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 나가사키에서는 24회 FIBA 아시아 선수권 대회(24th FIBA Asia Championship For Women)가 열리고 있습니다. 아시아 여자 농구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죠. 특히 이번 대회 우승팀에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직행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대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부리그라고 할 수 있는 Level 1 에서 모두 6개 팀(대한민국, 중국, 일본, 대만, 레바논, 인도)이 올림픽 티켓을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6개 팀이 풀리그 방식으로 경기를 치루고 상위 4팀이 결승 토너먼트를 통해서 우승팀을 가리게 됩니다.
어제 대한민국은 난적 중국을 2차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99-93으로 잡으면서 쾌조의 출발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방금 끝난 인도와의 2차전도 시종일관 앞선 경기를 펼친 끝에 83-47로 승리 2연승을 기록했습니다. 내일 홈팀인 일본과의 경기를 승리한다면, 결승까지는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바련한 셈입니다.
어제 중국전은 개인적으로 참 오랫만에 접한 여자농구 경기였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WKBL 경기들을 거의 챙겨보질 못했거든요. 그랬는데, 간만에 접한 경기가 아주아주 명승부라 간만에 흥분하면서 경기를 봤습니다. 마침 대회기간이 휴가기간이랑 겹치고, SBS-ESPN에서 경기 중계를 해주기때문에 앞으로 며칠 간은 여자농구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 같습니다.
중국전과 인도전을 보고 인상적이었던 점들 몇가지 짧게 적어보겠습니다. 주로 중국전 이야기가 주가 되겠네요.
다양해진 공격 패턴과 압박 수비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다양한 공격 패턴이었습니다. 중국과 경기는 아무래도 신장에서 열세가 있다보니 삼점슛 의존도가 클 것이라고 예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국가대표팀 외곽슛을 책임졌던 변연하와 박정은이 빠진 대표팀은 아무래도 어려운 경기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이런 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중국전에서 한국은 확실히 위력적인 3점슛을 보여줬습니다. 18개의 삼점슛을 시도하여 7개를 성공시켰고 40% 가까운 성공률을 보여줬죠. 하지만 삼점슛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박스 스코어를 보면서 눈에 띄는 스탯이 있었습니다. 바로 26개의 자유투 시도 갯수와 32점의 페인드 존 득점이었습니다. 26개의 자유투 시도갯수와 32점의 페인트 존 득점은 중국과 거의 같은 수준의 득점입니다. 이 득점은 한국이 삼점슛 일변도로 가지 않고 골밑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는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 스탯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공격은 2000년대 초반 이른바 "밀레니엄 킹스"라고 불리던 새크라멘토 킹스의 모션 오펜스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최윤아, 김정은, 김단비, 이연화는 부지런히 빈공간을 찾아서 컷을 하면서 골밑을 공략했습니다. 신정자, 하은주, 강영숙은 몸을 사리지 않고 이 선수들을 위해 스크린을 서줬구요.
돌파가 되니 파생되는 공격도 많아졌습니다. 파울을 얻어내는 횟수도 많아졌고, 돌파를 통해서 킥아웃패스가 나가는등 요소요소에 필요한 패스가 나갔고, 끊임없이 오픈 찬스를 만들어서 공격을 해나갔습니다. 삼점슛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 찬스들을 놓치지 않은 것이었죠. 횡패스만 돌리다가 삼점슛을 던지던 모습은 어제 중국전에선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최윤아와 신정자가 중심이 된 2:2 플레이도 가세가 되었고, 출전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하은주를 이용한 하이-로 공격도 나왔고요. 경기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 장면이 한 두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수비도 앞선에서 최윤아-이연화의 압박이 엄청났고, 순간 순간 섞어준 트랩 디팬스도 주요했습니다. 골밑에서는 신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강영숙, 신정자의 박스아웃과 탭 아웃이 아주 좋았구요. 리바운드에서 37-21로 열세였습니다만, 실제 경기에서 느껴지는 차이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거친 압박 수비에 중국의 리지에나 첸난 등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구요. 특히 중요했던 4쿼터와 연장전에서 중국은 한국 가드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턴오버를 범하면서 무너졌죠. 특히 4쿼터 종료 30초 남기고 동점을 만드는 최윤아의 스틸이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새로운 삼각편대 최윤아, 김정은, 신정자
최윤아는 어제 완전히 최윤아이버슨이었습니다. 29득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중국의 골밑을 헤집고 다니면서 올려놓는 골밑 슛들은 아이버슨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신정자와 2:2 플레이도 아주 좋았고, 수비 최전방에서 중국 가드진에 대한 압박도 좋았습니다. 2차연장에서 폭풍 8득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모습까지 정말 대단했습니다. 대회 시작전에 정선민, 변연하, 박정은이 빠지면서 해결사가 없어서 불안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날 중국전에서는 최윤아가 해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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