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열렸던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를 계기로 해서 올해는 WKBL 경기들을 꽤 봤다. 못해도 라운드마다 팀당 한 두경기씩은 꼭 챙겨본 것 같다. 한동안 여자프로농구는 안보다가 올해 다시 보기 시작해서 시즌 초반부에는 선수들도 낯설고, 생소한 규칙들도 있어서 어리버리 했었는데, 지금은 나름 초보 WKBL 팬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덕분에 올해 KBL은 완전히 손 놨네.
각설하고. 지난 3월 3일 금호생명과 삼성생명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WKBL은 7라운드의 길었던 정규시즌을 마무리했고 7일부터 상위 4팀이 플레이오프를 시작한다. 매치업을 살펴보면 1위팀 신한은행과 4위팀 국민은행, 2위팀 삼성생명과 3위 금호생명이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격돌을 벌이게된다. 이렇게 놓고 보니 금융권 라이벌과 보험업계 라이벌의 대결이네. 짧은 지식으로 허접하게나마 프리뷰를 해보면.
1위 안산 신한은행 에스버드(29승 6패) vs 4위 천안 KB 국민은행 세이버스(11승 24패)
상대전적 : 신한은행 7 : 0 국민은행
금융권 라이벌의 대결이다. 금융권 사정은 잘 모르지만 국민은행이 선두고 신한은행이 무섭게 따라잡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적어도 여자농구에서 만큼은 그 반대다. 29승 6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차지한 신한은행이 객관적인 전력상 국민은행에 앞서는 것이 사실. 정규시즌 7번의 맞대결에서도 신한은행이 전승을 거두면서 우위에 있다.
국민은행을 상대로 신한은행은 크게 약점이 없어 보인다. 하은주-정선민-강영숙이 버티는 골밑은 WKBL 최고 수준이고 최윤아-전주원-진미정의 외곽 플레이어들도 젊은 패기와 노련미를 고루 갖추고 있다. 임달식 감독의 주전의존도가 높긴 하지만 이연화, 선수진, 한채진등의 벤치도 두텁다.
국민은행은 김영옥-김지윤 두명의 노련한 가드들의 임무가 막중하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최근 하락세라는 점이 국민은행으로서는 걱정거리. 김지윤은 부상후유증인지 후반 라운드로 가면서 특유의 탱크같은 돌파가 사라졌고,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김영옥은 7라운드 후반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부진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해들어 30%의 성공률에 그친 3점슛도 고민거리일 것이고. 또 비교적 단신인 김영옥-김지윤이 동시에 코트에 있을때 수비에서 발생하는 미스매치도 최병식 감독이 풀어야할 문제일 것이다.
가드진의 날씨가 흐림이라면 포스트의 정선화와 김수연은 아주 믿음직하게 발전했다. 두 선수 모두 몸싸움이 강하고 리바운드도 잘 잡아낸다. 미들레인지 점퍼도 갖추고 있어서 가드들과의 2:2플레이를 통해서 다양한 옵션을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후반라운드에 들어오면서 골밑을 든든하게 버텨준 김수연의 상승세는 눈여겨 볼만한다. 시즌 중반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던 김수연은 후반기 맹활약으로 11.6득점 10.9 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신정자와 더블어 더블-더블 시즌을 보낸 유이한 선수. 따라서 두 선수가 신한은행을 상대로 파울 트러블 없이 얼마나 활약해주느냐도 승부의 열쇠가 될 것 같다.여기에 최근 살아나고 있는 강력한 신인왕 후보 강아정과 김나연, 곽주영등 벤치멤버들의 활약도 또한 지켜볼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은행은 치열한 4위 경쟁에서 승리한 상승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차전을 원정으로 치루고 2,3차전을 홈에서 치루는 다른 하위 시드팀과는 달리, 천안 유관순 체육관을 같이 사용하는 배구 경기때문에 1,2차전을 신한은행 홈에서 치뤄야한다는 사실은 국민은행에게 안좋은 소식이다.
2위 용인 삼성생명 비추미(22승 13패) vs 3위 구리 금호생명 레드윙스(22승 13패)
상대전적 - 삼성생명 4 : 3 금호생명
개인적으로는 더 재미있고,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매치업이다. 객관적인 전력의 차가 나는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시리즈에 비해 삼성생명과 금호생명의 시리즈는 전력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양팀은 똑같이 22승 13패를 기록했지만 상대전적에서 앞선 삼성생명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의 2경기는 모두 금호생명이 승리했다. 성적에서도 두 팀의 전력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삼성생명은 변연하-박정은-이미선 트리오의 부활이 관건이다. 시즌 초반 득점 1위를 질주하면서 평균 20점대까지 찍는 것 아니냐고 예상되었던 변연하의 득점력이 후반 라운드 들어서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득점 1위는 정선민에게 넘겨줬고 김정은, 김계령에게 추월당해서 득점 순위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박정은도 올시즌 슈팅 성공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기복이 심해졌다. 부상후 복귀하여 첫 시즌을 치룬 이미선은 그나마 합격점. 이 세선수들의 부진한 동안 삼성생명의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이 세명의 선수가 팀내 차지하는 비중을 볼때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포스트도 부상에서 돌아온 노장 이종애가 블록슛 1위를 기록하는 등 전성기급 활약을 보여주면서 분전하고는 있지만 질과 양에서 금호생명에게 부족한 것이 사실.
아무래도 7라운드로 진행된 이번 리그가 노장들이 많고 벤치멤버가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삼성생명에게 체력면에서 독으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금호생명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주전들을 모두 빼고 경기를 치뤘다. 플레이오프로 바로 이어지는 경기라 기세싸움에서도 꽤나 중요한 경기라고 보았는데 정덕화 감독은 그것보다는 선수들의 체력관리가 더 시급한 과제로 생각한 듯하다. 뒤집어 보면 삼성생명의 체력적인 부분이 생각보다 큰 변수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생각된다.
위에 삼성생명과 금호생명의 전력차는 거의 없다고 적었지만 그래도 한 팀의 손을 들어주자면 금호생명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금호생명은 최근 삼성생명과의 두 번의 경기 승리를 비롯하여 7라운드 전승을 기록했다. 거기에 만년 하위팀에서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으니 분명히 상승분위기고 기세면에서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이상윤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방방떠서 걱정할 정도로 금호생명의 최근 기세는 무섭다.
시즌 중반까지 금호생명은 2,3쿼터 상대 지역방어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리딩을 해줄 포인트 가드 부재와 안정적인 3점슈터가 부족으로 인해 골밑에 강점을 가지고 리바운드에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경기를 펼쳤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오면서 포인트 가드 이경은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이언주, 조은주, 김보미, 정미란등의 3점슛이 안정감을 찾으면서 이런 단점들이 상당부분 해결되었다. 하지만 변칙적이고 타이트한 수비를 자랑하는 삼성생명을 상대로 이런 약점이 다시 드러나지 않도록 더 많은 준비를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애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삼성생명을 상대로 금호생명이 확실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골밑이다. 리바운드 1위 신정자, 198cm의 장신 강지숙이 버티는 골밑은 신한은행에게도 크게 밀리지 않아 보이고, 시즌 초반 3번 포지션에서 자리를 못잡는 것처럼 보였던 정미란은 지금은 내.외곽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면서 후반기 부진했던 신정자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줬다. 금호생명이 이런 기세를 계속이어간다면 시리즈 업셋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충 허접하게 프리뷰를 해봤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신한은행 vs 국민은행은 3:0 혹은 3:1 정도 신한은행 승. 삼성생명 vs 금호생명은 5차전까지 가고 금호생명 승을 예상해본다. 이번 플레이오프 때는 경기장에 가서 직접 경기를 보려고 마음은 먹고 있는데 어찌될지 모르겠네. 이놈의 엉덩이가 요즘 부쩍 무거워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