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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고양이 목줄 조심하세요.

오늘 주문했던 콕이 모래와 사료가 배달되는 날이었다. 3만원이상 무료배송에 맞추기위해서 모래와 사료외에 목걸이도 하나 주문했다. 그동안 콕이는 목걸이 없이 잘 지내고 있었는데 목걸이가 없으니 왠지 길냥이 같고, 또 목걸이를 걸어주면 예쁠 것 같아서 겸사겸사 하나 장만했다.  가죽으로 되어 가운데 방울이 달린, 콕이 털색깔과 잘 어울리는 흰색 목걸이었다. 콕이도 목걸이를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았고. 그렇게 평범하게 하루가 가는 것 같았다.

저녁 먹고 농구중계 보면서 편하게 있는데 갑자기 콕이가 발버둥을 치면서 울어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목걸이가 말려올라가 재갈처럼 입에 물려있었다. 녀석은 그걸 벗으려고 발버둥을 치면서 괴로운듯이 울어대고 있었다. 우리는 깜짝 놀라서 얼른 목걸이를 풀어주려고 했는데 이미 고통스러운 상태의 콕이는 우리의 손길도 위협으로 느끼는지 하악질을 해대면서 거부했다. 어떻게든 잡아보려고 했지만 이빨과 발톱을 세우고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콕이에게 상처만 입을 뿐이었다. 거실에서 괴롭게 뒹굴던 콕이는 우리 손길을 피해서 안방으로 도망갔다.

안방에서도 계속 으르렁거리면 뒹굴던 콕이는 똥,오줌을 싸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자신이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침대밑으로 들어가서 계속 하악질을 해댔다.

콕이가 그렇게 혼자 고통스러워하는 동안 우리 둘은 완전히 패닉상태였다. 얼른 목걸이를 풀어서 녀석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주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 색시가 '냥이네'에 접속해서 집에서 가까운 동물병원, 펫피아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전화를 받은 수의사님은 얼른 병원으로 데려오라고 했다. 애가 너무 난폭하게 굴어서 잡을수가 없다고 하자 눈을 가리고 이불로 덮어서 데려오라고 방법을 알려줬다. 이불로 덮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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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이 구출현장. 이사후에 처음으로 침대를 들어냈다.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이참에 청소까지 싹했다.>



콕이가 숨어있는 안방은 이미 고양이 배설물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침대밑에 있으니 먼저 침대를 다 들어내야했다. 매트리스와 침대구조물들이 꽤 무거웠는데 얼른 콕이를 병원에 데려가야한다는 생각에 침대를 순식간에 들어냈다. 콕이는 계속 으르렁거리고 하악거리고 있었는데 겨우겨우 가벼운 이불로 몸을 말아서 잡을 수 있었다. 다행이도 일단 잡아서 품속에 안으니 으르렁 거리기는 해도 발버둥을 치진 않았다.

색시한테 운전을 맡기고 펫피아로 향했다. 급해죽겠는데 신호등 빨간신호는 왜이리도 긴건지. 펫피아에 도착하자마자 구르듯이 병원안으로 들어갔다. 수의사님이 콕이 상태를 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진정제를 주사해줬다. 진정제를 맞은 콕이는 조금 있다가 조용해졌다.

수의사님이 입에서 목걸이를 풀어냈는데 양쪽 입가가 찢어져서 털이 피에 젖어있었다. 목걸이도 피범벅. 앞발로 목걸이를 벗겨내려고 했는지 그것도 피투성이었다. 정말 속이 상했다. 괜히 목걸이를 채워줘서 아이가 이 고생을 하는구나.

콕이의 찢어진 부분을 봉합하기 위해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오른쪽 입가에 세군데, 왼쪽 입가에 세군데가 찢어졌고 앞발 발톱에서도 출혈이 있었다. 진정제를 맞아 축늘어진 콕이는 봉합수술을 하는데도 죽은듯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복부의 움직임만이 콕이가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봉합을 하면서 수의사님이 콕이가 이렇게 된 원인을 이야기해주셨다. 목걸이를 너무 헐겁게 매줬기 때문에 그루밍을 하다가 목걸이가 말려올라가 입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목걸이는 채워주고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나는 손가락이 세개나 들어갈 정도로 헐겁게 매준 것이었다. 그러니 아이가 그루밍하고 걸리적거리니 벗겨내려고 하다가 이 난리가 난 것이었다. 또 한 번 속이 상했다. 내 잘못으로 콕이가 이렇게 수술대에 누워서 고생을 하고 있으니 너무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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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입가에 콕이 수술받은 부위. 잘생긴 얼굴에 흉터가 남게 생겼다.양쪽 입가에 모두 상처가 있어서 정면에서 보면 배트맨의 악당 '조커'같다.>




15분정도 걸려서 수술은 끝났지만 콕이는 한참을 누워있었다. 이대로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깨어나면 아파서 또 난리를 치지않을까? 이런 저런 걱정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콕이는 조금 있다가 정신이 깨어났다. 수술한 고통때문인지, 아니면 낯선 환경때문인지 으르렁거렸지만 안정을 찾은듯 보였다. 그제서야 우리도 긴장이 좀 풀리고 안도감이 들었다.

일주일 분의 항세제 처방을 받고 병원을 나왔다. 수의사님이 화장실갈때 상처난 앞발에 모래가 묻는 것과 입가의 수술부분을 긁게 되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며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다시 병원을 찾아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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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병원갔다 온 이후에 계속 저렇게 힘없이 앉아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콕이는 토약질을 해댔다. 그것도 무려 4번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토약질을 해대고 힘없이 웅크리고 있는 녀석의 모습을 보니 다시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우리가 난장판이 된 안방을 치우는 동안에도 콕이는 계속 안절부절 자리를 못잡고 서성댔다.

우리가 콕이를 집고양이처럼 보이고 싶다는 생각만 않했어도, 우리가 콕이를 예쁘게 꾸미려고만 안했었어도, 내가 콕이 목걸이를 제대로 채워주기만 했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사람의 욕심때문에 고통받는 것은 주변의 동물 혹은 환경이라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우리 커플은 콕이에게 또 큰 빚을 지고 말았다.



P.S - 콕이 약을 차에 놓고 와서 나갔다오려는데 힘없이 누워있던 콕이가 현관으로 배웅을 나온다. 기특한 녀석. 우리때문에 그 고생을 했는데도...화곡동의 어머니도 정릉에 아버님도 아이낳을때가 되었으니 고양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하지만 이런 녀석을 어떻게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을까? 콕이는 이미 우리 식군데.

P.S 2 - 가까운 곳에 좋은 동물병원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본문에는 콕이 중심으로 쓰느라 빠졌지만 펫피아 수의사님이 정말 친절하게 콕이를 돌봐주셨다. 선생님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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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간다고 아픈몸 이끌고 배웅나온 콕이. 감격에 겨워서 현관에서 한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