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는 현서가 잠을 잘 못이루고 칭얼대는 바람에 세계선수권대회 이틀째 경기는 챙겨보질 못했습니다.


FIBATV에 이틀째 경기 다시보기 업데이트가 되는 동안 첫 날 있었던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기를 찾아 봤습니다. 이 두팀은 멤버들로 보면 여느 NBA팀 못지 않은 스타들이 모여있는 팀들이죠. 현재 NBA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뛰었던 선수들, 지명된 선수들을 모두 합치면 팀의 2/3 정도가 될 정도로 쟁쟁한 선수들이 많죠.


화려한 멤버를 갖춘 두팀이지만 그동안 국제대회 성적은 극과 극을 달렸습니다. 스페인은 2006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베이징 올림픽 준우승, 유로바스켓 2009 우승등 굵직한 대회들을 휩쓸어왔죠. 하지만 프랑스는 좀처럼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스페인은 화려한 로스터를 갖췄고 그에 걸맞는 조직력도 갖추고 있는 팀이었던  반면 프랑스는 그동안 조직력은 찾아볼 수 없고, 선수 개인기량에만 의존한 경기를 펼쳐왔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터키에서 열린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프랑스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네요. 프랑스도 팀플레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시작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수준 높은 조직력을 갖추고 있네요. 지금 프랑스 대표팀을 보면 그동안 팀을 이끌었던 토니 파커가 빠지고, 대신 니콜라스 바텀, 미카엘 젤라발 같은 비이기적이고 팀플레이에 능한 선수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런 것도 프랑스 팀의 조직력이 살아난 이유중에 하나겠죠.

<프랑스의 새로운 해결사 니콜라스 바텀>


경기 이야기를 해보면, 처음에 경기를 리드한 것은 스페인이었습니다. 프랑스는 스페인의 수비를 좀처럼 뚫지 못해서 허둥대는 모습이었고, 팀의 주축인 니콜라스 바텀이 일찌감치 파울 트러블에 걸려서 많은 시간을 뛰지 못했습니다.  스페인은 그 틈을 나바로, 루디 페를난데즈, 펠리페 레이아스 등이 잘 공략해냈죠. 스페인은 1쿼터를 18-9 로 앞서나갔습니다.


프랑스가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수비를 강화하면서였습니다. 이안 마힌미를 투입하여 골밑에 높이를 보강하고, 미카엘 젤라발과 니콜라스 바텀 그리고 신예 포인트 가드 앤드류 알비시를 투입하면서 백코트부터 강한 압박 수비를 시도했습니다. 프랑스의 강한 수비에 스페인도 좀처럼 공격을 풀어나가지 못했습니다


양팀 모두 상대팀의 강한 수비를 뚫지 못하고 경기가 좀 소강상태였는데요. 니콜라스 바텀이 경기 흐름을 프랑스 쪽으로 확 끌어오는 멋진 장면을 연출 합니다.



니콜라스 바텀의 호쾌한 몬스터 덩크 한방으로 프랑스는 흐름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프랑스는 스페인의 공격을 틀어막으면서, 미카엘 젤라발, 앤드류 알비시, 알리 토레오리의 연속 득점으로 전반을 27-28 1점차로 마치게됩니다.


3쿼터에도 양팀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스페인이 마크 가솔을 중심으로 골밑을 공략하면 프랑스는 이안 마힌미를 마크 가솔에게 붙여서 공격을 봉쇄했습니다. 나바로와 페르난데즈의 3점슛으로 스페인이 달아나면 프랑스는 야닉 보콜로와 알란 코피의 2:2 플레이로 따라붙었습니다. 그렇게 3쿼터도 동점으로 끝났습니다.


스퍼스 팬들에게는 애증의 선수인 이안 마힌미는 이날 골밑에서 마크 가솔을 잘 봉쇄하면 대단한 수비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야닉 보콜로는 시야가 많이 좋아지고 이기적인 마인드도 많이 없어졌더군요. 예전에는 머리에 슛만 가득찬 포인트 가드 탈을 쓴 슈팅가드였는데, 이 경기에서는 돌파 후에 킥 아웃 패스로 동료들을 살려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원래 운동능력은 알아주는 선수였으니까요.


4쿼터에도 양팀은 접전을 펼쳤고 승부는 경기 막판에 가서 갈렸습니다. 프랑스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른 니콜라스 바텀이 자유투 2개와 삼점슛 하나를 터뜨리면서 프랑스에 58-53 리드를 안겼습니다. 반면에 스페인은 마크 가솔, 루디 페르난데즈, 펠리페 레이어스가 6개의 자유투 중 5개를 놓치면서 추격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거기다가 루디 페르난데즈는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으면서, 경기 분위기가 급격하게 프랑스로 넘어갔습니다. 페를난데즈의 파울과 테크니컬 파울, 공격권까지 얻은 프랑스는 자유투 3개와 젤라발의 득점까지 보태면서 경기는 순식간에 11점차가 되었습니다.


스페인은 풀코트 프레스와 파울 작전, 그리고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의 미칠듯한 연속 삼점슛으로 끝까지 역전을 노렸습니다만 프랑스의 신예 앤드류 알비시가 파울 작전으로 얻어낸 자유투를 꼬박꼬박 넣어주면서 결국 72-66으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프랑스로서는 디팬딩 챔피언을 격파하는 의미있는 승리를 거둔 셈이었죠.
 

< 경기에서 명암이 엇갈린 루디 페르난데즈와 미카엘 젤라발>

프랑스에서는 니콜라스 바텀이 고비때마다 득점을 터뜨리면서 14득점으로 활약을 했습니다. 미카엘 젤라발은 벤치에서 출전하여 나바로, 페르난데즈를 봉쇄하는 좋은 수비를 보여줬고, 공격에서는 부지런히 오픈찬스를 찾아다니며 16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신예 앤드류 알비시도 리키 루비오에 대한 수비가 좋았습니다. 이 선수는 코트 압박이 아주 좋았습니다. 다만 아직 어린 선수인지라 갑작스러운 스페인의 더블팀이나 풀코트 프레스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만, 이날 활약은 그런 실수를 덮고도 남는 것이었습니다.


스페인은 챔피언팀 답지 않게 4쿼터 마무리가 너무 않좋았습니다. 팀의 주포인 루디 페르난데즈와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가 프랑스 수비에 고전한 것도 컸고요. 전체적으로 팀 수비는 괜찮았습니다만, 결정적인 순간에 베테랑 팀 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스페인에게는 개막전 패배가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겠죠. 


이제 어제 있었던 미국과 슬로베니아 경기가 떴는지 가봐야겠네요. ^^






FIBA 월드챔피언십이 어제 터키에서 개막했습니다.


개막전은 그리스와 중국, 리투아니아와 뉴질랜드 경기였는데요. 저는 중국과 그리스의 경기를 봤습니다. 방금 경기가 끝났는데요. 그리스가 중국을 89대 81로 꺾으면서 개막전에서 승리했습니다. 그리스가 승리를 하긴 했습니다만 꽤나 고전한 경기였습니다. 


<26득점 14리바운드로 맹활약한 중국의 이 첸리엔>


중국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팀입니다만, 팀의 핵심인 야오밍이 빠졌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막전에서 유럽의 강호 그리스를 맞아 아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중국은 경기내내 지역방어를 사용했습니다. 1쿼터 초반에 그리스의 3점슛이 성공률이 좋아서 경기 리드를 내줬습니다만, 그리스의 3점슛 성공률이 2쿼터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지역방어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페인트 존을 철저하게 방어하면서 그리스의 돌파를 막아냈고, 리바운드 단속을 철저하게 하면서 경기를 박빙으로 밀고 갔습니다.


공격에서는 이첸리엔-왕지지-왕쉬펑으로 이어지는 프론트 라인의 높이가 아주 위력적이었습니다.특히 이첸리엔은 왕지지와 하이 앤 로 공격을 비롯하여 골밑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26득점 14리바운드를 쏟아붓는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NBA에서는 "너무 외곽에서만 논다", "7푸터 3점슈터다"란 평가를 듣는 이첸리엔입니다만, 이날 만큼은 야오밍의 골밑 공백을 메우려는듯 아주 적극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리바운드에도 적극 가담했고요. 왕지지(15득점), 왕쉬펑(13득점)도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좋은 공격력을 보여줬습니다. 지역방어와 이 세선수의 활약을 앞세워 중국은 4쿼터에 경기를 역전하기도 했죠.


그리스는 중국의 지역방어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진 못했습니다. 너무 3점슛에만 의존한 공격을 펼쳤죠. 3점슛 시도 갯수가 2점슛 시도 갯수보다 무려 10개나 많았으니 말다했죠. 그래서 3점슛이 들어가면 달아나고, 3점슛 성공률이 떨어지면 따라잡히는 경기 양상이 반복되었습니다. 압박수비는 좋았습니다만, 높이를 앞세운 중국의 공격에 고전하는 모습이었죠.


승부가 갈린 것은 4쿼터 중국이 경기를 뒤집은 직후였습니다. 이첸리엔의 자유투 득점으로 경기를 뒤집은 중국은 이후에 경기 운영에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경기를 역전시킨 후에 너무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중국 가드진은 정말 한숨나오게 하더군요. 류웨이는 성급한 공격으로 경기 흐름을 끊어 먹었고, 순 유에는 15득점을 기록하면서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4쿼터에 시야가 닫힌 것 같았습니다. 신나게 꼴아박더군요. 특히 종료 2분을 남기고 81-79로 2점 뒤진 상황에서 두번의 성급한 공격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줬습니다. 유슈롱은 나와서 혼자 드리블만 하나가 들어갔고요. 전체적으로 중국 가드진은 팀의 장점인 프론트 코트를 전혀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그리스 골밑을 폭격하다 시피한 이첸리엔은 클러치 타임이었던 4쿼터 말미에는 볼을 거의 만져보질 못했습니다. 왕지지도 마찬가지였고요.


반면 그리스는 답답했던 공격을 니코스 지시스가 뚫어주면서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지시스는 역전당한 순간부터 8득점을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그리스를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바시리스 스페뇰리스가 노련한 경기 운영을 하며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흐름이 그리스로 넘어가면서 중국은 그때까지 잘 해왔던 리바운드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는등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4쿼터막판에 턴오버가 쏟아졌고요. 베테랑 팀인 그리스와 비교적 젊은 팀인 중국의 클러치 상황에서 대처능력 차이가 결국 승패를 갈랐다고 보여졌습니다.

<그리스를 위기에서 구해낸 니코스 지시스>


그 밖에 어제 본 경기를 몇 자 적어보면,


아시아 팀들의 선전이 눈에 띄었습니다. 요르단은 강호 호주와 경기내내 접전을 펼쳤습니다. 요르단은 경기 종료 30초전까지 경기를 앞서고 있었습니다만 호주의 데이빗 앤더슨에게 자유투를 내주면서 76-75로 한점차 아쉬운 패배를 당했습니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죠.


레바논은 다크호스로 꼽히던 캐나다를 81-71로 꺾으면서 아시아국가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포워드로 꼽히는 파디 엘 카티브가 31득점을 쏟아부으면서 이름값을 했고요. 포인트 가드 로니 파헤드가 4쿼터에 좋은 경기 운영을 보여줬습니다. 캐나다는 4쿼터에 팀을 이끌어 줄 선수가 없어 보였습니다. 클러치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앤디 라우틴스에 대한 평가가 좋아서 기대를 했었는데, 4쿼터에 파울 트러블로 별다른 활약이 없었네요.


러시아와 푸에토리코 경기도 1,4쿼터를 봤는데요. 러시아가 75-66으로 승리했습니다. 다음 시즌 뉴욕 닉스에서 뛰게될 티모에프 모그조프의 움직임이 괜찮았습니다. 푸에토리코는 카를로스 아로요가 부상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갑갑하게 되었습니다.푸에토리코는 이미 대회 시작 전에 몇몇 선수들이 팀내 역할에 불만을 품고 팀을 떠나기도 했었죠.


미국과 크로아티아 경기는 전반만 봤는데요. 전반만 봐도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미국은 1쿼터에 크로아티아의 조직력에 고생을 하긴 했습니다만 2쿼터부터는 압박수비가 살아나면서 경기를 리드해나갔습니다. 그리고 2쿼터 중반에 에릭 고든의 3점슛 2방, 루디 게이의 3점슛 한방으로 순식간에 점수차를 벌렸죠. 사실상 20점차 이상이 나면서 여기에서 경기 끝이었습니다. 106-78 미국 승. 크로아티아에서는 센터인 안테 토미치가 눈에 띄더군요. 확실히 예전에 삐쩍 마른 몸보다는 근육도 많이 붙었고 골밑에서 파워도 좋아진 것으로 보였습니다.


미국-크로아티아 경기가 대략 새벽 3시에 끝나서 뒤에 경기들은 챙기지 못했는데요. 일어나서 보니 프랑스가 디팬딩 챔피언 스페인을 잡았네요. 이것도 업셋이라면 업셋이네요. 박스 스코어를 보니 반가운 이름이 있습니다. 미카엘 젤라발. 이 선수 시애틀에서 뛰었던 선수죠. 수비 좋고 팀 플레이에 능해서 기대했던 선수였는데, 루키 계약이 끝날때쯤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해서 결국 NBA를 떠났거든요. 이날 경기에서 16득점으로 팀 최다 득점을 기록했는데, 부활한 모습을 보니 반갑습니다. 이 경기 다시 보고 싶은데, FIBA TV에 다시 보기가 아직 뜨질 않네요.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밖에 세르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등 강팀들이 1차전을 무난하게 승리하면서 세계선수권 대회 첫날이 흥미진진하게 지나갔습니다.


오늘 경기들도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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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슈만 - As U.S. trims roster, speed and athleticism take precedence


프랑스 대표팀과 평가전을 앞두고 제프 그린과 자베일 맥기가 로스터에서 탈락하면서 미국 농구 대표팀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재 로스터에는 13명이 남아있고 마지막 탈락 선수 한 명만을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제프 그린 같은 경우는 아쉽지만 탈락이 예상이 되었던 부분이죠. 대표팀에서 3,4번 트위너 역할을 맡아야할 제프 그린이지만 경쟁해야하는 상대가 대니 그레인저나 루디 게이, (듀란트는 넘사벽이니까요) 라면 밀리는 것이 사실이죠. 그렇다고 그린이 부족한 사이즈를 채워줄 선수도 아니고 말이죠. 15인 로스터에 들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자베일 맥기는 미국 대표팀의 사이즈 문제 때문에 웬만하면 데려갈 줄 알았는데, 탈락했습니다. 맥기가 빠지면서 미국 국가대표팀에 센터는 타이슨 챈들러 하나 밖에 남질 않았습니다.


사이즈에서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데요.


미국 국가대표팀은 사이즈 문제를 스피드와 운동능력,  강한 압박 수비로 극복한다는 방침을 새운 것으로 보입니다. 속공과 점퍼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갈 것으로 보이는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ESPN의 크리스 세리던은 "B-deem Team" 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딱히 반박할 수가 없네요. 에이스 케빈 듀란트와 베테랑 리더 천시 빌럽스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것 같습니다.


저는 올림픽이나 월드챔피언십 같은 국제대회에서는 미국팀보다는 주로 유럽팀들을 응원했습니다.(우리나라가 국제대회 못나간 것이 도대체 몇 년인지..) 개인기량이나 운동능력을 주로 하는 미국팀 경기는 NBA에서 많이 봐왔기 때문에 팀플레이 중심의 유럽농구를 더 즐기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이번에 터키에서 열리는 월드챔피언십에서는 미국팀을 응원해야할 것 같습니다. 케빈 듀란트와 러셀 웨스트브룩이 뛰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이번 미국팀이 워낙 평가가 안좋다보니 나라도 응원해줘야겠다란 생각이 절로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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