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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빅 3"를 밟아버린 선더 "빅 3"

농구 이야기/OKC Thunder

by 폭주천사 2009. 11. 2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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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 시티 선더 트리오 케빈 듀란트, 제프 그린, 러셀 웨스브룩이 동시에 활약했던 경기가 언제였지? 이번 시즌 들어서는 없었던 것 같다. 선더가 7승 6패라는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경기때마다 살짝 아쉬웠던 점은 세 선수가 나란히 맹활약했던 경기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케빈 듀란트가 좋은 모습을 보이면 제프 그린이 부진하고, 웨스트브룩이 맹활약하면 듀란트가 부진하고 이런 식이었다.

하지만 어제 워싱턴 위저즈를 상대한 경기에서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의 영건 트리오는 80득점, 24리바운드 15어시스트 6스틸을 기록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득점에선 듀란트가, 리바운드에서는 그린이, 어시스트에서는 웨스트브룩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앤트완 재미슨이 복귀하면서 길버트 아레나스-캐런 버틀러로 이어지는 빅 3를 형성했고, 바로 전경기에서 강호 클리블랜드 케버리어스를 잡아낸 워싱턴 위저즈였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보였는데 4쿼터에 신나는 런을 하면서 선더가 대승을 거뒀다.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한 번 리듬을 타면 얼마나 신나는 농구를 펼치는지 잘 보여준 경기였다. 선더는 좋은 수비와 스틸을 앞세워 워싱턴 위저즈를 압박했고 여기서 나오는 턴오버들은 고스란히 선더의 속공으로 연결되었다. 속공 점수가 무려 28득점. 선더 선수들은 하일라이트 장면을 쏟아내면서 홈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2쿼터에 나왔던 웨스트브룩-타보 세폴로샤-케빈 듀란트의 덩크슛 장면이나, 4쿼터에 제임스 하든의 스틸에 이은 웨스트브룩과의 속공, 케빈 듀란트의 코스트 투 코스트 덩크, 앨리웁. 제프 그린의 팔로우 업 덩크. 경기 하나만으로 믹스를 만들어도 될만큼 멋진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젊은 선수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경기의 터닝 포인트

3쿼터에 타보 세폴로샤를 길버트 아레나스에게 붙였던 수비 매치업의 변화를 꼽고 싶다. 2쿼터를 62-55로 앞섰던 선더는 3쿼터 시작과 동시에 워싱턴에게 10-4런을 허용하면서 1점차까지 추격을 당했다. 스캇 브룩스 선더 감독은 타임 아웃이후에 워싱턴 공격의 시발점인 길버트 아레나스에게 선더 최고의 퍼리미터 수비수 타보 세폴로샤를 붙이면서 매치업 변화를 줬다. 그리고 이 매치업 변화가 바로 효과를 봤다.

타보는 아레나스를 철저하게 봉쇄했고, 공격의 물꼬를 터줄 아레나스가 틀어막힌 위저즈의 공격이 빡빡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선더의 16-9 런. 점수차는 다시 8점차. 타보의 수비력은 타보가 마이크 밀러의 발을 잘못밟아 발목부상으로 교체되어 나간후에 더 존재감을 드러냈다.

타보 대신 들어온 제임스 하든은 수비에서 헛점을 보였고, 헛점을 발견한 워싱턴이 이걸 놓칠리 없었다. 화력에서는 리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워싱턴의 공격이 불을 뿜으며 다시 7-0런. 점수차는 1점차. 스캇 브룩스는 타보를 다시 투입했고 이때부터 이어진 선더의 13-5 런. 결국 선더는 3쿼터를 95-86으로 마칠 수 있었고, 이 흐름을 바탕으로 4쿼터에는 "쇼타임 선더"를 선보이며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


Thunder of the Game

이날 경기에서는 누구하나를 뽑기 힘들 정도로 선수들이 모두 잘 해줬다.

케빈 듀란트는 35득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다. 적극적인 돌파를 통해서 자유투를 13개나 얻어냈고, 승부처였던 4쿼터에 11득점을 몰아넣으며 에이스 본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제프 그린은 전반전을 책임졌다. 그린은 적극적인 리바운드 참가와 풋백 득점으로 경기 초반 선더의 리드를 이끌었다. 자신보다 신장이 작고 힘에서 밀리는 마이크 밀러를 상대로는 포스트업을 자신보다 신장이 크지만 스텝이 느린 브랜든 헤이우드를 상대로는 페이스업을 구사하면서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미스매치를 영리하게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전반전의 맹활약에 비해 후반전 득점 가담이 안된 것은 좀 아쉬웠지만, 후반전엔 워낙 슛감이 좋은 선수들이 많았으니까. 제프 그린이 최근 슬럼프였는데 이 경기를 계기로 다시 리듬을 찾았으면 한다. 19득점 14리바운드.

러셀 웨스트브룩은 공격형 포인트 가드의 상징인 길버트 아레나스를 상대로 26득점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여전히 아쉬운 상황판단이 보이긴 하지만 널뛰는듯한 기복은 많이 잦아진 모습이다. 최근에 3점슛을 비롯한 슈팅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슈팅이 살아나면서 장기인 돌파도 더 위력을 더한 모습이다. 12개의 자유투를 얻어낸 것도 아주 긍정적인 모습. 다만 수비에서 지지부진함은 조금 아쉽다.

최근 몇 경기에서 슈팅난조였던 타보 세폴로샤는 이날 7/15, 삼점슛 2/3 으로 16득점을 기록하면서 슛감을 찾은 모습이다. 앞서 말했듯 중요한 순간에 길버트 아레나스를 봉쇄하는 수비를 보여줬다. 타보는 선더 퍼리미터 수비의 중심이다. 자신의 수비수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수비 위치나 동선도 체크해주고, 헬프, 스위치 가리지 않고 열심히 선더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공격에서는 속공 피니셔로, 그리고 오픈 3점슛을 꼬박꼬박 넣어주는 스팟업 슈터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에서 타보 세폴로샤가 코트위에 있을때 득실점 마진이 무려 +30 이었다.

제임스 하든은 올랜도 원정경기에서 24득점을 기록하면서 커리어 하이 득점을 기록했는데, 이날 경기에서는 25득점을 기록하면서 하루만에 커리어 하이 득점을 갈이치웠다. 26분 출전에 25득점이라는 놀라운 효율성. 시즌 초반에 하든을 탑에 세워놓고 이런저런 실험을 많이 했던 선더였는데, 이 경기에서는 주로 스팟업 슈터로 나서 오픈 찬스를 많이 성공시키는 모습이었다. 1:1 상황에는 원드리블 이후 올라가는 점퍼가 정확성이 높았다. 아직 수비에서 미숙함이 보이고 대학때 장기였던 골밑 돌파 후 우겨넣기가 아직 NBA에서는 통하지 않는 모습인데, 그래도 경기를 거듭하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잊을뻔 했는데 이날 하든과 웨스트브룩이 만들어낸 속공이 정말 멋졌다. 안보고 갈 수 없지.




출전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이탄 토마스, 케빈 올리도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줬다.

현지 중계진도 이번 경기의 Thunder of the Game은 Team Thunder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말이 정답이다.


선더의 스몰 라인업

4쿼터에는 위저즈가 얼 보이킨스(NBA Top 5 루저) - 길버트 아레나스-캐런 버틀러-마이크 밀러-앤트완 재미슨의 스몰라인업을 들고 나와서 선더도 러셀 웨스트브룩-제임스 하든-타보 세폴로샤-제프 그린-케빈 듀란트의 스몰라인업으로 맞대응을 했다. 웨스트브룩 6-3. 하든 6-5, 타보 6-7, 그린 6-9, 듀란트 6-10같은 6-9니까 이 라인업을 스몰라인업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젊은 선수들로 이뤄진 이 라인업은 한번 리듬타고 달리기 시작하니까 걷잡을 수 없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일라이트 장면이 쏟아진 것도 4쿼터였고, 흐름이 완전히 올라왔다.

하지만 4쿼터 막판에 보이킨스가 연속 득점하면서 흐름이 워싱턴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을때 선더 선수들은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수비도 무뎌지고 오펜스 리바운드도 헌납하면서 정신줄을 살짝 놓치는 모습이었는데 젊은 선수들이 기세타면 무섭지만 이런식으로 한번 정신줄 놓으면 밑도 끝도 없이 무너진다. 다행히 경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고 점수차가 많이 난 상황이었고 워싱턴의 파울 작전을 자유투로 꼬박꼬박 성공시키면서 경기를 잘 마무리했지만, 아직 어린 티가 팍팍 났다.


워싱턴 위저즈

마지막으로 워싱턴 위저즈 이야기. 사실 처음 본 워싱턴 경기라 뭐라 할말은 없다. 다만 공격력에 비해서 수비가 좀 많이 부족하단 인상을 받았다. 부상에서 복귀한 선수들도 많고, 로스터에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많은 탓인지 아직 조직력도 완전해보이지 않았고 말이다. 벤치도 좀 허약했는데 벤치 득점을 이끌어줘야할 안드레 블라체가 이 경기에선 큰 활약을 못했다. 랜디 포이도 살짝 잉여냄새가 났고. 랜디 포이는 지난 시즌까지 알 재퍼슨과 더블어 미네소타 리빌딩의 핵 아니었나? 어쩌다 존재감이 이 모양이 되었지? 닉 영도 지난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은데 가비지에나 나오고.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부상에서 돌아온 길버트 아레나스는 아직 체력적으로 회복이 완전하게 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타보 세폴로샤의 수비가 좋긴하지만 이정도로 쳐발릴 길교주가 아닌데, 아직은 적응 중인 것 같다. 하긴 거의 두시즌을 쉬었으니.

캐런 버틀러도 여전했고. 앤트완 재미슨은 딱 보니 제프 그린이 롤모델로 삼아야할 선수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6-9의 신장에 내외곽에서 플레이가 가능해 미스매치를 유발할 수 있는 타입의 4번. 재미슨이 득점에 특화된 면이 있다면, 제프 그린은 득점력은 마이너스 되고 수비와 다재다능함에서 플러스가 된 타입정도? 특히 재미슨이 골대 근처에서 던지는 플로터는 그린도 장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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