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 시티 선더가 유타 재즈를 121-105로 꺾으면서 시즌 33승째를 기록했습니다. 원정 백투백 경기였고, 상대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피닉스 선즈와 디비전 라이벌 유타 재즈, 둘다 쉽지 않은 상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선더는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가져가면서 노스웨스트 디비전 선두를 굳게 지켰습니다. 시즌 성적 33승 17패.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 벤치의 힘.
오늘 승리의 원동력은 누가 뭐라고 해도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의 벤치 멤버들의 활약이었습니다. 이전 피닉스 선즈 경기도 그랬는데요. 최근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의 1쿼터 수비는 완전히 "Hell" 수준입니다. 선즈 전에서 1쿼터에 36 실점을 했고요. 오늘 유타 전에서는 1쿼터에 37실점을 했습니다. 폴 밀샙과 알 제퍼슨을 앞세운 유타는 선더의 약점인 프론트 코트를 공략했고, 경기 시작과 동시에 11개의 슛을 연달아 성공시켰습니다. 유타의 1쿼터 필드골 성공률이 무려 73.7%(14/19)였죠. 재즈는 한때 13점차까지 점수차를 벌렸습니다.
이때 브룩스 감독은 팀의 핵심인 케빈 듀란트, 제프 그린, 러셀 웨스트브룩을 모두 벤치로 불러들였습니다. 그리고 에릭 메이너-제임스 하든-데콴 쿡-서르지 이바카- 닉 칼리슨이라는 벤치 멤버로만 구성된 라인업을 가동시켰습니다. 듀란트, 그린, 웨스트브룩을 모두 벤치로 불러들인 것은 부진한 플레이에 대한 일종의 경고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벤치 멤버들이 공격과 수비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점수차를 좁히기 시작했죠.
제임스 하든은 삼점슛 2개를 포함하여 12득점을 올린 것을 비롯하여 팀의 1옵션으로 경기를 이끌었습니다. 닉 칼리슨과 서르지 이바카는 선더 골밑을 유린하던 밀샙과 제퍼슨을 제어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에릭 메이너는 친정팀을 상대로 "분노의 메이너" 모드를 보여줬습니다. 2연속 3점슛으로 포문을 연 메이너는 2쿼터 7분간 10점을 몰아치면서 분위기 반전의 선봉장이 되었죠. 2쿼터 5분여를 남기고 주전들이 교체되어 들어올때 점수차는 49-47. 2점차로 줄어있었습니다. 그리고 벤치멤버들의 활약에 고무된 듯, 듀란트, 웨스트브룩, 그린은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제프 그린의 3점 플레이로 첫 역전에 성공한 선더는 62-57로 전반을 마쳤습니다. 선더는 벤치 득점에서 33-16으로 유타를 압도했고, 2쿼터 유타를 20점으로 틀어막았습니다.
3점슛 대공습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는 NBA에서 3점슛이 가장 약한 팀 중에 하나입니다. 저는 이번 시즌에 선더가 3점슛으로 상대팀을 압도하는 경기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오늘 선더가 성공시킨 3점슛은 13개. 성공률은 무려 61.9%였습니다. 2쿼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하든과 메이너, 데콴 쿡의 3점슛이었고 3쿼터에 점수차를 벌릴 수 있었던 것도 케빈 듀란트와 러셀 웨스트브룩의 3점슛이었습니다. 오늘 선더의 3점슛이 유독 잘 들어간 날이긴 했습니다만, 삼점슛에서 숨통이 트이면 선더 공격이 얼마나 잘 돌아갈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데콴 쿡 같은 경우는 좀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쿡은 일정한 출전시간을 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투입되면 일정한 슛감을 보여줬죠.
더 고무적인 것은 러셀 웨스트브룩의 삼점슛 4/4 인데요. 웨스트브룩은 삼점슛이 아예 없는 선수였습니다. 상대도 이걸 알기 때문에 수비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돌파를 막는 수비를 하죠. 그런데 2월들어서 웨스트브룩의 삼점슛이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호넷츠 전에서도 기습적으로 하나 시도해서 성공시켰고, 선즈전에서도 2개중에 하나를 성공시켰죠. 오늘은 삼점슛이 4/4 였습니다. 데론 윌리엄스가 웨스트브룩의 3점을 버리는 수비를 했다가 된통 당했죠. 웨스트브룩이 삼점슛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걸까요?
웨스트브룩이 3점슛을 장착하면 이보다 더 위력적일 수는 없습니다. 지금 수비가 멀찍이 떨어져서 수비를 하는데도, 특유의 운동능력과 돌파력으로 골밑을 헤집고 다니는 웨스트브룩인데 3점슛으로 인해 수비를 붙여놓을 수 있다면 돌파가 더 쉬워지겠죠. 지금 웨스트브룩의 돌파를 보면 3점 라인 밖에서 추진력을 받아서 치고 들어가는 형식으로 이뤄지죠. 그래서 수비수를 제친 후에 페이스 조절이 안되고 여유가 없고 시야가 닫혀서, 돌파 후에 연계되는 플레이에 한계가 있습니다. 직접 마무리 아니면 미들레인지 점퍼죠. 돌파 후에 킥아웃 이라든지 패싱 게임이 잘 안됩니다. 그래서 컨디션이 좋으면 많은 자유투를 얻지만 컨디션이 안좋거나 로테이션이 좋은 수비를 만나면 심하게 꼴아박는 모습이 나오죠. 아직 픽을 이용하는 법도 좀 미숙하고요. 만약 3점슛을 장착하게 된다면 돌파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면서 이런 문제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웨스트브룩의 3점슛은 앞으로 경기들에서도 주의깊게 봐야겠어요.
슛감을 회복 중인 제프 그린, 듀란트는 잠시 쉬어가기?
2월들어 반가운 소식은 제프 그린이 슛감을 회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제 피닉스 전에서도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이 부진한 가운데 경기 밸런스를 꾸준히 맞출 수 있었던 것은 제프 그린의 활약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그린의 슛팅감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물론 수비에서 폴 밀샙에서 많이 털리긴 했습니다만, 공격에서 어느 정도 만회를 해줬죠.
그린은 2월 3경기에서 평균 20.0득점 필드골 성공률 57.5%, 삼점슛 성공률 50% 를 기록 중입니다. 플레이오프까지 슛감을 꾸준하게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듀란트-웨스트브룩 듀오는 상대팀의 집중 견제의 대상이죠. 제프 그린이 이런 틈새 시장을 잘 노려줘야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제프 그린에게 바라는 바가 많습니다만, 지금처럼 캐치 앤 슛만 꾸준히 넣어줘도 팀에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요즘 들어 그린의 리바운드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데, 이건 듀란트가 최근 10경기에서 평균 10+리바운드를 잡아내면서 상쇄해주고 있고 이바카도 리바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무서운 기세로 득점을 쌓아가던 듀란트는 어제 오늘 약간 주춤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랜트 힐과 고든 헤이워드의 수비에 꽤 고전을 했죠. 그랜트 힐은 원래 듀란트 수비를 잘 했던 선수였죠. 헤이워드에게 고전하는 모습은 좀 의외였습니다. 두 선수 모두 듀란트가 볼을 어렵게 잡도록 디나이 수비를 철저하게 했고, 볼 잡은 후에는 슛 공간을 안주려고 아주 타이트하게 붙는 수비를 했습니다. 듀란트가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론 아테스트에게 고전했던 수비였는데요. 아직까진 완벽한 대응을 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볼 핸들링을 향상시키든지, 상체힘을 키우든지, 단시간에 되는 것은 아니라서 말이죠.
그래도 긍정적으로 보고 싶은 것은 이런 수비속에서도 팀이 필요할 때는 한방씩 해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오늘도 4쿼터 초반 유타의 추격을 뿌리치는 득점을 듀란트가 해줬죠. 그리고 득점 이외에도 리바운드와 블록슛, 수비나 어시스트등에서 팀에 대한 공헌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선더 수비
앞에서도 이야기했습니다만, 경기 초반 선더 수비가 정신을 못차리는데요. 이게 이제는 팀의 특징으로 굳어지는 모습입니다. 선더는 기본적으로 수비가 나쁜 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수 개개인을 살펴보면 수비가 좋은 선수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죠. 게다가 승부처에서 보여주는 선더 수비는 나쁘지 않아요. 오늘 재즈에게 1쿼터에 73.7%의 필드골을 내줬습니다만 이후에는 43.5%로 괜찮은 수비를 보여줬죠. 2,3쿼터 44실점에 그쳤습니다.
올해 선더 경기를 보면 유독 접전에서 승리하는 경기가 많습니다. 압승이 적죠. 상대적으로 약한 팀과 경기도 접전으로 가는 이유는 전체적인 선더 수비가 그만큼 느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접전에서 승리하는 경기가 많은 것은 승부처에서 선더의 수비가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수비를 중요시 하는 이유는 공격에 비해서 기복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선더는 수비에서 기복이 심해요. 계속 이야기를 하지만 선더는 점퍼 중심의 팀이기 때문에 수비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기복이 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선더가 플레이오프에서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기 위해서 꼭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경기 박스 스코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