네요. 이제 ASU때 모습을 거의 보여주는거 같습니다. 일단 수비&리딩이 되는 슈팅가드이니, 참 좋네요.

    하든같은 선수가 킹스에 있어야 하는데 -_ㅠ

    • Favicon of https://wwangel.tistory.com BlogIcon 폭주천사 2010.12.31 23:17 신고

      서브 리딩을 담당해주는 부분이 웨스트브룩과 공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수비는 타보 세폴로샤를 넘으려면 좀 더 갈고 닦아야겠지만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