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틀째 - 미션 임파서블. 예류(野柳)를 가라.
어제 농구경기를 보고 늦게 잤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7시에 일어났습니다. 설레이는 대만 여행의 실질적인 첫날이었죠. 하지만 그 설레임은 아침부터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충 씻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습니다. 호텔 카운터에 가서 아침식사하는 곳을 물어봤더니 1인당 250원씩 하는 식사 쿠폰을 구입하라고 합니다.
아닌데. 우리는 분명히 호텔과 아침까지 예약을 했는데...다시 한 번 확인을 부탁했더니 계약서에 쓰여진 "Room Only" 라는 항목을 보여줍니다. 뭔가 착오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에는 호텔만 예약했다가 나중에 추가로 아침식사까지 예약을 했는데 아침식사에 대한 추가예약에 대해서는 여행사와 호텔사이에 뭔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나봅니다. 호텔측에다 계속 이야기를 해도 "Room Only" 만을 보여줄뿐 자세한 문의는 여행사에 하라고 하네요. 일단 우리는 호텔방으로 돌아와서 대책을 강구했습니다. 번거롭게 국제 전화하고 어쩌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느니 차라리 아침은 사먹고 한국에 가서 여행사쪽에 따지는 것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죠. 그래서 호텔에서의 아침은 포기하고 간단한 짐을 챙겨서 호텔을 나왔습니다.
대만에서 먹은 첫 아침식사였습니다.
여행 가이드를 보니 대만은 집에서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 드물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을 찾는데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호텔 근처의 "101 카페"(아마도 타이페이의 명물인 101빌딩에서 이름을 딴 것 같았습니다.)에 들어가서 베이글과 샌드위치, 녹차라떼와 커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면서 이날 일정을 점검했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오전에 대만 북부의 관광명소 예류에 갔다오고, 오후에는 고궁박물관과 지선원 방문, 저녁에는 스린 야시장에 들르는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딴수이(淡水)이 까지 일정에 넣었는데 너무 빡빡할 것 같아서 딴수이는 뺀 일정이었죠.
아침을 먹고 지하철(여기서는 MRT라고 하더군요.) 역인 만첸시루역(民權西路)에 가서 타이페이 메인스테이션역(台北車站)으로 향했습니다. 목적지인 예류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죠.
우리의 베이스 캠프였던 만췌시루역 입니다
타이페이의 지하철 이용방법은 우리나라와 거의 똑같았습니다. 먼저 자동발권기의 터치 스크린을 누르면 목적지까지의 운임과 매수를 고를 수 있구요. 운임과 매수를 모두 선택한 후에 50원짜리, 10원짜리, 5원짜리 동전과 100원짜리 지폐를 이용해서 지하철 코인을 살 수 있습니다. 이 코인을 이용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스템이었구요. 일정 금액을 충전해서 사용하는 "이지패스" 라는 교통카드가 있었는데 저희는 그냥 그때 그때 코인을 사서 사용했습니다. 만첸시루 역에서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까지 운임은 기본 운임으로 20원이었습니다.
타이페이 지하철 패스로 쓰이는 코인입니다.
타이페이 지하철은 역구간 사이가 매우 짧았습니다. 한정거장 가는데 1분이 채 안걸리는 것 같았구요. 그래서 비교적 이른 시간인 8시 30분에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타이페이 메인스테이션 역은 타이페이 기차역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역같은 곳이었습니다. 또 지하철의 중심이기도 했구요. 일요일이었음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참 많더군요.다들 어디론가 놀러가는 것인지.^^
지하철 역 밖으로 나오니 아주 더워습니다. 햇빛도 따가웠구요.
저희가 일정을 짤때 봤던 정보에 의하면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버스 터미널인 국광객운총짠(國光客運總站)이 있고 그 버스터미널에서 진산(金山)가는 버스를 타면 예류에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2번 출구로 나와서 아무리 찾아도 국광객운총짠이 없는 겁니다. 여기서 헤매기를 몇 분. 다시 지하철 역으로 들어가보니 진산행 버스를 타는 곳이 있더군요. 그래서 그리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 버스정류장도 못찾고 헤매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얼마를 헤매고 돌아다녔을까요.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는 어느새 타이완 의과대학 역 옆에 있는 228공원에 와있었습니다.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지하철로 한정거장 떨어진 곳이었죠.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예류행 버스를 탈 수 있는지 막막했습니다. 하필이면 주위에 사람들도 없었고 말이죠.
정신없이 헤매던 와중에도 잠깐 틈을 내서 타이페이 거리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조금 더 걷다보니 할머니 한 분이 지나가십니다. 할머니께 다가가서 인사를 꾸벅하고 "예류?" 하고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처음에 이상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십니다. 제가 계속 "예류?"라고 물으니 그제서야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예류가는 버스가 없다는 뜻인것 같았습니다. 참..답답하더군요. 그런데 할머니께서 뭐라뭐라 하시면서 저쪽을 가리켰습니다. 그곳을 보니 경찰관이 한 명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경찰한테 물어보라는 뜻이었나 봅니다. 저희는 할머니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경찰관에게 갔습니다.
시원하게 잘생긴 젊은 경찰관이었는데요, 마찬가지로 가서 "예류?"하고 물었습니다. 이 경찰은 처음에 중국말로 뭐라 하더니 우리가 못알아듣는 것 같자 영어를 할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유창한 영어로 예류가는 곳을 설명해주더군요. 경찰이 너무 영어를 잘해서 놀랐습니다.
"예류는 어떻게 갈꺼냐? " ,"버스로 갈꺼다", "버스는 어디서 타는지 아느냐?" ,"모른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나니 경찰이 난감한듯 미소를 짓더군요. 그러면서 지도를 달라고 했습니다. 지도를 보면서 경찰은 "당신들은 버스 정류장에서 너무 멀리왔다." 라면서 면서 예류가는 국광객운총짠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가면서 설명을 해줬습니다. 경찰관이 설명하는 위치를 보니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 2번 출구에서 충효서로(忠孝西路) 쪽으로 두 블록을 가면 예류가는 국광객운총짠이 있더군요. 결국 우리가 처음에 맞게 찾아간 것이었는데 두블록을 찾아가지 못해서 그리 헤매고 있었던 겁니다. 아 이런 낭패가 있나.
2시간만에 찾아낸 국광객운총짠. 감격에 겨워서 한 컷.
친절하고 알아듣게 설명해준 그 경찰에게 우리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으로 향했습니다. 다시 걸어가기에는 너무 힘이 빠져서 결국 타이완 의과대학에서 다시 지하철을 탔습니다.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 역에서 내려 다시 국광객운총짠을 찾아가는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국광객운총짠에 도착한 것이 10시 30분. 우리는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두시간여를 그렇게 타이페이 시내를 헤메고 다녔던 것이었습니다.
국광객운총짠에 19번 게이트 앞에서 예류행 티켓을 끊었습니다. 예류행 티켓을 왕복으로 끊으면 할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만 2시간을 뙤약볕 밑에서 해메다 온 우리들은 실수로 편도티켓을 끊고 말았습니다. 아니 편도 티켓을 끊은지도 차를 타고 나서야 알았죠. 이런...-_-;; 예류행 편도 티켓 가격은 102원이었습니다.
예류행 버스 편도티켓
어쨌거나 고생고생끝에 예류가는 버스에 탑승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숙소를 나온지 무려 2시간여 만에 말이죠. 예류행 버스를 타기 위해서 헤매는 동안 얻은 교훈.
"물어보는 것을 쪽팔려하지 말자!!"
처음 타이페이 메인스테이션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 번만 물어봤으면 이리 시간낭비를 하지 않았을텐데..
예류에 도착 - 멋진 기암괴석들의 해안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예류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 버스는 예류가 종점이 아니라 진산이 종점인 버스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중간에 예류역에서 내려야했죠. 하지만 내려야하는 예류역이 어딘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타이페이 버스는 우리나라처럼 안내방송을 해주지 않더라구요. 처음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내리는 곳에서 내리면 되겠지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만 그 버스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죠.
버스는 타이페이 시내의 국부기념관과 소고백화점을 지나서 어느새 타이페이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예류에서 내려달라는 말을 기사에게 하고 오라며 색시는 제 옆구리를 계속 찔러댔습니다. 알았다고 색시에게 대답하면서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두시간동안 타이페이를 헤매면서 얻었던 교훈. "물어보는 것을 쪽팔려하지 말자!!" 아니겠습니까?
마침 신호에 걸려서 버스가 잠시 서있을때 버스 기사에게 다가갔습니다. "예류 버스 스탑. 콜 미 플리즈"라고 말했죠. 버스 기사는 무슨 말인지 못알아들은듯 저를 빤히 쳐다봅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예류, 예류" 했더니 그제서야 오케이. 오케이 하는군요. 어찌되었던 뜻은 통했습니다. 껄껄.
예류 입구의 표지판
그렇게 한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예류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예정대로였다면 예류 구경을 마치고 타이페이행 버스를 탔어야할 11시 30분에 말이죠. 버스 정류장에서 10분정도 걸어들어가니 짠 바다냄새가 물씬 풍겨왔습니다. 예류항이었죠. 항구에 배들이 들어와있고 길가에는 횟집들이 주욱 늘어서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동해나 서해의 항구와 크게 다른 모습은 아니더군요.
조금 더 걸어들어가니 예류 해안이 나왔습니다. 입장료는 1인당 50원이었구요. 예류해안에는 풍화작용과 바닷물의 침식에 의해서 만들어진 인상적인 기암 괴석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이집트 여왕 네페르티티의 옆얼굴을 닮아서 여왕바위로 불리는 유명한 바위을 비롯하여 계란모양, 슬리퍼 모양, 하트 모양의 희안하게 생긴 돌들이 아주 이국적인 느낌을 주면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정말 많았는데요. 마치 한국인 관광지에 온 것 같았습니다.한국 관광객 반 그밖에 대만+중국+일본 관광객 반정도인 것 같았습니다. 한국인들이 많으니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기는 좋더군요.
이집트 여왕의 옆얼굴을 닮은 예류의 여왕바위입니다
예류 해안의 사진들. 사진을 꽤 많이 찍었습니다만 카메라가 상태가 안좋은 관계로 쓸만한 사진이 몇 장 없네요.
한참 사진찍으면서 구경하고 다니는 도중에 돌발상황 발생. 카메라가 고장났습니다. 예전에 랜즈문제로 수리를 맡긴이후에 빛조절이 안되는 경우가 종종있었는데, 하필이면 이런 중요한 여행지에서 카메라가 먹통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리저리 만져보기는 하는데 도저히 고칠수가 없었구요. 그래서 결국 사진은 포기. 앞으로의 모든 여행은 기억속에 담아야 했습니다.
카메라가 망가져서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니 힘이 좀 빠지더군요. 시간도 벌써 1시가까이 되었구요. 이후의 일정이 있으니 이쯤에서 예류관광은 끝내기로 하고 다시 타이페이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다음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