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춘천 당일치기 여행

사는 이야기/여행

by 폭주천사 2006. 9. 15. 00:42

본문

조금 있으면 결혼 1주년이다. 뭔가 거창한 1주년 이벤트를 마련하고 싶었지만 주변 여건이 허락칠 않았다. 결국 바람도 쐴겸 춘천에 갔다오기로 했다.


나와 와이프는 모두 춘천이 처음이었다.


거참. 당일치기가 가능한 춘천, 남이섬 이런 곳은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인데 우리는 어찌하여 한번도 안갔을까?  연애만 횟수로 5년을 했고 결혼하고도 1년이 지났는데 말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 커플은 주로 1박을 하고오는 방향으로 여행계획을 잡았던 것 같다. 그덕분에 결혼까지 골인 했는지도 모르지.-_-;;



춘천까지 기차여행을 하기로 했다. 기차를 마지막으로 타본 것이 언제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호기랑 규상이랑 속리산 갈때도 버스를 탔었고, 장모님 산소에 기차를 타고 갔던 것이 마지막이라면 한 4년, 5년은 된 것 같다. 간만에 기차여행이 무척 설레였다.


둘다 춘천은 처음이기 때문에 네이버 지식인을 뒤져서 가장 많은 추천이 들어온 코스를 택했다. 소양댐 - 청평사-명동 닭갈비골목 -조각공원. 요런식으로 코스를 정하고 이에 맞춰서 기차표를 예매했다. 예매는 http://www.qubi.com/ 에서 8시 50분 남춘천행과 7시 15분 서울행을 예매하고 당일 티켓팅을 하기로 했다. 경춘선 운임은 5천원.


<네이버 탐정질 이후 폭주천사가 세운 춘천여행 계획>


여행을 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출발할 때 10분만 빨리 움직이면 참 여유롭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10분 빨리 움직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이번에도 청량리역에 8시 40분에 도착해서 부랴부랴 티켓팅을 하고 헐레벌떡 기차에 올랐다. 원래 청량리역 근처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지만..그럴 시간이 어딨냐? 김밥 두개 사가지고 기차안에서 때우기로 했다.


기차안은 등산가는 아저씨 아줌마 부대들이 여럿있었지만 비교적 한산했다. 남춘천역까지 두시간. 두시간동안 둘이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생활 1년에 대한 평반과 앞으로 계획같은 것들,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들, 평소에는 먹고살기 바빠서 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속시원히 털어놨다. 차를 몰고 여행을 하면 운전의 부담으로 인해 이런 속깊은 이야기까지는 나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기차여행의 장점을 하나 발견한 것 같았다.


<간만에 타보는 기차. 설레임에 셀카도 한 장 찍어보고>


2시간여를 달려서 남춘천역에 도착했다. 집을 나설때 비가 내리고 있어서 내심 걱정했었는데 춘천역에 내리니 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오늘 하루 잘 놀라는 하늘의 계시렸다.


남춘천역 앞 관광안내소에서 춘천지도를 하나 받고, 역앞에 정차하고 있는 12-1번 버스에 올랐다. 춘천역에서 소양댐까지 운행하는 버스로 30분에 한대씩 있다고 했다. 8시 50분 기차를 타고 남춘천역에 내리면 10시 37분 , 12-1번 버스의 발차 시간은 10시 45분, 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해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운임은 1300원.


춘천 시내를 가로질러 소양댐까지 30분~40분 정도 걸렸다.  비록 비는 그쳤지만 소양댐근처는 추웠다. 긴팔을 입혀주고 겉옷을 챙겨온 와이프 덕분에 우리둘은 많이 춥진않았지만 반팔티셔츠, 반바지들은 무척이나 추워보였다.  


소양댐은 그다지 볼 것은 없었다. "이야~~댐이다." 뭐 이정도.소양댐에서 사진 두어장 찍고 바로 청평사로 향했다.


<사진찍는 것이 어색한 폭주천사. 소양댐에서 한 컷>


청평사로 들어가는 배는 30분에 한 번씩 있는데, 여행객이 많은 주말에는 수시로 운행했다. 운임은 왕복 4천원. 기차도 오랫만에 타보는 거지만 배도 오랫만에 타보는 거라 은근히 설레였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30분 이상을 기다린 뒤 출발. 배가 소양호를 가르면서 나아갈때 약간의 멀미기와 함께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무척이나 시원했다. 날씨가 좋아서 해가 나는 날이었으면 더욱 좋지않았을까 생각을 해봤다.


<청평사를 향하는 배안에서>


선착장에서 내려서 관광객들은 두패로 나뉘었다. 산악회 아저씨&아줌마들은 오봉산 등산을 위해 등산로를 택해서 우루루 몰려가고, 우리를 비롯한 커플들은 청평사쪽으로 띄엄띄엄 발걸음을 옮겼다.


청평사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은 길이었다. 가파르지도 않고. 운동화만 신고온다면 산책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갔다올 수 있는 거리. 거기다가 산책로를 따라서 구성폭포를 비롯하여 계곡이 계속 이어지기때문에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경치구경도 할 만했다.


우리는 중간 중간 사진도 찍고 쉬엄쉬엄 올라갔다. 난 사진에는 그다지 별관심이 없지만 와이프는 기계치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에는 관심 많다. 빛조절도 해가면서 이리찍고 저리찍고, 나보고 이런저런 포즈도 취해보라고 하고. 나에게도 이것 저것 가르쳐주는데, 난 스스로 관심이 생기지않으면 거들떠보지 않는 스타일이라. 하지만 멋진 배경이 나오면 "이거 한 방 찍어야겠는데" 라는 생각이 슬며시들곤 한다. 아마도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도 이런 맛에 사진을 찍겠지. (물론 결과적으로 내가 찍은 사진은 대부분 삭제되었다.-_-;;)


<청평사 올라가는 산행길 입구에서>

<청평사 올라가는 산행로 계곡>


<구성 폭포>

<와이프에 강압에 못이겨 어색하게 졸업앨범 포즈를 취한 폭주천사>

<청평사 올라가는 길. 가을에 단풍이 들면 멋질 것 같다.>


<청평사 앞에 있는 고려 정원>


청평사는 고려때 지어져서 조선 명종때 보우태사가 중건을 한 천년의 역사를 지는 사찰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물들은 모두 최근에 지어진 듯 보였고, 딱히 유적이라고 할 만한 것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입구에 있는 회전문이 국가지정 문화재 보물 제164호라고하는데..그다지 보물스러워보이진 않고.. 그나마 사찰 입구에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진락공 이자현의 부도가 사찰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청평사 앞에 서 있는 진락공 이자현 부도(上) 부도에 새겨진 연화무늬(下)>


대부분 사찰이나 고궁을 가면 여기가 불국사구나, 여기가 경복궁이구나 하고 한 번 휙둘러보고 나오기가 일쑤다. 따라서 고궁이나 사찰을 가도 그저 왔다갔다는 사진정도 찍는 정도인데..



우리 와이프는 역사교육과 출신이다. 거기다가 대학때는 답사 동아리 답도리의 창단멤버로 활발하게 활동을 한 경력이 있기때문에 이런 방면에는 거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고궁이나 사찰에 가면 많은 것을 배운다. 가람배치부터, 건물의 구조, 명칭, 건축원리, 탑의 구조 등등등. 청평사에서도 책에서 죽어라 외우기만 했던 다포 양식과 주심포 양식의 차이점을 배우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둘러보고 나면 뭔가 직접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웬지모를 뿌듯함이 느껴진다. 진짜로 관광을 했다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청평사 입구에 대문대신 서 있는듯 나무 두 그루가 인상적이었다.>


<청평사의 회전문. 당나라 평양공주와 상사뱀의 설화가 깃들어있다.>


청평사관람을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을 살짝 지나있었다. 내려오면서 선착장 근처 음식점에서 배를 기다리면서 동동주와 감자전을 시켰다. 아침도 변변찮게 먹고, 산까지 타고왔으니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동종주먹고 배에서 멀미하면 어쩌나 살짝 고민도 했는데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면 먹어서 그런지 취하지도 않았다.


청평사 관람을 마치고 소양댐으로 돌아오니 벌써 4시가 되었다. 일정을 살짝 바꿔서 조각공원을 먼저 들르기로 했다. 동동주에 감자전까지 먹었는데 바로 닭갈비 먹으러 가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공지천에 위치한 조각공원은 산책하기에는 그만이었다. 전시관에는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물시계 자격루가 설치되어 있었고, 춘천의 변천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사진들이 주욱 전시가 되어있었다. 전시관 관람을 마치고 밖에 공원을 둘러보면서 사진도 찍고 시간을 보냈다. 날이 좀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또 한 번 들었다.


<공지천 조각공원에서 몇 컷>



조각공원에서 한시간 정도를 보내고 닭갈비를 먹으러 갔다. 춘천에 왔으니 한 번 먹어줘야하지 않을까? 네이버에서 조사를 했을때는 닭갈비 골목에 원조집도 다 이사가고 맛도 비슷비슷하다고 했다. 그냥 이름값으로 먹는 것이라고. 그래서 별 생각없이 사람많은 집으로 골라 들어갔다. 닭갈비야 요즘 워낙에 보편화 되어있으니, 춘천에서 먹은 닭갈비도 맛의 차별은 별로 느낄 수가 없었다. 춘천에 왔으니 예의상 먹는 것이지.하지만 가격은 쬐끔 더 비쌌다.


<사랑받는 남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닭갈비를 비비고 있는 폭주천사>


닭갈비까지 먹으니 얼추 기차시간이 다 되었다. 택시에 몸을 싣고 남춘천역에 도착.


하루동안 돌아다녔기 때문에 다리도 아프고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알차게 시간을 이용했던 것 같다. 사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행을 다니면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교통수단마다 시간대가 않맞으면 많이 기다려야하고,


하지만 이번 춘천여행은 일정을 무리하게 잡지 않은 탓인지, 낭비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같이 움직이는 시간동안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기도 했고..


이런 것이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고 재충전이 아닐까?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