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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이게 경험의 차이, 관록의 차이라는 것인가

농구 이야기/WKBL

by 폭주천사 2008. 3. 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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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과 금호생명의 플레이오프 2차전도 1차전과 판박이 결과가 나왔다. 전반전은 금호생명이 앞섰지만 후반전들어 삼성생명이 역전하고나서 바로 재역전 없이 경기 끝.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과 플레이오프 풋사과들의 차이가 확연하게 들어나는 경기였다.


1쿼터 27-13 스코어만 봐도 경기초반은 금호생명의 분위기였다. 신정자의 포스트업에 이은 턴어라운드 점프샷이 연달아 적중하면서 초반 승기를 잡은 금호생명은 리바운드의 우위를 앞세워 1쿼터를 쉽게 풀어나갔다. 선수들의 움직임도 좋았다. 이경은, 이언주, 정미란등이 계속 움직이면서 골밑으로 컷인을 노렸고 하이 포스트에서 신정자가 이 선수들을 놓치지 않고 멋진 패스들을 찔러줬다. 여기에 장신센터 강지숙이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풋백까지 연달아 성공시켰고, 포인트 가드 이경은의 움직임도 좋았다. 1쿼터는 완전히 금호생명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역방어가 허용되는 2쿼터부터 분위기가 급반전되었다. 삼성생명의 장기인 수비가 살아나면서 금호생명 선수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삼성생명 정덕화 감독은 지역수비와 대인수비를 적절하게 섞어 금호생명의 공격을 봉쇄했고, 이미선은 금호생명 공격의 시작인 이경은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주도권을 가져왔다.


금호생명은 정규시즌에도 지역방어에 취약했었다. 후반 라운드로 가면서 지역방어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이날 삼성생명의 지역방어에는 아무런 대응을 못했다. 볼은 외곽에서만 돌다가 무리한 슛으로 이어졌고, 패스도 원할하지 않았다.그리고 삼성생명의 수비에 의해 공격이 꼬이기 시작하자 젊은 금호생명 선수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1쿼터에 원할했던 패스게임이나 수비, 자신감 넘치고 화이팅 넘치는 모습들이 2쿼터 중반부터는 전혀 나오질 않았다.


금호생명의 이상윤 감독이 그런 선수들을 다잡기 위해서 소리지르며 혼내도 보고 달래서 얼르기도 하고, 애쓰는 모습이었는데 한 번 집중력이 흐트러진 금호생명 선수들의 플레이는 살아나지 않았다. 감독이 여러가지 패턴을 지시해도 코트에 나가면 강지숙, 정미란의 포스트업 밖에 수행할 수 있는 작전이 없었고, 이나마도 이날 전투적인 골밑 움직임을 보여준 이종애와 나에스더에게 번번히 막혔다. 1쿼터에 27득점을 올렸던 금호생명은 2,3,4쿼터 합쳐서 33득점밖에 하지 못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어려울때는 수비부터 시작하라는 말을 잘 실천했다. 지역방어와 대인방어의 적절할 조화, 효과적인 더블팀. 이미선, 변연하의 강력한 프레스등등. 일단 삼성생명의 수비가 발동이 걸리기 시작하니 공격은 저절로 풀렸다. 삼성생명의 강력한 수비에 막혀 금호생명은 연달아서 실책을 저질렀다. 특히 금호생명 가드진은 이미선과 변연하에게 무려 6개의 스틸을 내줬고 이것은 고스란히 쉬운 속공으로 이어져 삼성이 기세를 타는데 기폭제가 되었다.


이날 삼성생명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해준 선수는 변연하. 7라운드 들어서 슛감이 않좋았던 변연하는 이날 삼점슛 5개 포함 29득점 7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에이스의 부활을 알렸다.


변연하 이외에 또 수훈선수를 꼽자면 이종애와 나에스더. 두 선수는 열세로 평가되던 골밑대결에서 금호생명에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종애는 자신보다 키도 크고 웨이트도 좋은 강지숙을 상대로 거친 몸싸움과 교묘하게 신경을 긁는 수비들을 보여줬고, 나에스더 역시 신정자, 정미란을 상대로 궃은 일을 도맡아하는 블루컬러워커로서 팀 승리에 기여했다. 두 선수 모두 공격에서는 변연하, 박정은에게 완벽한 스크린으로 오픈찬스를 만들어줬고, 이종애는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16득점을 기록하여 삼성생명의 변연하-이미선-박정은의 득점 부담을 덜어줬다.


처음 삼성생명과 금호생명의 경기는 5차전까지 가는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금호생명의 상승세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2위팀이지만 쉽지 않을 경기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로 경험의 차이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큰 경기에서 제몫을 해주는 삼성생명의 변연하, 이종애, 이미선등과는 달리 금호생명의 젊은 선수들은 갈피를 못잡는 모습이다.


젊은 팀은 상승세를 타면 무섭지만,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또 무섭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팀내는 이럴때 선수들을 이끌어줄 베테랑도 없어보인다. 캡틴 신정자는 아직도 한 팀을 이끌 리더로는 부족한 것 같고. 정미란 역시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잘해주고 있는 선수이긴 하지만 아직 중요한 순간에 한 방을 해줄 에이스로서는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 경기 모두 앞서나가다가 후반에 역전패한 금호생명은 확실히 흔들리고 있다. 반면 삼성생명은 경기를 거듭할 수록 탄탄해지는 모습이다. 어쩌면 구리에서 열리는 3차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상윤 감독이 시리즈를 반전시킬 수 있는 묘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하지만 1,2차전을 통해서 나타난 경험의 차이, 관록의 차이라는 벽은 쉽게 넘기 힘들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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