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7일부터 인도 첸나이에서 제 23회 FIBA 아시아 여자농구 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 중국, 일본, 대만, 태국, 인도와 함께 Level 1 에 속해 있으며 인도, 태국, 대만, 일본을 차례로 꺾고 4연승 중이다.
중국과의 예선전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고, Level 1 상위 4팀이 진출하는 결선 라운드 진출은 확정된 상황이다. 이번 대회의 상위 3개팀은 2010년 체코에서 열리는 월드챔피언십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 인도, 태국, 대만과의 경기는 수월했다. 약팀을 상대로 한 경기들이었기 때문에 딱히 긴장감도 없었고. 다만 남자 대표팀의 답답한 경기를 보다보니, 여자 대표팀의 경기력은 확실히 눈을 정화시키는 수준이었다. 올림픽 8강은 역시 고스톱쳐서 간게 아닌거다. 다만 일본과 중국을 상대로도 이런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가 관건이었다.
- 그랬기 때문에 어제 일본전은 꽤나 관심이 갔다. 결과는 82-68 로 한국의 승리였지만, 경기 내용은 확실히 100%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일본이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 경기였다.
- 한국은 1쿼터를 23-14로 뒤졌다. 일본이 연구를 많이 해온 것이 보였다. 한국은 이전 3경기에서 정선민이 하이 포스트 혹은 베이스 라인 쪽에서 볼을 잡고, 스크린을 받아서 볼없는 공격을 하는 커터들을 살리는 커팅 플레이를 자주 선보였었다. 일본은 정선민이 안으로 찔러주는 패스를 차단하고 커터들을 철저하게 체크하면서 1쿼터에 이런 한국의 공격을 봉쇄했다.
주패턴이 봉쇄당한 한국팀은 꽤나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별다른 해결책 없이 무리하고 단조로운 일대일 공격으로 일관했는데 이 과정에서 턴오버가 많이 나왔고, 성공률도 높지 않았다. 이런 실책들은 일본의 속공으로 그대로 연결되었다. 오가 유코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속공이 꽤 위력적이기도 했지만 한국의 트렌지션 수비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 일본은 수비에서 한국의 공격을 봉쇄했고, 빠른 속공과 베이스 라인 컷을 통한 플레이로 착실하게 득점을 쌓아갔다. 공격 리바운드에도 적극적으로 달려들었고 오가 유코가 답답할때마다 개인기로 활로를 뚫어줬다.
- 이날 한국은 오가 유코를 의식해서인지 수비가 좋은 진미정을 박정은 대신 선발 출전시켰는데 진미정은 제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했다. 수비에서는 오가의 베이스 라인 돌파를 저지하지 못했고, 공격에서는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오픈 찬스를 번번히 실패했다. 진미정은 앞의 3경기에서는 좋은 활약을 보여줬는데, 정작 큰 경기에서는 자기 몫을 전혀 해주지 못했다. 새가슴 인증. 설상가상으로 주전 포인트 가드 이미선도 이날 몸이 무척 무거웠는데 리딩의 부담을 덜어줄 박정은이 선발에서 빠지면서 공격은 더 빡빡하게 돌아갔다.
- 한국이 흐름을 다시 가져온 것은 2쿼터에 박정은과 김정은이 투입되면서다. 박정은은 부진한 이미선을 대신해서 경기리딩을 맡아 공격을 이끌었다. 박정은이 돌파와 삼점슛으로 공격에서 물꼬를 트기 시작하니, 한국의 세트 오펜스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수비에서는 김정은과 번갈아 가면서 오가 유코를 막았는데, 박정은은 높이에서 김정은 파워에서 오가 유코를 효과적으로 압박해줬다.
삼점슛 슛감이 좋지 않았던 변연하도 정선민과 2:2 기브 앤 고, 픽앤롤, 빈손 공격등을 통해서 득점에 가세했고, 김계령도 골밑과 미들레인지를 오가면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여자 대표팀은 확실히 스크린이나, 패싱게임, 빈손공격 같은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이 남자 대표팀에 비해서 뛰어나다.
- 김정은은 공격에서 삼점슛 3개 포함 15득점을 기록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수비에서도 전반에 잘 먹혔던 일본의 베이스라인 커팅을 잘 체크해주는 등 좋은 활약을 해줬다. 골밑에 앤트리 패스를 안정적으로 넣는 모습도 보여줬고, 헬프수비를 나가는 공간도 꽤나 넓어졌다. 오프 시즌과 이번 대회를 거치면서 많은 발전을 이룬 것 같다. 세대교체를 포기한 듯한 이번 대표팀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김정은의 이런 발전하는 모습이다.
- 이미선의 부진은 마음에 걸린다. 일본전에서 모습은 올림픽때 무시무시한 코트 압박을 보여주던 이미선의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발빠른 일본 가드들에게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이문규 해설 위원은 부상후유증 이야기를 하던데, 그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몸이 너무 무거워보였다. 그동안 체력안배를 위해서 출전시간도 20여분에 그쳤었는데, 오히려 너무 경기를 안뛰어서 문제가 된건가?
최윤아가 부상으로 빠진 이번 대표팀에서 이미선은 유일한 포인트 가드다. 백업으로 이경은 김유경이 있는데, 이경은은 일본의 수비 압박에 하프코트도 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아직 적응이 덜 된 상태고(3분 출전에 3턴오버), 김유경은 이경은에게도 밀리고 있고.
이미선이 부진하면 리딩 부담은 박정은이나 변연하에게 넘어가게 된다. 일본을 상대로는 박정은과 변연하가 공백을 잘 메웠지만 부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결선라운드 가서 다른 선수들에게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높다. 오늘 중국과 예선 마지막 경기가 있는데, 이미선의 상태를 유심히 봐야할 것 같다.
- 마지막은 FIBA 홈페이지에 올라온 경기 리캡으로 마무리
Superb second half surge steers Korea ahead
일본은 너무 일찍 공격과 수비에서 모든 것을 불태운 것일까?
2007년 FIBA 아시아 여자농구 챔피언십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일본이 디팬딩 챔피언 한국을 상대로 전반을 42-35로 마쳤음에도 결국 82-62로 패하자 나온 질문이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참가팀 중 처음으로 4승을 기록했고 일본은 2승 2패를 기록했다.
한국의 김정은은 자신의 15득점 중 후반에만 12득점을 몰아넣었고, 변연하는 전반에 5점 후반에 9점을 성공시켰다. 한국은 턴오버 갯수를 줄이면서 반대로 일본의 턴오버를 만들어냈다.
박정은은 경기 최다 득점인 17득점으로 올어라운드 플레이를 보여줬으며 정선민은 13득점 8리바운드로 제몫을 해줬다.
김계령은 전반과 후반 각각 8득점씩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다.
한국은 전반에 9개의 턴오버를 범했지만 후반에는 5개에 그쳤고 6개의 스틸을 해냈다.
한국이 주도권을 가져가면서 일본은 급격히 무너졌다.
9개의 턴오버를 저지르면서 일본은 후반에 비슷한 실책을 계속 범했다.
일본의 유코 오가는 자신의 16득점 중 전반에만 10득점을 기록했으며 요시에 사쿠라다는 자신의 득점 13점 중 전반에만 9득점을 기록했다.
"우리가 경기 초반에 너무 힘을 썼어요. 후반전에는 에너지가 남아있질 않았죠." - 일본 감독 후미카주 나카가와
"무엇보다 수비를 중요시 했습니다. 전반전에는 너무 루즈하게 경기를 했죠.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일단 우리의 스타일로 돌아오고 난 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 한국 감독 임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