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르지 이바카가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뛴 ACB 경기와 유로리그 경기를 보고 두서없이 적어봅니다.
제가 본 경기는 ACB 9라운드 CAI Zaragoza와의 경기와 유로리그 7라운드 EA7 Emporio Armani와의 경기였습니다. 두 경기에서 이바카는 모두 벤치에서 출전했습니다.
경기를 보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바카의 수비가 좋아졌다' 였습니다. 이바카는 이미 리그에서 수비가 좋은 파워포워드로 손꼽히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바카의 수비를 그정도까지 높게 보진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블록슛 수치는 훌륭하고, 좋은 수비수가 될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블록슛 외의 부분들에서는 아직은 미숙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플레이오프 멤피스와 댈러스 시리즈에서 중요한 순간에 랜돌프와 노비츠키를 막았던 것이 이바카가 아닌 닉 칼리슨이었던 것도 이바카의 수비가 아직은 갈길이 멀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었다고 보았구요.
ACB와 유로리그에서의 모습을 그대로 NBA에 대입하긴 무리가 있겠습니다만, 두 경기에서 본 이바카의 수비는 좋아졌습니다. 상체가 두꺼워졌고, 파워가 좋아져서 몸싸움에서 좀처럼 밀리지 않아 상대에게 좋은 자리를 좀처럼 내주지 않았습니다. 이건 지난 시즌에 이바카가 가장 부족한 부분이었죠. 그리고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철저한 박스아웃. 철저한 박스아웃에 이은 탄력을 이용한 점프로 리바운드를 쓸어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외에 2:2 상황에서의 수비나 수비로테이션을 따라가는 모습들도 좋아졌구요. 뭐랄까. 자신에게 있던 수비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한 모습이었습니다.
장기인 블록슛은 유럽에서 더 빛을 발했습니다. NBA에서도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이바카의 운동능력은 유럽리그에서는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예전에 어느 회원님께서 유로바스켓에서 이바카의 모습을 보고, '백인들 사이에서 뛰었던 윌트 체임벌린이 아마도 저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란 언급을 해주셨는데, 저도 그말에 공감이 가더군요. 특히 블록슛 성공하고 제일 먼저 달려나가서 속공으로 덩크 성공시키는 모습에서는 저절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이런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이바카의 블록슛에 ACB나 유로리그의 상대팀들은 좀처럼 적응을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타이밍과 높이에서 블록슛이 나오니 많이 당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경기초반 이바카의 블록슛에 슛을 저지당한 후에는 사라고사나 아르마니 선수들은 골밑에서 많이 위축된 모습으로 쉬운 슛들도 연달아서 실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강력한 샷블로커를 가진 팀의 어드벤티지라고나 할까요? 직접 볼을 찍어버리지 않아도 골밑에서의 위압감이 상대방을 압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바카가 상대했던 로버트 아치볼드나 이오니스 브로시스는 유럽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인데도 이바카를 상대로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바카가 기록한 블록슛은 사라고사 전에서 6개(!!!) 아르마니 전에서 2개였는데, 그 효과는 스탯이상이었습니다.
공격에서는 주로 받아먹는 득점과 장기인 미들레인지 점퍼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오프시즌 동안 포스트 무브를 좀 더 강화했는지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런 모습은 많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포스트업 치는 모습이 몇 번 있었는데, 파울을 얻어내기는 했는데, 깔끔한 마무리는 아니더군요. 다만 공격에서 영리하게 빈공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은 좋아졌습니다. 이건 스페인 국대에서 같이 연습한 파우 가솔이나 펠리페 레이어서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요.
이번 오프 시즌은 이바카에게 아주 중요했습니다. 제프 그린이 트레이드 되고 주전 파워포워드로 출전한 이바카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여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경험했죠. 시즌이 끝난 후에는 파우 가솔, 마크 가솔, 펠리페 레이어스 같은 좋은 빅맨들과 같이 스페인 국가대표에 뽑혀 우승을 차지했구요. 이런 발전선상에 있는 유망주들은 큼직한 국제대회를 치루면서 레벨업을 하는데, 제가 본 두경기를 통해서 이바카의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다가오는 시즌에 이바카의 활약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