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은 리그 패스를 통해서 경기를 보고 있습니다.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 경기가 있는 날은 선더 경기를 보고요. 선더 경기가 없는 날은 선더가 바로 다음에 상대할 팀의 경기를 찾아 봅니다. 그래서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가 시카고 불스와 경기가 있기 전날, 그 전에 있었던 불스와 매직의 경기를 봤습니다. 불스는 이날 올랜도 매직을 잡으면서 4연승을 달렸죠.
경기를 보고 느낀 점은.
"리바운드를 탈탈 털리겠구나" 였습니다. 운동능력 좋고, 터프하고, 전투적인 불스의 젊은 빅맨들 - 조아킴 노아, 타즈 깁슨, 타이러스 토마스에게 유린당하는 소프트한 선더 골밑이 눈에 선했습니다.
그리고 "불스는 데릭 로즈에게 꽤 많이 의지를 하고 있는데, 의외로 로즈가 약점이 많아 보인다" 였습니다. 로즈는 이 경기에서 여전한 돌파와 향상된 슈팅으로 30득점을 쏟아부었습니다만,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포인트 가드로서 팀을 이끄는 능력도 아직은 약간 부족해 보였습니다. 게다가 로즈의 부담을 덜어줄만한 선수가 불스에서는 보이지 않았고요. 루올 뎅은 예전 포텐셜이 죽어버린 느낌이었고요. 샐먼스도 그저그래보였습니다. 폭발력을 발휘해주던 벤 고든도 없고 말이죠.
그래서 내린 결론은 "수비 리바운드 단속을 잘하고, 데릭 로즈만 셧다운 시키면 이길 수 있겠다" 였습니다. 그럼 실제 경기는 어땠을까요?
또 다시 털린 리바운드
시카고 불스에게 리바운드는 예상대로 탈탈 털렸습니다. 공격 리바운드를 무려 25개나 허용했죠. 이러고도 이겼다는 것이 참 신기할 정도네요. 공격 리바운드를 많이 허용했습니다만 그나마 다행인 것이 리바운드를 제외한 선더의 수비는 여전히 견고했고,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세컨찬스 득점은 많이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경기에서 선더가 기록한 블록슛이 모두 9개였습니다.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쉬운 풋백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죠. 또 25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허용했음에도 양팀의 리바운드 차이는 52-48로 4개 차이였습니다. 선더가 불스의 미스샷을 그만큼 많이 유도했다는 뜻이겠죠.
오펜스 리바운드를 많이 허용했지만 그 마진을 뛰어넘을 만큼의 수비를 보여줬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리바운드 단속을 못한 것이 용서될 수는 없겠지만요. 오늘 경기 뿐만 아니라 최근 경기들에서 공격 리바운드를 너무 많이 뺏깁니다. 철저한 박스 아웃을 통해서 리바운드를 사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데릭 로즈 봉쇄
전반까지만 해도 선더는 데릭 로즈 봉쇄에 실패했습니다. 로즈는 장기인 돌파를 통해서 선더 골밑을 휘저었고, 속공과 2:2 플레이를 지휘하면서 불스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후반전에 선더의 스캇 브룩스 감독은 로즈의 수비수를 웨스트브룩에서 타보 세폴로샤로 바꿨습니다. 브룩스 감독이 후반전에 자주 쓰는 수비변화인데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상대팀 공격의 시발점인 포인트 가드에게 팀내 최고 수비수 세폴로샤를 붙이는 것이죠. 워싱턴 전에서 길버트 아레나스, 유타 재즈 전에서 데론 윌리엄스를 상대로 짭짤한 재미를 본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 수비 변화가 불스와 후반전에 꽤 효과를 봤습니다.
사이즈와 스피드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타보를 상대로 데릭 로즈는 꽤나 고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타보가 앞선에서 걸러주고, 뒷선에서는 닉 칼리슨이 길목을 지키는 수비를 통해서 로즈의 장기인 돌파를 차단했습니다. 닉 칼리슨이 수비에서 이런 헬프 앤 리커버를 꽤나 잘해주죠. 공격을 이끌어야할 로즈가 막히면서 불스 공격은 단조로운 점프슛 위주로 흘렀고, 이 기회를 잡은 선더는 3쿼터를 32-14로 리드하면서 경기 흐름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러셀 웨스트브룩 1옵션 놀이
스캇 브룩스 감독은 공격에서는 러셀 웨스트브룩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아마도 수비가 약한 데릭 로즈의 약점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걸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전에는 좀처럼 쓰지 않았던 3가드 스몰라인업 입니다. 메이너-웨스트브룩-하든(세폴로샤)-듀란트-닉 칼리슨(이바카)의 라인업을 꽤 오랜 시간을 돌렸습니다. 심지어 듀란트도 빼고 3가드에 칼리슨-이바카로 돌리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3,4번을 오가면서 35분 이상 출전하던 제프 그린을 배제한 라인업이었죠.웨스트브룩의 리딩 부담을 덜고 공격에 전념하게 하는 동시에 듀란트를 4번으로 세워서 타즈 깁슨을 상대로 미스매치를 만들어내려는 브룩스 감독의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이 변칙 라인업 속에서 그동안 공격에서 많이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던 웨스트브룩은 리딩은 메이너에게 맡기고 로즈를 상대로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습니다. 이 경기에서 1옵션은 듀란트가 아니라 웨스트브룩이었죠. 최근에 돌파 뿐만 아니라 삼점슛 라인 한발 앞에서 던지는 풀업 점퍼까지 장착한 웨스트브룩은 전반전까지 단 하나의 어시스트도 기록하지 않고 29득점을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하든과 메이너가 외곽에서 3점슛으로 충분한 지원사격을 해줬고요.(역시 선더는 삼점슛이 터지면 경기가 정말 잘 풀립니다.) 듀란트도 25득점으로 자기 몫은 충분히 해줬습니다.
오늘 공격의 초점이 웨스트브룩에게 맞춰지면서 제프 그린이 14분 출전에 그쳤습니다. 그린의 슛감이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팀 전술상 희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드래프트 될 때부터 케빈 듀란트의 그림자로 살아야하는 제프 그린의 숙명이죠. -_-;;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 파워 랭킹
오늘 선더가 승리하고, 유타가 뉴올리언즈에게 패하면서 선더는 재즈를 1경기차로 밀어내고 서부 컨퍼런스 단독 8위에 올라섰습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순위가 큰 의미가 없습니다만 최근 어느 시즌보다 피터지는 경쟁을 하고 있는 서부에서 플레이오프 진출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더가 참 낯설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 서부 컨퍼런스는 정말 장난아니네요. 15개팀중 11개팀이 5할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12위인 클리퍼스와 13위인 세크라멘토 킹스도 동부로 가면 플레이오프 진출권에 있습니다. 사우스 웨스트 디비전은 5개팀이 모두 5할 승률을 기록중이고요. 그동안 서고동저가 많이 완화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올해는 사상 최악의 서고동저가 될 것 같습니다.
NBA.COM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 12위) - 지난 토요일 밀워키 벅스에게 연장전에서 패하면서, 선더는 서부 컨퍼런스 단독 8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이팀의 수비는 계속해서 강력함을 이어나가고 있다. 10월 11월에 평균 3.8개의 턴오버를 기록했던 러셀 웨스트브룩은 12월과 1월들어 2.4개 턴오버로 수치를 낮췄다.
ESPN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 12위) -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에서 가장 흥분되는 것은 무엇인가? 케빈 듀란트의 7경기 연속 30+득점? 베테랑이 거의 없는 젊은 팀이 5할 승률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것? 그것도 아니라면, 선더가 재정적 유동성 덕분에 얼마나 많은 선수들(세폴로샤, 크리스티치, 메이너)을 거져 주웠는가 하는점?
SI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 12위) - 12월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의 발전된 공격에 경의를 표한다.선더는 11월에 비해서 평균득점이 4점 정도 올랐고, 슈팅 성공률도 2%이상 증가했다. 더 완숙한 플레이를 펼치는 러셀 웨스트브룩 덕분이다. 최소한 스캇 브룩스 감독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러셀은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그는 매달 발전하고 있죠. 그가 더 발전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게임을 하는 것이 웨스트브룩에게 쉽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천천히 경기에서 더 쉬운 결정들을 해나가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