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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여행

[여행] 명성산에 오르다.

다가온 새해를 힘차게 시작하기 위해서 1월 1일에 산행을 계획했었다. 시간을 많이 못내는 관계로 당일치기+별로 힘들지 않은 등산+그럼에도 불구하고 볼꺼리가 많은 산을 찾아봤는데 당첨된 곳이 포천에 있는 명성산이었다.

집에서도 그다지 멀지 않은 명성산은 10월달에 억새축제가 열릴 정도로 억새군락이 잘 형성되어 있는 곳이라고 했다. 지금은 1월이라 억새꽃이 떨어졌겠지만 억새밭은 또 억새밭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지 않을까?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출발하려 했으나 둘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10시가 다되어서야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아침은 근처 김밥집에서 김밥사서 차안에서 때우고.

약 1시간 반정도 차를 몰아서 산정호수에 도착했다. 확실히 네비게이션이 있으니 다니기가 편했다. 않그랬으면 이렇게 빨리 도착하지 못했을텐데.

전날까지 날씨가 따뜻했었는데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고, 날씨도 꽤나 쌀쌀했다. 우리 커플은 지난 가을에 샀던 등산복을 위아래로 빼입고 등산준비를 했다. 원래 가을에 단풍구경갈때 입는다고 홈쇼핑에서 샀던 등산복인데 시간이 없어서 가진 못하고 옷장안에 쳐박혀 있었는데 오늘 개시를 하는 날이었다. 새옷을 입고 뛰어보자.팔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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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산을 오르는 코스는 여러가지 코스가 있었는데 우리는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무난한 코스를 선택했다. 떠나기 전 네이버 지식즐에서 알아본 결과 4~6세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오를수 있는 코스라고 했으니 그다지 힘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면서.

우리가 택한 코스는 한 시간 반 코스였다. 비선폭포에서 출발하여 등룡폭포를 지나 억새군락-삼각봉까지 가는 코스였다. 여기에서 조금 더 나가면 명성산 정상까지 갈 수 있었으나 거기까지는 무리라고 스스로 판단하여 삼각봉까지만 가기로 했다.

명성산의 명칭에는 태봉국의 궁예와 얽힌 전설이 있었다. 왕건에게 왕위를 빼앗긴 궁예는 이곳 명성산에 와서 최후를 맞았는데, 궁예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 신화들과 말들이 울부짖어 상이 울렸다 하여 울음산이 되었는데 후에 울음산의 이름을 따서 울 명(鳴) 소리 성(聲) 자를 써서 명성산이 되었다고 한다. 드라마 왕건에서 왕건과 마지막 술잔을 나누고 세상을 떠나던 궁예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1월 1일 사람들은 일출보러 다들 동해로 갔는지 산에는 등산객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여유롭게 등산을 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사진도 찍고. 그동안 대부분 산에 가면 정상을 밟는 것에만 목적을 둔 나머지 무작정 올라가기만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내려올때도 후다닥 내려오고. 주위의 경관을 둘러보고 감상에 젖을 수 있는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천천히 쉬엄쉬엄 가면서 산의 운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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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룡폭포에서 잠깐 쉬었다. 등산복이 얇아서 춥지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일단 몸이 데워지고 나니까 등산복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더워서 벗기까지 했으니.산은 그다지 험하지 않고 길도 평탄해서 힘들지 않았다. 다만 쌓였던 눈이 녹기 시작하면서 중간중간 질퍽한 구간이 있었고, 녹았던 얼음이 다시 얇게 얼어서 미끄러운 구간이 있어서 조심을 해야했다.

등룡폭포를 지나서 조금 올라간 곳에 억새군락은 장관이었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억새밭이 사방으로 펼쳐져 황금색의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가을에 핀 억새꽃이 겨울에 떨어지면 눈꽃이 맺혀서 아름답다고 했는데 눈꽃이 맺혀있지 않아도 아주 멋있었다. 저절로 사진기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힘. 능력부족으로 사진에 그 장관을 다 담아내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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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군락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삼각봉이었는데 억새군락에서 더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 수월한 등산길이었다고는 하지만 억새군락에서 퍼져 쉬고 있으려니 다시 올라갈 기분이 들질 않았다. 여기서 억새나 실컷 구경하다 내려가야지.

올라왔던 등산길을 되집어서 내려왔다. 가파르지만 빠르게 내려오는 길이 있다고 했는데 힘든 길은 패스. 산을 올라가면서는 둘이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다. 서로가 힘들기 때문에 말하기가 귀찮았겠지. 하지만 산을 내려오면서는 비교적 여유로워서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바빠서 많은 대화를 못했는데 이런 자리를 빌어 그동안 쌓였던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었다. 2007년은 어떻게 살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이혼한 연예인 커플이야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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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다 내려오는 약 3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산이 높지도 않고 크게 힘들지도 않지만 땀은 적당하게 나서 기분은 좋은 산행이었다. 이렇게 추억의 한 페이지가 또 채워졌다. 한달에 한 번 정도 산에 오르자고 둘이서 다짐을 했지만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P.S 포천 이동에 왔으니 이동갈비와 포천 막걸리도 먹고가야 정석. 네비게이션을 두들겨보니 이동갈비촌 위치가 나왔다. 아따 네비 정말 편리하구나. 덕분에 가서 잘 먹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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