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정말 많이 내렸다.
저녁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가서 하얗게 쌓이고 있는 눈을 보았다. 예전, 내가 어릴 적에 눈이 오면 마당에 나가서 눈을 맞으며 눈싸움 하고 눈사람 만들던 기억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현서와는 아직 눈을 같이 맞으며 놀았던 기억이 없었다. 그동안은 아이가 아직 어려 감기 걸릴까봐 걱정이 되어 눈이 내리면 밖에 나가는 일은 꿈도 못꾸었다. 무엇보다 눈이 오면 비상근무 때문에 내가 항상 집에 없었고.
집에 올라갔더니 현서는 TV를 더 보겠다고 엄마를 조르고 있었다.
"아들. 아빠랑 밖에 나가서 눈사람 만들까?"
"우와!좋아요."
그렇게 저녁 시간동안 현서와 둘이서 아파트 마당에서 눈을 맞으며 신나게 놀았다. 같이 눈밭에 뒹굴고, 눈덩이를 굴려서 현서보다 더 큰 눈사람 만들고, 비탈진 길에서 썰매 타고, 둘이서 눈싸움도 했다. 눈이 내렸지만 바람이 불지 않고 날씨도 춥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들과 함께한 눈 오는 밤의 추억.
아들과 신나게 놀고 와서,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색시가 타준 따뜻한 코코아를 한 잔 마셨더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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