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네츠를 승리로 이끈 브룩 로페즈>
대부분의 팀들이 정규시즌 종료까지 10경기 정도를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리그 최하위 뉴저지 네츠가 오늘 드디어 두자리 승수, 10승을 거뒀습니다. 그것도 서부의 강호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상대로 말이죠. 뉴저지 네츠는 이 경기를 승리하면서 NBA 역사상 최저승률 팀이라는 굴욕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경기 중간중간에 자막을 보니 스퍼스는 네츠를 상대로 14연승 중이었습니다. 동,서부 팀은 한시즌에 2번 경기를 하니 대략 7년만의 승리겠군요. 그리고 한자리 승수 팀이 40+승을 거두고 있는 팀에게 승리를 거둔 것은 1994년 댈러스가 포틀랜드를 잡은 이후 처음이라고 하는군요. 뉴저지 네츠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기록들이겠네요.
이 경기에서 네츠는 네츠다운 경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스퍼스가 같이 진흙탕 싸움에 빠져버렸네요. 파커와 지노빌리가 빠지고, 백투백까지 치룬터라 확실히 스퍼스가 제 컨디션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승부가 갈린 4쿼터 막판에 집중력은 아쉬웠죠. 원래 네츠가 3쿼터까진 잘하다가 4쿼터에 급속하게 무너지는 경험없는 젊은 팀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팀인데, 스퍼스는 4쿼터에 네츠의 이런 약점을 제대로 찌르질 못했습니다.
확실히 파커가 빠지고, 지노빌리까지 등부상으로 결장한 상황에서, 요즘 폼이 떨어지고 있는 던컨에게 4쿼터를 맡기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 보였습니다. 네츠에서는 브룩 로페즈, 조쉬 분이 던컨에 대한 디나이 수비를 아주 잘해줬고요, 볼이 투입되면 적극적으로 더블팀을 붙었습니다. 그리고 4쿼터에는 로테이션 수비도 좋았고요. 공격에서는 네츠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브룩 로페즈가 중요할때마다 제 몫을 해줬고, 터렌스 윌리엄스도 벤치에서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스퍼스에서는 간만에 리차드 제퍼슨이 친정팀을 맞아 맹활약을 했습니다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발했네요. 제퍼슨은 자신을 중심으로 볼을 돌자 좋은 모습을 보여주네요. 적어도 잉여는 아니었습니다.
네츠의 로스터를 보니 왜 이 선수들로 10승 밖에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리빌딩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재원들은 있어 보입니다. 일단 브룩 로페즈는 조만간 드와잇 하워드, 앤드류 보것과 함께 동부를 호령한 센터로 성장할 듯 합니다. 네츠 리빌딩의 중심이죠. 데빈 해리스가 팀의 기초로 삼을 레벨의 포인트 가드인가는 여전히 의문이긴 합니다만, 볼 없는 움직임이 좋고 정확한 슛을 장착한 코트니 리는 주전 2번으로 손색이 없고요. 리딩이 좀 부족해 보이는 주전 포인트 가드 데빈 해리스의 부담을 덜 수 있을 정도의 서브 리딩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겠죠. 벤치의 터렌스 윌리엄스는 볼핸들링, 패스, 리바운드등 다재다능함을 갖췄고, 보조리딩까지 가능한 전천후 플레이어로 성장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슛을 더 발전 시켜야겠지만요. 키언 둘링도 백업 가드로 이만한 선수 없고요. 조쉬 분도 백업 빅맨으로 이정도면 괜찮다고 봅니다. 이정도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에 이번 오프 시즌 혹은 다음 오프 시즌 FA 영입을 통해 전력 보강을 이룬다면 네츠 리빌딩도 그다지 길게 걸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유능한 GM과 코칭 스텝들은 필수겠죠.
네츠에서는 이 첸리엔 이야기도 안할 수 없는데요. 경기를 보니 슛거리가 긴 이첸리엔은 브룩 로페즈의 골밑 파트너로 상당히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단 이 첸리엔이 리그 평균 파워포워드 수준의 수비와 리바운드를 갖추고 있다면 말이죠. 이 경기에서 전반에는 제법 터프하게 골밑을 파고,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상대가 맷 보너라는 것을 감안해도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죠. 오프시즌 동안 벌크업으로 몸을 키웠다고 하더니 그 효과를 좀 보나 싶습니다. 그런데 파워가 올라간 것과는 별개로 수비는 좀처럼 나아진 모습이 아니네요. 특히 2:2 수비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너무 자주 눈에 띕니다. 전에는 단순히 파워에서 밀린다고 생각했는데 이 경기를 보니 수비에 대한 감각? 센스가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주전으로 살아남기에는 수비가 앞으로 계속 발목을 잡을 것 같네요.
서부컨퍼런스 플레이오프 시드를 놓고 피튀기는 경쟁을 하고 있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이 경기 패배는 꽤 아플 것 같습니다. 현재 서부 컨퍼런스 8위까지 밀렸는데 남은 스케쥴이 만만치 않아서 험난한 플레이오프 시드 싸움을 벌일 것 같습니다. 네츠는 오늘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제대로 했는데, 이게 또 리그 후반기의 묘미이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도 내일 필라델피아 식서스의 고춧가루 조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