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BA 월드챔피언십이 어제 터키에서 개막했습니다.
개막전은 그리스와 중국, 리투아니아와 뉴질랜드 경기였는데요. 저는 중국과 그리스의 경기를 봤습니다. 방금 경기가 끝났는데요. 그리스가 중국을 89대 81로 꺾으면서 개막전에서 승리했습니다. 그리스가 승리를 하긴 했습니다만 꽤나 고전한 경기였습니다.
<26득점 14리바운드로 맹활약한 중국의 이 첸리엔>
중국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팀입니다만, 팀의 핵심인 야오밍이 빠졌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막전에서 유럽의 강호 그리스를 맞아 아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중국은 경기내내 지역방어를 사용했습니다. 1쿼터 초반에 그리스의 3점슛이 성공률이 좋아서 경기 리드를 내줬습니다만, 그리스의 3점슛 성공률이 2쿼터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지역방어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페인트 존을 철저하게 방어하면서 그리스의 돌파를 막아냈고, 리바운드 단속을 철저하게 하면서 경기를 박빙으로 밀고 갔습니다.
공격에서는 이첸리엔-왕지지-왕쉬펑으로 이어지는 프론트 라인의 높이가 아주 위력적이었습니다.특히 이첸리엔은 왕지지와 하이 앤 로 공격을 비롯하여 골밑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26득점 14리바운드를 쏟아붓는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NBA에서는 "너무 외곽에서만 논다", "7푸터 3점슈터다"란 평가를 듣는 이첸리엔입니다만, 이날 만큼은 야오밍의 골밑 공백을 메우려는듯 아주 적극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리바운드에도 적극 가담했고요. 왕지지(15득점), 왕쉬펑(13득점)도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좋은 공격력을 보여줬습니다. 지역방어와 이 세선수의 활약을 앞세워 중국은 4쿼터에 경기를 역전하기도 했죠.
그리스는 중국의 지역방어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진 못했습니다. 너무 3점슛에만 의존한 공격을 펼쳤죠. 3점슛 시도 갯수가 2점슛 시도 갯수보다 무려 10개나 많았으니 말다했죠. 그래서 3점슛이 들어가면 달아나고, 3점슛 성공률이 떨어지면 따라잡히는 경기 양상이 반복되었습니다. 압박수비는 좋았습니다만, 높이를 앞세운 중국의 공격에 고전하는 모습이었죠.
승부가 갈린 것은 4쿼터 중국이 경기를 뒤집은 직후였습니다. 이첸리엔의 자유투 득점으로 경기를 뒤집은 중국은 이후에 경기 운영에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경기를 역전시킨 후에 너무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중국 가드진은 정말 한숨나오게 하더군요. 류웨이는 성급한 공격으로 경기 흐름을 끊어 먹었고, 순 유에는 15득점을 기록하면서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4쿼터에 시야가 닫힌 것 같았습니다. 신나게 꼴아박더군요. 특히 종료 2분을 남기고 81-79로 2점 뒤진 상황에서 두번의 성급한 공격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줬습니다. 유슈롱은 나와서 혼자 드리블만 하나가 들어갔고요. 전체적으로 중국 가드진은 팀의 장점인 프론트 코트를 전혀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그리스 골밑을 폭격하다 시피한 이첸리엔은 클러치 타임이었던 4쿼터 말미에는 볼을 거의 만져보질 못했습니다. 왕지지도 마찬가지였고요.
반면 그리스는 답답했던 공격을 니코스 지시스가 뚫어주면서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지시스는 역전당한 순간부터 8득점을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그리스를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바시리스 스페뇰리스가 노련한 경기 운영을 하며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흐름이 그리스로 넘어가면서 중국은 그때까지 잘 해왔던 리바운드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는등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4쿼터막판에 턴오버가 쏟아졌고요. 베테랑 팀인 그리스와 비교적 젊은 팀인 중국의 클러치 상황에서 대처능력 차이가 결국 승패를 갈랐다고 보여졌습니다.
그 밖에 어제 본 경기를 몇 자 적어보면,
아시아 팀들의 선전이 눈에 띄었습니다. 요르단은 강호 호주와 경기내내 접전을 펼쳤습니다. 요르단은 경기 종료 30초전까지 경기를 앞서고 있었습니다만 호주의 데이빗 앤더슨에게 자유투를 내주면서 76-75로 한점차 아쉬운 패배를 당했습니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죠.
레바논은 다크호스로 꼽히던 캐나다를 81-71로 꺾으면서 아시아국가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포워드로 꼽히는 파디 엘 카티브가 31득점을 쏟아부으면서 이름값을 했고요. 포인트 가드 로니 파헤드가 4쿼터에 좋은 경기 운영을 보여줬습니다. 캐나다는 4쿼터에 팀을 이끌어 줄 선수가 없어 보였습니다. 클러치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앤디 라우틴스에 대한 평가가 좋아서 기대를 했었는데, 4쿼터에 파울 트러블로 별다른 활약이 없었네요.
러시아와 푸에토리코 경기도 1,4쿼터를 봤는데요. 러시아가 75-66으로 승리했습니다. 다음 시즌 뉴욕 닉스에서 뛰게될 티모에프 모그조프의 움직임이 괜찮았습니다. 푸에토리코는 카를로스 아로요가 부상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갑갑하게 되었습니다.푸에토리코는 이미 대회 시작 전에 몇몇 선수들이 팀내 역할에 불만을 품고 팀을 떠나기도 했었죠.
미국과 크로아티아 경기는 전반만 봤는데요. 전반만 봐도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미국은 1쿼터에 크로아티아의 조직력에 고생을 하긴 했습니다만 2쿼터부터는 압박수비가 살아나면서 경기를 리드해나갔습니다. 그리고 2쿼터 중반에 에릭 고든의 3점슛 2방, 루디 게이의 3점슛 한방으로 순식간에 점수차를 벌렸죠. 사실상 20점차 이상이 나면서 여기에서 경기 끝이었습니다. 106-78 미국 승. 크로아티아에서는 센터인 안테 토미치가 눈에 띄더군요. 확실히 예전에 삐쩍 마른 몸보다는 근육도 많이 붙었고 골밑에서 파워도 좋아진 것으로 보였습니다.
미국-크로아티아 경기가 대략 새벽 3시에 끝나서 뒤에 경기들은 챙기지 못했는데요. 일어나서 보니 프랑스가 디팬딩 챔피언 스페인을 잡았네요. 이것도 업셋이라면 업셋이네요. 박스 스코어를 보니 반가운 이름이 있습니다. 미카엘 젤라발. 이 선수 시애틀에서 뛰었던 선수죠. 수비 좋고 팀 플레이에 능해서 기대했던 선수였는데, 루키 계약이 끝날때쯤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해서 결국 NBA를 떠났거든요. 이날 경기에서 16득점으로 팀 최다 득점을 기록했는데, 부활한 모습을 보니 반갑습니다. 이 경기 다시 보고 싶은데, FIBA TV에 다시 보기가 아직 뜨질 않네요.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밖에 세르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등 강팀들이 1차전을 무난하게 승리하면서 세계선수권 대회 첫날이 흥미진진하게 지나갔습니다.
오늘 경기들도 기대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