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2010년 마무리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가 애틀란타 호크스를 103-94로 꺾으면서 2010년을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선더의 에이스 케빈 듀란트가 33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러셀 웨스트브룩이 23득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 2스틸로 듀란트의 뒤를 받쳤습니다. 벤치에서 출전한 제임스 하든도 15득점으로 제 몫을 해냈고요.
1쿼터 초반에 7-6으로 리드를 잡은 후에 선더는 경기 종료까지 단 한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조쉬 스미스(23득점)와 자말 크로포드(26득점)를 앞세운 애틀란타 호크스의 반격에 3쿼터와 4쿼터 초반에 위기가 있기도 했습니다만, 선더 특유의 4쿼터 타이트한 수비와 케빈 듀란트의 3점슛 3방을 앞세운 득점으로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선더는 4쿼터에 호크스의 15득점(필드골 6/20)으로 틀어 막았습니다. 호크스의 후반 필드골 성공률은 40%에 그쳤죠.
선더는 2010년에 55승 29패를 기록했습니다. 2008년 NBA 역대 최저 승수를 갱신하네마네 했던 팀, 선더가 어느새 이렇게 까지 성장을 했다니 참 감개무량할 뿐입니다.
케빈 듀란트의 33득점, 러셀 웨스트브룩의 트리플 더블
듀란트가 30+득점을 기록하는 것은 뭐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죠. 예전부터 슬로우 스타터였던 듀란트는 최근 5경기에서 31.6득점을 기록하면서 슬슬 득점력에 발동을 거는 모습입니다. 듀란트가 믿음직스러운 점은 최근 경기에서 팀이 필요할때 득점을 해준다는 것이죠. 오늘 경기에서도 3쿼터에 선더 공격이 정체되어 있을때 숨통을 틔워준 3점슛, 4쿼터 애틀란타가 83-81 턱밑까지 추격해왔을때 3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선더의 16-6 런을 이끌어내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죠. 2011년도 본격적으로 발동이 걸릴 듀란트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웨스트브룩은 오늘 23득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트리플 더블을 기록했습니다. 트리플 더블은 축하해줘야할 일이고, 오늘 활약도 전체적으로 괜찮았습니다. 그동안 부진하던 미들레인지 점퍼도 살아난 모습이었고, 팀 동료들을 살리는 멋진 A패스도 여러번 보여줬죠. 트레이드 마크인 호쾌한 하일라이트 덩크는 보너스였구요. 이런 모습을 보면 이제 완전히 포인트 가드가 다 되었구나..싶다가도 아쉬운 점이 눈에 띕니다. 특히 3쿼터에 선더는 공격이 정체시킨 나홀로 폭주모드는 웨스트브룩이 여전히 포인트 가드로서 갈 갈이 멀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특히 이날 슛감이 좋았던 듀란트가 열심히 볼달라고 손을 흔들어도 외면하고, 닥치고 돌파, 터프샷, 꼴아박기를 연달아 시전할때는 참...다행히 브룩스 감독이 타임 아웃으로 웨스트브룩의 열을 식혀줬고, 수비에서는 이바카가 공격에서는 하든과 듀란트가 제몫을 해줘서 3쿼터에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가는 것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만, 웨스트브룩으로 인해 팀이 널뛰기를 하는 걸 보면 참 아슬아슬합니다.
선더의 시즌 하이 삼점슛
오늘 선더가 기록한 삼점슛은 모두 10개 입니다. 성공률은 55.6%(10/18). 케빈 듀란트가 5/9, 제임스 하든이 3/4, 에릭 메이너가 1/2, 제프 그린이 1/2를 각각 기록했죠. 이렇게 시원하게 삼점슛이 터지는 경기는 정말 오랫만에 본 것 같습니다. 삼점슛이 터지니까 이렇게 경기가 수월해지잖아요. 제임스 하든이 삼점슛을 꾸준히 넣어주고 있고, 듀란트가 12월 들어서 페이스를 회복하면서 40%이상을 찍어주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더는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삼점슛이 않좋은 팀입니다. 팀 전체 성공률이 32.3%에 지나지 않죠. 오프 시즌에 삼점슛을 보강하기 위해서 데콴 쿡, 모리스 피터슨 등을 영입하긴 했습니다만, 두 선수 모두 벤치만 데우고 있죠. 결국 기존 선수들의 3점슛 발전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데, 제프 그린은 너무 들쭉날쭉하고, 타보 세폴로샤는 도대체 언제쯤 오픈 찬스를 맘놓고 맡길 수 있을지. 웨스트브룩 3점슛도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고요. 아. 정말 우리팀도 코트 좀 넓게 써봅시다.!!!! 예전에 필드골 성공률보다 삼점슛 성공률이 더 높은 경기를 해주던 시애틀 시절 생각나네요. 안토니오 대니얼스 - 루크 리드나워 - 레이 앨런-랴샤드 루이스-블라디미르 라드마노비치, 폭죽처럼 터지던 그 시절 삼점슛이요.
웨스트브룩과 이바카의 비매너?
경기 종료 직전 러셀 웨스트브룩은 트리플 더블에서 어시스트가 하나 모자랐습니다. 서르지 이바카는 더블-더블에서 한골이 부족했고요. 그리고 경기는 승패가 완전히 갈린 상황이었죠. 이때 종료 6초를 남기고 웨스트브룩이 이바카에게 패스를 합니다. 그리고 이바카는 아무도 없는 골대에 냅다 슬램 덩크를 꽂아넣었죠. 그렇게 웨스트브룩의 트리플 더블과 이바카의 더블더블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은 리그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지고 있는 룰에 위반되는 것이었죠. 보통 경기 승패가 결정되고 마지막 순간에 공격하는 팀은 볼을 소유하고 샷클락을 모두 소비하죠. 패한팀에 대한 예의라고나 할까요. 뭐 그런 것이죠. 그런데 웨스트브룩과 이바카의 행동은 이걸 무시한 것이죠. 경기가 끝난 뒤에 마이크 비비를 비롯한 애틀란타 선수들은 이것에 불쾌함을 표시했습니다. 선더 감독 스캇 브룩스 이런 행동은 실수였다고 인정을 했고요.
웨스트브룩과 이바카가 의도적으로 이런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웨스트브룩이 트리플 더블 욕심을 내는 선수는 아니었거든요. 그동안 웨스트브룩이 어시스트 하나, 리바운드 하나 차이로 트리플 더블 미수에 그친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죠. 그래도 그것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것은 별로 표현을 안했었습니다. 이바카의 경우는 이런 리그의 암묵적인 룰을 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어찌되었건 이번 행동은 웨스트브룩과 이바카가 실수한 것이죠.
일단 케빈 듀란트가 경기 후에 조쉬 스미스를 만나서 잘못을 인정하고 이바카에게 상황 설명을 해주겠다며 스미스를 달랬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쉬 스미스는 "이바카 이쉑히 잊지 않겠다"라며 다음 경기를 벼르고 있다고 합니다. 3월 4일 애틀란타 원정이 아주아주 흥미진진해지겠네요.
마지막으로 마이크 비비
애틀란타 호크스의 마이크 비비는 이날 큰 활약을 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바로 비비의 스크린 플레이였습니다. 비비는 포인트 가드임에도 불구하고 큰 선수들을 위해서 열심히 스크린을 걸어주더군요. 비비의 스크린에 걸린 제프 그린과 타보 세폴로샤가 자신의 수비 상대를 놓쳐 손쉽게 실점을 하는 장면들이 여러차례 나왔습니다. 비비의 이런 플레이를 보니 이게 기본기고, 이게 팀 플레이란 생각이 들더군요.선더의 젊은 선수들도 보고 배웠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