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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대만 여행기 3편 - 고궁박물원, 스린 야시장

사는 이야기/여행

by 폭주천사 2008. 5. 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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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대만 여행기는 한개의 포스팅으로 계획을 했었는데 쓰다보니 계속 길어지네요. ^^;


여행 이틀째 - 세계 4대 박물관 중에 하나 고궁 박물원

예류 관광을 마치고 다시 타이페이 시내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올때는 헤매지 않았습니다. 내렸던 버스 정류장의 반대편에 바로 타이페이의 국광객운총짠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더군요. 그래서 조금 기다리다가 냉큼 타고 왔습니다. 운임은 올때와 같이 102원x2 = 204원 이었구요.

2시 30분에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에 다시 도착했습니다. 오전에 국광객운총짠 찾느라 2시간을 날린 탓에 시간이 애매해졌습니다. 원래 가려던 고궁 박물원 개장시간이 9시부터 17시까지였거든요. 고궁박물원은 아주 크고 볼거리가 많은 박물관이라서 관람에 시간이 꽤나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모두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좀 애매할 거란 생각이 들었죠. 그렇다고 고궁 박물원을 제끼고 다른 곳에 가자니 아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민끝에 그냥 고궁 박물원을 가기로 했죠.

고궁 박물원을 가기 위해서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스린역(士林)으로 향했습니다. 운임은 25원x2=50원이었구요.  스린역에서 내려서 1번 출구로 나온 우리는 고궁 박물원행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생각해보니 우리는 아침을 먹고난 후에 그 시간까지 아무것도 먹질 않았더군요. 그래서 버스 정류장 근처의 가판에서 "차이니즈 피자"라는 음식을 두 개 샀습니다. 우리나라 호떡과 비슷하게 생긴 음식이었는데요. 시간이 없는 관계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먹어야했습니다.

고궁 박물원으로 가는 소형 18번 버스(운임은 15원)를 탔습니다. 기사아저씨에게 여행가이드에 있는 고궁박물관 사진을 보여주면서 오케이? 하고 물었더니 아저씨도 오케이.오케이 합니다. 저는 이제 물어보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만큼 얼굴이 두꺼워졌습니다. ^^. 18번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가니 고궁 박물관이 나왔습니다. 18번 버스는 고궁박물관 앞에서 유턴을 해서 정차를 하더군요. 덕분에 우리도 고궁 박물관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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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박물원 전경. 카메라가 고장난 관계로 구글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대만의 고궁박물원은 흔히 세계 4대 박물관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유물이 75만점이 넘는다고 하네요. 한꺼번에 전시할 수가 없어서 인기있는 것은 항상 전시되고 나머지는 몇 년 간 돌아가면서 전시가 되는데 다보려면 10년도 넘게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문화재를 자랑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우리나라 숭례문 방화사건이 일어났을때 카페에 어떤 회원(지금 찾아보니 ILOVENBA 카페의 kobe8 님이시네요.)께서 올린 글이 생각났습니다. 그 글을 잠깐 적어보면.

중일전쟁 당시에 일본군이 북경에 접근해오자 장개석이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바로 문화재를 중국내부로 옮기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일본군의 폭격이 있었음에도 중국 문화재는 안전할 수 있었구요. 전쟁이 끝난 후에는 문화재들은 다시 북경으로 옮겨졌는데 이번에는 국공내전이 터졌습니다. 국공내전이 터지고 전세가 기울자 장개석은 군함을 비롯한 모든 배들을 이용해서 북경에 있던 문화재를 모두 실어서 대만으로 옮겼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 유물들, 특히 송나라 황실에 속했던 국보급 보물들과 중국확실의 수장품 중 최고의 것들이 지금 대만의 고궁박물원에 있는 것이구요. 모택동이 대만 폭격을 하지 않은 것도 대만으로 옮겨간 문화재때문이었다는 소리도 있고.

뭐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궁박물원에 있는 유물의 규모가 대단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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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다시 찍은 고궁박물관 티켓



우리가 갔을때는 1층에서는 도서문헌 특별전, 청대황실문물 소장전, 청대 가구전, 종교 조소 예술, 고대 도서 정화전, 청대 역사 문서 진품전이 열리고 있었구요. 2층에서는 육조, 수, 당시대의 유물들. 송,원시대 유물들, 명과 청의 공예품들과 서화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3층은 청동기와 철기시대등의 고대문명과 진, 한시대의 유물들이 전시중이었구요.

고궁박물원 입장료는 개인당 160원이었습니다. 입구에 한국어로 된 안내서가 있어서 그것을 가지고 1층부터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색시의 전공이 역사교육이라서 이런 박물관에 오면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점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색시도 중국유물들 앞에서는 어려움을 겪더라고요. 박물관에서는 아는만큼 보이는데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며 아쉬워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입장하기전에 안내 데스크에서 한국어로 된 음성 안내기를 대여해서 올 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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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버전 고궁박물관 전시 안내도입니다.


1층을 대충 둘러보고 2층에 올라가서 송,원대 공예품들을 보니 우리나라 고려청자와 비슷한 점들이 많아서 보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그리고 색시의 최대 관심사인 불상도 2층에 있었구요. 특히 수.당시대의 불상은 우리나라 삼국시대 불상과 비슷해서 색시의 설명으로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옥으로 만든 세공품들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엄지손가락 만한 옥으로 조각한 배안에 돛대와 사공까지 정밀하게 만들어놓은 조각품들은 돋보기로 봐야만 자세히 볼 수 있는 정밀한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작품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일본인,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정말 많아서 인기가 좋은 전시품들은 쉽게 구경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 뒤에 마치 일행처럼 뭍어가면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나름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2층에서 공예품과 불교관련 문화재들을 둘러보고 서화전시실을 둘러보려고 하는데, 박물원측에서 관람객들을 내보내더군요. 벌써 5시가 되었나봅니다. 결국 우리는 고궁박물원의 절반정도 밖에 관람을 하지 못하고 아쉬움에 발걸음을 돌려야했습니다.



고궁 박물원의 관람을 마치고 옆에 있는 지선원에 들렸습니다. 지선원은 저녁 7시까지 개장이더군요. 입장료가 20원이었는데 관리하는 사람도 없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냥 들어가길래 저희도 그냥 들어갔습니다.^^;

고궁 박물원에서는 카메라가 망가진 것이 그리 크게 아쉽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박물원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지선원에 들어서니 카메라 고장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지선원은 너무너무 예쁜 정원이었거든요. 호수에는 물고기와 백조, 오리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고, 대부분 가족단위로 나온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며 휴일 오후를 여유있게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진동호회가 출사를 나왔는지 한쪽에서는 멋진 경치를 배경삼아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구요.

우리 둘도 벤치에 앉아서 경치를 구경하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아침부터 타이페이 시내를 돌아다니고 예류까지 갔다가 제대로 앉아서 밥도 못먹고 고궁박물원까지.. 생각해보니 참 강행군이었습니다.

지선원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면서 이런 것이 바로 자유여행의 맛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은 힘들고 고달프지만, 스스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거기에 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 노력끝에 그 목적지에 도달했을때의 성취감. 그리고 단체여행에 비해서 시간에 얽메이지 않고 바쁜 일정속에서도 잠시나마 이렇게 앉아 둘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여행. 지선원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면서 이것이 자유여행의 묘미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선원에서 한시간 정도 산책을 하면서 휴식을 취한후에 스린 야시장에 가기 위해 일어섰습니다.


스린 야시장 - 대만의 생활문화를 접할 수 있었던 곳

지선원을 나오니 6시쯤이 되었습니다. 이미 어둑어둑해지더군요. 스린 야시장은 지엔탄(劍潭)역에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스린역에 갔다가 다시 지엔탄 역으로 가느니 차라리 택시를 타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택시를 탔습니다. 스린역가는 버스가 안오기도 했구요.

지선원에서 스린 야시장까지는 택시 요금 125원에 10분 정도 걸렸습니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야시장은 엄청나게 붐비더군요. 지엔탄 역에서 바라봤을때 오른쪽은 옷가게를 비롯한 상점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이나 동대문 시장을 을 연상케했구요. 왼쪽으로는 식당가가 몰려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유원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먼저 오른쪽의 상가로 들어갔습니다. 발딪을 틈도 없이 사람들이 많더군요. 신발과 옷, 악세사리를 파는 상점이 대부분이었구요. 손님들도 주로 젊은이들이 많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옷이나 신발이 있으면 하나정도 사볼까 싶었는데 사람들에 밀려서 그냥 구경하는 것에 만족해야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속옷파는 가게 하나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가게에서는 속옷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코스프레 복장들도 판매하고 있더군요. 섹시하게 파인 간호사 복장이나, 경찰 유니폼, 차이니즈 정장, 교복 뭐 이런 것 말이죠.ㅋㅋ. 넋놓고 구경하다가 색시한테 쫑크를 먹기도 했습니다.ㅎㅎ

배가 고플 시간이 되었는데 점심으로 먹은 그 "차이니즈 피자" 가 소화가 안되는지 크게 식욕이 당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열대과일 한 봉지를 사서 색시랑 나눠먹으면서 구경을 다녔죠.

야시장에서 꼭 먹어봐야하는 먹거리로 굴지짐과 굴국수, 초우또우푸,쩐주나이차 등등이 있다고 가이드에 써있었는데요. 발효시킨 두부인 초우토우푸는 도저히 냄새가 나서 먹을 엄두가 않났습니다. 냄새가 많이 날수록 맛있다고 하는데 입에 댈수가 없겠더라고요. 저는 홍탁도 잘 못먹거든요. 버블티인 쩐주나이차도 그닥 그랬고. 한참을 구경하고 돌아다니다가 가판대에서 굴국수와 어묵을 먹었습니다. 가격은 각각 50원씩이었구요. 맛은 뭐 그냥 저냥 그랬습니다. 국물맛이 아주 독특하더군요. 굴국수와 어묵을 먹고 팥빙수도 먹고 그렇게 야시장을 싸돌아다니면서 계속 구경했습니다.

구경끝물쯤에 돼지고기를 다진 육포를 샀습니다. 육포 파는 아저씨가 우리를 보더니 중국어로 뭐라뭐라 열심히 설명을 했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말을 몇마디 했더니 그제서야 영어를 대충섞은 바디 랭귀지가 나오더군요. 결국 100원에 육포를 샀습니다. 저녁에 맥주를 사서 먹기로 했거든요.

처음에 야시장에 왔을때 어리버리한 외국인으로 보여서 지갑털리면 어쩌나 라고 색시한테 이야기했는데, 색시는 우리가 현지인과 외모가 비슷해서 그럴일은 없다고 웃으면서 이야길 했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같이 웃고 말았는데, 야시장을 좀 돌아보니 실제로 우리 둘은 현지인과 비슷하더군요. ㅋㅋ. 암튼 중국인 닮은 외모덕분인지 털리지는 않았습니다. 여행가이드에도 야시장에 치안문제가 요즘 심해지고 있다고 써있어서 사실 좀 걱정이 되긴 했었습니다.

야시장을 대충 돌아보고 나니 저녁 8시였습니다. 호텔에 돌아가긴 좀 이른 시간이었는데 들어가서 맥주 한 잔 하기로 하고 호텔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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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 mp3 카메라로 시험삼아 한 컷. 왼쪽에서부터 타이완 맥주, 이름이 잘 생각안나는 정체불명의 맥주, 칭타오 맥주, 야시장에서 산 육포.



호텔에 들어가서 카메라를 다시 점검해봤는데 역시나 답이 안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리버 MP3에 달린 카메라가 있더군요. 우리 둘은 폰카도 없어서 사진 찍을 생각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아이리버 카메라라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이완 맥주는 뒷맛이 아주 부드러웠습니다. 외국에서 마시는 맥주라서 그런지 쉽게 취하지도 않고 말이죠. 가볍게 맥주 3캔을 비우고 샤워를 하고나니 몸이 노곤해졌습니다. 12시간을 넘게 돌아다녔으니 피곤할만도 하죠.
 
자기전에 잠깐 티비를 켰는데 타이완 ESPN에서 또 NBA 경기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와 올랜도 매직의 경기를 중계해주고 있었습니다. 이것 참. 피곤해죽겠는데..하면서 또 경기를 지켜보다가 하프타임까지 보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농덕후라도 내일 일정도 있으니 자제해야겠죠. ^^;;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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