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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의 마력에 빠지다

사는 이야기/생활

by 폭주천사 2009. 11. 2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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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시와 산부인과에 들렸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색시가 마실 탄산수를 사려고 마트에 들렸다.

간단하게 쇼핑을 하고 계산대로 가는데, 색시가 계산대 옆에서 팔고 있는 퍼즐판매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직소퍼즐. 블로그 이웃인 "해웅이"님께서 취미로 퍼즐을 즐기시는데, 해웅이님 포스팅들을 보면서 나도 한 번 해볼까 싶었던 것이다. 색시도 관심이 가는지 이것 저것 둘러본다. '이거 태교에 도움될 것 같은데..'하면서 대화를 나누다가 결국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처음하는 것이니 일단 500조각 짜리(크기 380x520mm)로.

퍼즐의 종류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키스"와 "모자상",  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 세가지 중에 고민하다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모자상(The Three Ages Of Woman)"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구스타프 클림트 작품은 지난 번에 전시회를 갔다와서 친숙했고,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자상"은 태교에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작품의 피부부분이 단색으로 처리되어서 복잡하지 않아 쉬울 것 같기도 했고.



퍼즐의 구성은 간단했다. 퍼즐 조각과 퍼즐을 완성한 후 발라주는 "퍼즐전용유액", 아마도 유액을 발라줄때 이용하는 "스펀지".

그러면 일단 시작.

퍼즐은 어렸을때 맞춰보고 참 오랫만이다. 어렸을때 맞추던 퍼즐은 퍼즐 조각모양대로 그려진 밑판이 있었는데 이 퍼즐은 밑판이 없다. 나중에 보니 퍼즐매트도 따로 있는 것 같고, 퍼즐 크기에 맞게 하드보드지로 밑판을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우리 커플은 처음이라 무대뽀. 그냥 거실에 펼쳐놓고 맞추기 시작했다.




일단 테두리를 먼저 맞춰놓는 것이 편할 듯해서 테두리 먼저 조각들부터 끼워맞춰 골격을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복병 출현.






바로 고양이들이 퍼즐 맞추기에 한몫 끼겠다고 나선 것이다.

보리는 옆에 앉아서 자기도 한조각 끼워보겠다고 거들고 있고, 콕이는 '뭘 이런 걸 앉아서 하고 있냐'는 듯, 맞춰놓은 퍼즐 조각들을 밟고 지나가며 훼방을 놓는 것이다. 이런 일생에 도움이 안되는 녀석들. 하지만 생각해보면 조각조각 수북하게 쌓여있는 퍼즐 조각들은 고양이들에게 유혹의 물건이긴 하다. 

바닥에 펼쳐놓고 퍼즐 맞추려니 허리가 아프기도 했다. 그래서 일단 장소를 옮기고 저녁까지 먹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7시부터 본격적으로 퍼즐 맞추기에 들어갔다. '퍼즐 맞추기하고 선덕여왕 보면 되겠군.' 하는 생각이었다.



일단 작은 상을 내려서 밑판으로 삼고 퍼즐 맞추기를 시작했다. 상 크기가 퍼즐 맞추기를 하기에는 아주 적절한 크기였다. 안성맞춤. 

퍼즐 시작하고 1시간여만에 테두리부분 퍼즐을 완성했다. 이제 안쪽으로 맞춰나가면 금방이라도 퍼즐이 완성될 것 같았다. 하지만 퍼즐이 생각보다 쉽지 았다.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업이었고, 모양에 대한 눈썰미뿐만 아니라 색감에 대한 센스도 어느정도 필요했다. 500조각이나 되는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끼워보면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나 말이다. 이때부터 퍼즐 맞추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또 하나, 퍼즐을 시작할때 잘못 생각했던 것이 바로 색깔이 단조로우면 복잡하지 않아서 맞추기 쉬울 것이란 점이었다. 이건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다양한 색이 섞여있는 부분은 퍼즐의 색깔과 모양을 모두 이용해서 퍼즐을 맞추기가 쉬웠다. 반면에 단색으로 된 부분은 모양으로만 맞춰야해서 어려움이 컸다. 이 작품같은 경우 퍼즐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아이가 어머니에게 안겨있는 부분"은 피부색이 흰색으로 모두 같아서 색감을 힌트로 퍼즐을 맞출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순전히 모양으로만 맞춰야하는 말 그대로 "쌩노가다 부분"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퍼즐은 다양한 색깔이 섞여있는 윗부분부터 맞춰지기 시작했다.

"퍼즐 맞추고 선덕여왕 보면 되겠네"란 애초의 생각은 크게 빗나가기 시작했다. 색시와 나는 "선덕여왕"도 제끼고, "놀러와"까지 제끼면서 퍼즐에 메달렸다. 고양이들 밥시간도 잊어버려서 애꿎은 고양이들이 저녁을 굶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마력이 퍼즐에 있었다. 한조각 한조각 맞아 나갈때의 그 기쁨과 희열. 은근한 중독성이 있었다.

하지만 밤새 퍼즐을 맞추고 있을 순 없는 노릇. 게다가 색깔부분을 대부분 맞추고, 단색부분만 맞추려니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  5시간 넘게 퍼즐판만 노려보고 있었으니 피녹하기도 했고. 퍼즐이 아무리 태교에 좋아도 이런 식으로 무리해서 하면 오히려 색시 건강에 안좋을 것 같아서 일단 중단하기로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밑에 짤방은 미완성 구스타프 클림트의 "모자상".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비워진 부분은 모두 흰색의 피부 부분이다. 



퍼즐 맞추기 이틀째.

색시와 다시 퍼즐판에 둘러 앉았다.



흰색으로 이루어진 부분은 퍼즐 조각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비슷한 모양인 것 같아서 맞춰보면 뭔지 모르게 어색하고, 내가 찾은 조각은 누가 감춰버렸는지 아무리 이조각 저조각을 맞춰넣어봐도 도무지 맞아 떨어지지가 않았다. 결국에는 퍼즐 조각들을 종류별로 비슷한 모양끼리 분류해놓고 퍼즐을 맞췄지만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퍼즐에 진전이 있었던 것은 드넓은 태평양에 외로운 섬처럼 떠있는 희미한 색깔의 퍼즐 조각들이 퍼즐 맞추기의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붉은 색 젖꼭지 부분이나, 아기의 붉은 색 입술, 희미하지만 약간 짙은 색의 팔 선 같은 것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퍼즐을 맞춰나갔다. 


드디어 마지막 퍼즐 한 조각만 남기고 모든 조각들을 채워놓은 순간이 찾아왔다. 이틀간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보기 직전이다. 



드디어 완성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모자상" 퍼즐의 모습이다. 이틀에 걸쳐서 참으로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구나. 마지막 조각을 끼워넣을때의 성취감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맛에 퍼즐을 하는구나.

처음 시도했던 퍼즐인지라 시행착오도 많았고, 시간도 오래걸리고 힘도 많이 들었어는데, 그래서 더 매력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취미 목록에 퍼즐도 추가해야할 것 같다. 생각이 많을때, 머리가 복잡할때 꺼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첫 퍼즐에 너무 진을 빼서 다음에는 조금 더 쉬운 퍼즐을 골라봐야겠다. 그리고 조금 실력이 쌓이면 1000조각짜리 퍼즐에도 도전해봐야지.




이러다가 퍼즐 폐인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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