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퍼스는 그동안 부상으로 결장했던 팀 던컨과 토니 파커가 돌아왔고 홈에서 4승 무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경기전 ESPN에서 예상한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의 예상 승률은 18%. 하지만 선더가 크게 사고를 쳤다. 만년 약체가 챔피언 컨텐더를 이긴 것이다.
이 정도 경기 결과면 NBA 관련 커뮤니티가 떠들썩할만도 하다. "우와. 선더가 스퍼스를 잡았네요","선더 이러다 플옵갈듯", "러셀 웨스트브룩 0턴오버 하악하악", "스퍼스는 파커-제퍼슨이 손발이 안맞아요" 등등등.
하지만 오늘은 55득점을 쏟아부은 밀워키 벅스의 루키 브랜든 제닝스에게 완전히 묻혔다. 커뮤니티는 온통 브랜든 제닝스 이야기. 오늘 위닝샷을 터뜨린 마이애미 히트의 드웨인 웨이드조차 묻힌 마당에, 선더가 스퍼스를 잡은 것은 사건 축에도 못꼈다. 브랜든 제닝스는 선더와 한 경기도 치루지 않았지만 바로 선나쌩(선더 나오면 쌩큐) 클럽 회원에 등록이다.
브랜든 제닝스에게 묻혔지만 오늘 선더의 승리는 여러모로 젊은 팀의 발전을 볼 수 있는 의미있는 경기였다.
경기 흐름을 관리하는 능력이 좋았다. 전반전을 7점차로 뒤지고 끝났다. 이런 상황에서 3쿼터 초반에 어리바리하면 바로 경기 끝이다. 하지만 선더는 3쿼터 시작과 동시에 14-4 런을 하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확실하게 경기 흐름을 가져온 것이고 이 흐름은 4쿼터 초반 9점차 리드까지 이어졌다.
이후에 스퍼스의 반격으로 점수차가 1점차까지 줄어든 상황.양팀의 수비가 강화되고 쉽사리 득점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으로 경기가 흘러갔다. 보통 경험이 부족한 젊은 팀들은 이런식으로 점수차가 줄어들면 좇기게 되고 서두르게 되면서 턴오버를 남발하며 자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자유투를 짜내면서 끝까지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였다. 넘어간 흐름을 다시 가져오고, 가져온 흐름을 다시 내주지않는 젊은 팀 답지 않은 노련한 경기운영이었다.
선더의 선전은 수치상으로도 나타난다. 선더는 팀 던컨을 4쿼터에 무득점으로 묶었고, 스퍼스의 삼점슛을 16.7%(3-19)로 묶었다. 10개의 블록샷은 시즌 최다. 리바운드도 40-38로 대등하게 가져갔고, 페인트 존 득점에서도 54-44로 앞섰으며 세컨 찬스 포인트에서도 20-4로 앞섰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마무리를 좀 더 깔끔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경기 막판에 스퍼스의 파울 작전에서 러셀 웨스트브룩과 케빈 듀란트가 자유투를 한개씩 놓친 것이나, 마지막에 조지 힐에게 허용한 3점슛, 들어가진 않았지만 마이클 핀리의 3점슛에 대한 수비도 좀 아쉬웠다. 막판에 리바운드 단속도 좀 아쉬웠고.
특히 시껍했던 장면타보 세폴로샤의 아웃 어브 바운드 상황에서의 턴오버. 조지 힐이 3점슛을 성공시키고 3점차 상황에서 리차드 재퍼슨에게 스틸당한 아웃 어브 바운드 플레이는 내내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타보가 다음 수비에서 리차드 재퍼슨의 볼을 스틸해내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긴 했지만 말이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말자.
경기의 터닝 포인트
위에서도 밝혔듯이 3쿼터 초반 14-4 런. 전반전을 뒤진 선더는 경기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해서 3쿼터 초반이 매우 중요했는데 러셀 웨스트브룩의 3점슛을 신호탄으로 제프 그린의 덩크, 듀란트의 풀업점퍼, 그린의 삼점슛, 크리스티치와 타보 세폴로샤의 점퍼가 연달아 터지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Thunder of the Game
러셀 웨스트브룩. 클리퍼스와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당했던 웨스트브룩은 이날 19득점 5리바운드 11어시스트에 0 턴오버를 기록하면서 완전히 부활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선더가 32-21로 앞선 3쿼터에는 9득점 6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다시 제대로 된 포인트 가드의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종료 48초를 남기고 토니 파커의 수비를 뚫고 성공시킨 러닝 스쿱샷은 사실상의 결승골이었다.
시즌 초반 킹스전에서 보여줬던 움직임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신체 조건을 이용해서 백다운으로 토니 파커를 공략하면서 외곽의 찬스를 봤고, 네나드 크리스티치, 제프 그린과의 픽앤팝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웨스트브룩은 돌파할때 스크린을 이용하면 확실히 시야가 넓어진다. 슛과 패스에 대한 상황판단도 원할하게 되고, 돌파후에 수비를 끌어모은뒤 내주는 패스나 슛셀렉션도 좋아지고 슛의 안정감도 올라갔다. 수비에서 스크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단점은 여전한데 이걸 제외하면 오늘 러셀 웨스트브룩은 완벽했다.
러셀 웨스트브룩이 워낙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밀렸지만, 제프 그린도 21득점 10리바운드 2블록슛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4쿼터에 놓친 슛들은 좀 아쉽긴 했지만. 제프 그린이 은근히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강하다
부진했던 케빈 듀란트
듀란트는 25득점을 기록했지만 그다지 좋은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1쿼터에 적극적인 돌파로 많은 자유투를 얻어내면서 출발은 좋았는데 2쿼터부터 스퍼스의 수비에 잡혀서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스퍼스는 조지 힐을 듀란트에게 붙였는데, 조지 힐이 듀란트가 볼을 잡지 못하도록 오버가딩을 거의 완벽하게 해냈다. 거기에다 웨스트브룩이나 타보 세폴로샤가 롭 패스로 앤트리 패스를 넣어주질 못해서 더 답답했다. 어찌어찌 볼을 잡으면 던컨이 더블팀을 붙었고. 1옵션인 듀란트가 봉쇄되자 시간에 좇긴 선더 선수들은 단조로운 1:1에 주로 의존했는데 효과적이지 못했다. 결국 2쿼터에 흐름은 스퍼스로.
이후에도 선더는 듀란트에 수비에 대한 해답을 내놓질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대신 웨스트브룩이 네나드 크리스티치와 2:2를 중심으로 돌파구를 찾아서 흐름을 다시 가져올 수 있었다. 듀란트가 부진했음에도 경기를 이겼으니 팀으로서는 한단계 성장했다고 볼 수 있지만, 듀란트가 선수로서 한단계 성장하려면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법에도 익숙해져야할 것 같다.
그밖에 이야기들
알럽카페에서 MJ32님이 타보 세폴로샤의 디나이 수비가 좀 부족하다란 평가를 하셨는데, 오늘 보니 자신의 마크맨을 놓치는 장면이 몇 번 있었다. 확실히 볼을 든 선수를 수비하는 것에 비해 디나이 수비가 좀 모자라 보이긴 한다. 다만 타보가 헬프 수비를 워낙 열심히 하다보니 정작 자신의 마크맨을 놓치는 것 같기도 하다. 타보도 7득점 5리바운드 1어시스트 4스틸 1블록슛 기록.
이탄 토마스의 출전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내 생각으론 네나드 크리스티치가 잘해주고, 닉 칼리슨이 뒤를 잘 받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크리스티치가 공격에서 기여하는 면뿐만 아니라 이른바 몸빵이라고 하는 수비에서도 꽤 잘 버텨주고 있다. 게다가 러셀 웨스트브룩과 2:2 픽앤팝도 잘 소화하고 있고. 크리스티치가 슛감이 안좋은날 웨스트브룩도 같이 부진한 경우가 많다.
오늘 제임스 하든이 멋진 왼손 원핸드 슬램덩크를 성공시켰다. 탑텐 플레이에도 올랐으니 한 번 보고 간다.
마지막으로
스퍼스에 대한 이야기는 이웃분들께서 많이 해주실테니, 리뷰는 맡기기로 하고. 제퍼슨과 파커가 동시에 코트에 있을때 확실히 좋질 않다. 그동안 말로만 들었는데 실제 경기를 보니 생각보다 겉도는 모습이 심하다. 오늘 제퍼슨이 던진 슛 4개. 키스 보건스 보다도 볼을 못만지는 것 같았다. 스퍼스는 이문제 해결하지 못하면 초반에 꽤나 고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