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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생활

당분간 감자 못먹을 것 같습니다


아까워서 말이죠. 크흑.


일요일부터 2박 3일간 감자캐러 갔다왔습니다. 아버지께서 올해 밭에다 감자를 심으셨는데 수확철이라 일을 도와드리러 갔다왔죠. (감자는 장마시작전에 수확을 한다고 하네요.) 달랑 이틀 일하고 왔는데 정말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농사일이라곤 대학때 농활가서 했던 경험뿐인지라 요령도 부족해서 두배로 힘이 들었죠.



첫날은 감자줄기를 뽑는 일을 했습니다.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뿌리에 있는 감자만 남겨놓고 줄기를 뽑아내야 나중에 경운기가 일을 할 수 있다는군요. 더블어 큰 잡초들도 뽑아내고요. 6시에 아침먹고 동생과 둘이서 하루종일 밭에서 풀을 뽑았습니다. 가끔씩 줄기에 감자가 딸려나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감자들은 다시 땅에 파뭍고 말이죠.

전날 비가 왔기 때문에 잡초뽑기는 수월했습니다만, 땅이 질어서 움직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작업화에 진흙이 덕지덕지 묻어서 무겁더군요. 일 시작하고 처음에는 동생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수다도 떨면서 했는데, 조금 작업을 하다보니 힘들어서 입이 안떨어졌습니다. 침묵 속에서 풀을 뽑고,뽑고, 뽑고.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허벅지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나중에는 너무 힘들어서 밭에 철퍼덕 주저앉게 되더군요.

점심 먹고, 오후에 아주머니 두분이 도와주러 오셨습니다. 그 아주머니 두분. 마치 여신이 강림한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고마울때가...아주머니 두분은 숙달된 베테랑의 솜씨로 빠르게 작업을 하시더군요. 역시 노련한 베테랑의 힘..

그렇게 하루종일 풀을 뽑다보니 하루가 저물었습니다. 원래는 감자 줄기를 뽑아내고, 고랑을 덮고 있는 비닐까지 걷어야했는데, 역시 어설픈 아이들 둘이서 작업을 하다보니 시간이 모자르더군요. 결국 나머지 작업은 뒤로 미뤄야했죠.



이틀날, 역시 6시에 아침 먹고 밭으로 향했습니다. 본격적인 감자캐기가 시작되었죠.

감자캐는 과정은 대충 이랬습니다.

먼저 고랑을 덮고 있는 비닐을 걷어내면, 경운기가 고량을 파헤치면서 감자를 파냅니다. 그러면 아주머니들이 감자를 크기대로 골라서 푸대에 담고, 푸대에 담긴 감자를 창고로 옮겨서 저장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비닐을 걷는 작업을 했고, 오후에는 감자를 차에 싣고 내리는 작업을 했죠.

비닐을 걷는 작업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일단 허리나 무릎을 굽히지 않아도 되어서 그나마 수월했죠. 다만 새벽이슬  먹은 밭이 여전히 질퍽질퍽해서 좀 곤란을 겪긴 했습니다만, 이 작업이 그나마 편했습니다. 크흑.

비닐 걷는 작업이 오전중에 끝났고,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감자를 실어나르는 작업에 투입되었습니다. 밭에서 감자를 싫어다가 트럭에 싣고, 창고로 이동해서 감자를 내리는 작업이었죠. 제가 군생활을 급양대에서 했는데, 거기서는 이걸 "까대기 작업"이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행정병이라 가끔 창고지원이나 나가면 하곤 했었는데요. 그때도 한번 까대기하고 오면 완전히 퍼졌었던 기억이 납니다.

감자 한푸대는 대충 30kg정도 되었습니다. 들어서 트럭에 싣고, 또 싣고, 싣고 처음에는 헬스 클럽에서 운동하는 셈친다고 생각하면서 했는데 한 10분 하고나니까 체력이 바닥나서 숨이 헉헉 차올랐습니다. 그동안 헬스 클럽에서 운동 헛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게다가 햇볕은 또 왜 그리도 쨍쨍하고 따가운지, 구름 한점 없이 날씨 한번 좋더군요. 썬크림 바르고 긴팔 셔츠입고 목까지 덮는 모자를 쓰고 작업하지 않으면 새카맣게 타기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동생은 "사나이가 무슨.."이러면서 나시입고 작업하다가 양팔이 홀라당 익어버렸죠.

바로 옆에서는 백합꽃 축제가 한창이라고 하던데. 축제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였지만 밭에서 작업하다보니 이건 좀 아니다 싶더군요. 큼

그렇게 세 트럭 분량의 감자를 캐고, 감자 캐는 작업을 마쳤습니다. 갑자기 땀을 한꺼번에 많이 쏟아서 그런지 머리가 띵하더군요. 밭에서 먼지를 뒤집어 써서, 코를 풀었더니 시커먼 콧물이 나왔구요. 작업을 마치고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고작 그정도 작업하고 엄살부린다고 핀잔을 주셨는데, 뭐라 대꾸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이런 일을 매일 하시니 말이에요. 새삼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주 내려와서 돕지 못했 죄송스런 마음도 들었고 말이죠.



아버지께서는 이날 캔 감자를 한박스 차에 실어 주셨습니다. 가져가서 이웃집이랑 나눠먹으라고 말이죠. 그런데 저는 이 감자 먹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너무 힘들게 캔 감자가 아까워서 말이죠. 그리고 나중에 감자 먹을때마다 감자 캐는 작업을 한 기억이 날 것 같아서 왠지 경건한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감자 하나가 밥상에 올라올때까지 참 많은 사람들의 땀이 필요하구나 하고 말이죠. 흔한 말인데, 직접 경험하고 오니 마음에 콱 와 닿네요. 호호.



아버지께서는 감자를 재배했던 밭에 고구마를 다시 심으신다고 합니다. 나중에 고구마 수확하실때쯤 내려가서 또 도와드려야겠어요. 그때는 요령이 좀 붙어서 이것보다는 덜 힘들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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