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의 WKBL 파이널 1차전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입원하시는 바람에 플레이오프때 마음먹었던 오프는 꿈도 꾸지 못했을 뿐더러 경기도 거의 보질 못했기 때문에 파이널은 좀 챙겨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시리즈든 첫 경기를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죠. 서로 기선제압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고 나왔을 것이기 때문에 꽤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69-58의 스코어가 말해주듯이 1차전 경기는 신한은행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3쿼터에 이미 20점 차가 났고 4쿼터는 가비지 쿼터였습니다.
삼성생명이 4강에서 금호생명을 비교적 손쉽게 요리했던 이유는 수비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생명은 금호생명을 상대로 전반을 뒤쳐졌지만 항상 수비로 역전을 이끌어냈고, 이후에는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리드를 계속 지켜나가면서 결국 승리하는 모습을 시리즈 내내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신한은행을 상대로는 이런 삼성생명의 장점들이 거의 상쇄가 되어버린 모습입니다. 일단 삼성생명의 수비가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지 못했습니다. 삼성생명의 이종애, 허윤정, 나에스더 등의 인사이더들은 정선민과 하은주를 막다가 일찌감치 파울 트러블에 걸렸습니다. 인사이드에서 수비가 붕괴되면서 삼성생명의 특유의 변칙수비들이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삼성생명의 수비가 힘을 쓰지 못한 반면 신한은행의 수비는 빛을 발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삼성생명의 트리오 변연하-박정은-이미선을 상대로 최윤아-진미정-이연화등 수비가 좋은 선수들이 스위치를 해가면서 외곽슛을 철저하게 봉쇄했습니다. 돌파를 허용해도 인사이드에는 헬프수비가 좋은 정선민, 높이가 좋은 강영숙과 하은주가 있으니 삼성생명이 좀처럼 공격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샷클락에 쫓겨서 무리하게 던지는 슛들도 많이 나왔죠. 주포 변연하가 14득점 했지만 삼점슛은 8개 중에 한개 성공에 그쳤고, 이미선은 삼점슛 4개를 모두 실패하면서 8득점. 박정은 무득점이었습니다. 신한은행의 수비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보여주는 수치겠죠.
신한은행 공격에서는 단연 정선민이 돋보였습니다. 진짜 본좌가 맞아요.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수비수가 떨어져서 수비를 하면 어김없이 중거리 슛이 터지고, 붙으면 저돌적인 돌파로 파울을 얻어냅니다. 포스트업 상황에서 패스를 받자마자 바로 피벗으로 수비를 제끼고 레이업을 올려놓는 모습은 진정한 장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또 하이 포스트에 나와서 컷인하는 진미정, 이연화, 최윤아를 놓치지 않고 A패스를 찔러주고, 로포스트에서 자리를 잡은 하은주에게 엔트리 패스를 넣어주는 것도 정선민이었죠. 강영숙과 함께 더블 스크린으로 최윤아에게 완벽한 오픈 3점슛 기회를 만들어줬으며 수비에서는 효과적인 헬프수비로 삼성생명의 공격을 견제했습니다.
3쿼터까지만 뛰고 25득점(자유투 11-12) 10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 경기 후에 삼성생명의 정덕화 감독은 정선민에 대한 수비가 부족했음을 인정하더군요. 하지만 오늘 경기만 같으면 앞으로도 정선민에 대한 해법은 딱히 나올 것이 없어 보입니다. "무슨무슨타(예를 들면 보웬타, 주성타 뭐 이런거요)" 이런거 빼면 말이죠.
하은주는 오늘 8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습니다. 16분정도 출전한 것치고는 괜찮은 활약이었습니다. 신한은행 가드진들이 삼성생명의 외곽슛을 봉쇄할 수 있었던 것도 골밑에서 하은주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공격에서는 로포스트에서 몸싸움을 계속해서 해줬구요. 큰 키를 이용한 공격리바운드 가담도 좋았습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좀 남습니다. 로 포스트에서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3초 위반이나 공격자 파울을 자주 범했습니다. 삼성생명의 이종애가 몸싸움을 잘해주긴 했지만 아직은 자신의 신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쉬운 골밑 찬스도 종종 놓치는 모습을 보였구요. 이문규해설이 하체를 사용하지 않고 상체만 사용해서 슛을 하니 저런 실수를 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게 슛메커니즘의 문제인지 아니면 단순히 경험부족인지 지식이 짧은 저로서는 알 수 없지만 쉬운찬스를 자주 놓치는 모습은 분명히 고쳐야될 점이겠죠. 자기보다 한참 작고 웨이트도 안나가는 이종애를 상대로 이런 쉬운 찬스들을 놓친다면, 올림픽가서 더 크고 힘좋은 선수들을 상대로는 더 고전할 수 밖에 없겠죠.
또 신한은행도 정선민, 전주원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하은주와 2:2를 자주 시켰으면 합니다. 특히 이제는 팀의 주전 포인트 가드로 성장한 최윤아 같은 선수 말이죠. 언제까지 정선민, 전주원이 하은주에게 앤트리 패스를 넣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 전주원은 없습니다.
경험많은 전주원의 존재와 최윤아의 성장도 삼성생명을 어렵게하는 점입니다. 압박수비가 좋고 스틸에 능한 이미선을 상대로 안전하게 볼운반을 해주고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포인트 가드가 둘이나 있다는 것은 신한은행이 삼성생명의 수비를 상대로 가질 수 있는 큰 이점입니다. 금호생명 가드진은 삼성생명 가드진의 압박에 혼줄이 났었죠. 이미선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금호생명의 이경은이 자신의 경기를 하지 못하면서 금호생명의 공격이 꼬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전주원과 최윤아의 존재는 삼성생명에겐 앞으로 경기에서도 부담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특히 최윤아는 최근에 공격에도 물이 올랐죠.
1차전에서 보여진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의 차이는 확실했습니다. 1차전은 신한은행의 승리로 끝났고 2,3차전은 삼성생명의 홈인 용인에서 열립니다. 삼성생명이 홈에서 이런 차이를 극복하고 반격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 아마도 2차전의 관전포인트가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