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부터 6일까지 3박 4일로 색시와 함께 대만여행을 갔다왔습니다.
처음에는 제주도여행을 계획했었습니다. 그동안 일상에 찌들어서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있었거든요. 어디든 떠나서 재충전을 하자는데 우리 커플의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하지만 5월 3일부터 6일까지 제주도 가는 비행기표가 동이나고 없더군요. 저희는 갑작스럽게 여행일정을 잡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배를 타고라도 제주도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만큼 일상에서의 탈출구가 필요했죠.
그런데 색시가 여행사에 있는 친구를 통해서 대만여행을 추천받았습니다. 호텔과 항공권만 예약하는 자유여행이었는데요.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나, 비행기타고 대만을 가나 비용은 비슷했구요. 이동하는데 드는 시간은 대만여행쪽이 더 적게 들어서 시간을 활용하기도 더 나아보였습니다.
외국여행, 그것도 자유여행.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만(말도 안통하는데 헤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같은 것들 말이죠.)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해외여행을 해보겠냐는 생각에 과감하게 지르기로 했습니다. 좋아~~가는거야~~`
대만 여행 준비과정.
호텔과 항공권은 여행사에 맡겼고, 여권은 신혼여행갈때 만들었던 것이 아직 유효했구요. 가장 큰 문제는 대만 여행일정을 우리가 직접 짜야한다는 것이었죠. 대만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도 못했기 때문에 관련 서적과 사이트들을 이용해야했습니다.
일단 대만 여행관련 서적으로 "JUST GO 대만편"과 "Curious 시리즈의 대만편"을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 두권은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Curious 시리즈"는 여행자를 위한 서적이라기 보다는 대만으로 이주해서 사는 사람들에게 더 적합한 책인 것 같았구요. "JUST GO" 는 일본책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여행객들과는 맞지 않는 면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여행사에서 보내준 타이페이 지도와 여행가이드가 현지에서는 더 큰 도움이 되었죠.
저희가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은 인터넷을 통해서 였습니다. 특히 다음의 대만관련 카페 "대만 손들어!!!"(
http://cafe.daum.net/taiwan) 와 대만 관광청 홈페이지(
http://www.tourtaiwan.or.kr/)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이트들을 통해서 먼저 대만을 여행했던 분들의 여행기를 접할 수 있었고 그분들의 일정을 참고해서 저희들의 여행일정도 짤 수 있었습니다. 대만의 교통체계라던지, 대만 여행 팁, 추천할 만한 명소에 대한 정보등등 여행에 필요한 자잘한 정보들도 얻었구요.
3박4일 길지 않은 일정이고 첫 여행인지라 큰 욕심내지 않고 타이페이를 중심으로 대만 북부지방을 돌아볼 수 있도록 일정을 짰습니다. 색시는 타이루거 협곡을 가보고 싶어했는데 일정이 빠듯할 것 같아서 나중으로(언제 다시 갈지 모르겠지만) 미뤘구요.
여행 전에 대만관광청에 들르면 여행에 도움이 될만한 책자와 지도, 지하철 1일 티켓, 공항버스 티켓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을지로에 있는 대만관광청에 시간을 내서 들려봤습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찾아갔던 날이 5월 1일 노동절이라 대만관광청이 업무를 보질 않더군요. 그래서 허탕치고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일은 3박4일 대만여행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조 비슷한 것이었죠. ^^
그리고 마지막으로 콕이. 2박 3일 정도의 여행을 갈때는 콕이를 집에 두고 갔습니다. 사료랑 물을 좀 많이 주고 말이죠. 콕이는 평소에도 자율배식을 하기 때문에 사료를 많이 주고 가면 알아서 잘 배분해서 먹었거든요. 하지만 3박 4일 혼자 놔두고 가기에는 걱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근처 동물병원 펫피아에 잠시 맡기기로 했죠. 펫피아에 콕이를 부탁하고나니 여행준비는 얼추 끝났습니다.
여행 1일차 - 인천공항 출발
저희가 타야할 비행기는 에바항공 19시 15분 비행기였습니다. 여유있게 4시쯤 공항에 도착했죠. 그런데 티켓팅을 하려고 보니 비행기가 한시간 연착이 되어있었습니다. 저희는 4시간 넘게 공항에서 시간을 때워야했죠.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그리고 비행기 타는 시간동안 보려고 책을 가져왔었는데(저는 이외수의 하악하악, 색시는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을 준비했었습니다.) 실수로 짐에 넣어서 비행기에 실어버리는 바람에 4시간동안 딱히 할일이 없었습니다.
일단 먼저 환전을 했습니다. 공항안에 있는 우리은행 지점에서 환전을 했는데요. 환율은 1000원에 대략 30 타이완 달러였습니다. 여행사에 있는 색시친구로부터 하루에 10만원이면 여행하는데 크게 부족함이 없다는 말을 들어서 30만원을 환전했습니다. 우리가 환전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영화배우 권상우가 매니저와 함께 환전을 하고 있더군요. 권상우는 비니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는데 연예인같지 않고 수수했습니다. 키도 그다지 크지 않았구요. 몸도 그다지 크지 않더군요. 연예인들을 보면 멀리서부터 광채가 난다고 하던데, 여자 연예인만 그런가요?^^ 암튼 환전하면서 연예인도 보고 색다른 즐거움이었었습니다.
환전을 하고나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식사를 때우고 면세점 구경하러 갔습니다. 마침 5월 8일 어버이날도 다가오고 해서 양가 부모님들 선물을 사러 이곳저곳 구경을 다녔습니다. 어머님들 선물로는 역시나 화장품이었구요. 아버님들 선물은 면도기로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동생한테 줄 담배 던힐까지. 하지만 3시간 가까이 면세점 쇼핑도 참 지치더군요. 그래도 어찌어찌 4시간을 다 때웠습니다.
대만 갈때 타고 갔던 에바항공 비행기입니다
에바 항공은 외국항공사 비행기인지라 많이 낯설더군요. 아니 저에게는 비행기 자체가 낯설었습니다. 그래도 승무원들이 참 친절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타이페이 공항까지는 2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륙하자마자 기내식을 먹었구요. 기내식 먹고나서는 할일이 없더군요. 보려고 가져왔던 책들은 이미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짐으로 실어버렸구요. 그래서 비디오 게임 조금하고 영화를 봤습니다. 주걸륜 주연의 쿵푸 덩크가 있더군요. 영어자막밖에 없어서 내용은 대충 추측해가면서 봐야했구요.
한참을 가고 있는데 색시가 머리가 아프답니다. 색시는 여행오기전부터 기침감기가 심했는데, 비행기를 타고나서 에어컨 바람에 머리가 아팠나봅니다. 승무원에게 두통약을 달라고 해야하는데...드디어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어떻게 약을 달라고 해야되나.
일단 승무원을 불렀습니다. "마이 와이프 해즈 어 해드에이크"라고 아는 단어를 조합해서 일단 두통이 있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약을 달라고 해야하는데 이 "약" 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버벅거리고 있자니 눈치빠른 승무원이 메디신.. 어쩌고 하면서 약이 필요하냐고 되묻더군요. 그래서 예스라고 하고 일단 두통약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었습니다.
비행중에 했던 비디오 게임. 예전에 했던 겔러그와 비슷한 슈팅게임이었습니다.
이후에 공항과 호텔, 여행지에서의 의사소통은 대부분 이런 식이었습니다. 저는 몇 년간 NBA 농구중계를 꾸준히 봐와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어 히어링은 띄엄띄엄 되는 상황이었구요.(-_-;;) 색시는 눈치가 아주 빨라서 분위기 파악을 아주 잘했습니다. 둘이 힘을 합치니 말을 알아듣는데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문법 이런거 무시하고 간단한 단어만 조합해도 토킹은 가능했구요.
타이페이 시내의 웬만한 곳에서는 영어로 대충 이야기하면 다들 알아들었습니다. 그리고 대만 사람들 영어도 원어민 발음과 달리 우리가 알아듣기에 편했구요. 또 영어가 안되면 손짓, 발짓, 바디 랭귀지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의사소통 문제로 크게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중국어는 전혀 몰랐음에도 말이죠. 그리고 상황에 닥치면 다 되더군요. 하하.
여행 1일차 - 대만 도착. 숙소인 선루트 호텔
인천공항을 떠난 에바 항공 비행기는 2시간여를 날아서 대만에 도착했습니다. 한국과 대만의 시차가 1시간이었기 때문에 출국수속을 마치고 나오자 시간은 이미 11시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시간도 너무 늦었고 버스정거장을 찾기에도 어려움이 있어서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출구쪽에 택시들이 쭉 줄을 서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가서 행선지인 선루트 호텔을 이야기하고 택시를 탔습니다.
공항에서 타이페이 시내로 들어가는 야경은 서울의 야경과 비슷했습니다. 예전에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갔을때 방콕의 야경은 아주 이국적이었는데 대만은 그렇지 않더군요. 간판이나 교통 표지판을 한글로 바꾸면 우리나라와 별다를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30분 정도를 달려서 만첸시루(民權西路)역 근처에 있는 썬루트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택시 요금이 1150원(이후에 모든 타이페이 화폐단위는 원이라고 쓰겠습니다.)이 나왔습니다. 이 당시에는 1150원의 택시 요금이 어느 정도의 금액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하루 여행비랑 맞먹는 금액이더군요. -_-;;나중에 가서야 택시 탄 것을 후회했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그리고 한밤중에 낯선 나라에 떨어진 우리들에게 당시로서는 택시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되었으니까요.
대만에서 머물렀던 썬루트 호텔 방안
아무튼 늦었지만 호텔 체크인을 했습니다.썬루트 호텔은 3성급 호텔 정도되는 호텔이었는데 크지는 않았지만 아주 깔끔하고 청결한 느낌을 주는 호텔이었습니다. 이 호텔은 주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호텔이라고 했는데 우리를 보고 호텔리어들도 처음에는 일본어로 말을 걸어오더군요.^^; 우리 외모는 일본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그사람들 눈에는 다들 비슷하게 보였나봅니다. 한국 여행객임을 밝히고 띄엄띄엄 영어로 예약을 확인하고서 체크인을 마쳤습니다.
체크인하고 씻고 나오니 12시가 넘어있더군요. 내일부터 대만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려면 일찍 자야했습니다. 그런데 티비를 틀었더니 스타스포츠에서 NBA 경기 유타 재즈와 휴스턴 로켓츠의 플레이오프 6차전 경기를 해주고 있더군요. 나름 농덕후라고 자부하는 제가 이걸 그냥 넘어갈 수 있나요. 색시는 먼저 재우고 저는 트레이시 맥그래디가 또 다시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제 날이 밝으면 본격적인 대만 여행이 시작되겠죠.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