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FIBA 아시아 선수권대회(ABC대회)에 참가한 이후로 단 한번도 4강전에 떨어진 적이 없다는 기사를 대회 홈페이지 기사에서 봤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그 전통이 깨졌네요.8강전에서 한국은 레바논에게 68-65로 패하면서 4강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물론 2010년 터키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도 물건너 갔죠.
점수차는 3점차였지만 경기력의 차이가 좀 커보였습니다. 강병현이 경기 막판에 불을 지핀 벼락 삼점슛 두방과 김주성의 삼점슛등으로 한때 경기를 뒤집을수도 있겠다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만, 희망고문이었고요. 전체적으로 그동안 경기에서 보여줬던 국가대표팀의 문제점은 크게 개선된 모습이 없어 보였습니다.
다만 그동안 고집하던 투가드를 포기하고 주희정 원가드에 양희종-이규섭-강병현-방성윤등을 붙여서 앞선의 높이를 높인 것은 좋은 시도였다고 보입니다. 그동안 잘 나오지 않았던 커팅 플레이도 전반전엔 김주성을 중심으로 몇번 나왔고요. 김주성이 안에서 포스트업을 하면서 하이 포스트의 오세근의 찬스를 보거나 커팅하는 양희종을 살리는 패턴이나, 역시 김주성이 돌파후에 수비를 끌어들이고 반대편에서 커팅하는 오세근의 찬스를 만드는 패턴 같은 것들 말이죠.한때 10점차로 앞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방성윤의 3점슛 두방도, 오세근과 하승진을 이용한 스크린 플레이였죠.
하지만 떨어지는 피지컬에서 나오는 수비의 문제나, 이번대회 내내 발목을 잡은 공격리바운드 허용, 늦은 백코트로 인한 부실한 속공 수비, 흐름을 끊는 단조로운 공격같은 것들은 여전했습니다.
특히 박스아웃을 소홀히해서 공격 리바운드 헌납이후 세컨찬스 실점은 고비때마다 발목을 잡았습니다. 10점차를 따라잡힐때 첫 실점도 공격 리바운드를 뺏앗긴 후 3점슛이었고, 3쿼터 동점을 허용한 버저비터도 역시 공격리바운드를 헌납한 후에 얻어맞았죠. 물론 그전 공격에서 방성윤의 성급한 공격도 좀 아쉬웠고요. 리드를 잡고 4쿼터를 맞을 수 있었던 상황을 동점으로 끝냈고, 레바논은 3쿼터에 기세를 이어서 4쿼터 시작과 동시에 10-1런을 하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가 버렸죠. 레바논 전을 만약에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큰 점수를 주긴 힘든 경기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양희종이 4쿼터에 중요한 자유투를 많이 놓쳤죠. 분명히 넣었어야할 자유투였고, 놓쳤기 때문에 욕을 먹어도 할말은 없습니다만. 그전에 양희종은 방전상태였다고 봅니다. 오늘 거의 교체없이 뛰었고요, 수비에서는 무시무시한 몸빵을 자랑하는 엘카티브를 막았죠.비교적 잘 막았습니다. 공격에서는 주희정과 함께 볼운반을 하고, 볼이 없을때는 커터로, 속공 피니셔로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공격과 수비에서 양희종에게 부담이 너무 많았습니다. 지치지 않는게 이상하죠. 실패한 자유투들, 모두 림의 앞을 맞고 나왔죠. 그래도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큰 수확인 것 같습니다. 양희종의 성장과 재발견. 다만 소닉44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승부처에서 직접 볼을 들고 플레이를 할 타입의 그러니까 슈퍼에이스 타입의 선수는 아닌 것 같아 약간 아쉽긴 합니다.
김주성은 이번 대회 통틀어서 오늘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줬네요. 이제 나이도 있고 몸상태도 예전같지 않아서, 어쩌면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경기일수도 있을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방성윤은..허재 감독이 방성윤을 고집한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몸상태도 정상이 아닌 선수를, 수비에서 자신의 마크맨을 좇아가지도 못할만큼 몸이 성치않은 선수를 왜 계속 고집했을까요? 오늘 스크린 플레이를 통해서 중요한 삼점슛을 성공시키긴 했었지만, 날린 슛도 6개였죠. 확실히 슛감이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오죽하면 농구를 전혀 모르는 색시도 옆에서 보다가 방성윤은 좀 빼야될 것 같은데 라고 말할 정도였죠.)
방성윤의 기용뿐만 아니라 허재 감독의 로테이션에 궁금증이 많습니다. 김민수의 출전시간도 그렇고요. (부상이라고 하긴 합니다만), 괜찮은 압박수비로 이란의 앞선을 그나마 잘 봉쇄했던 이정석의 레바논전 활용도 좀 아쉬움을 줬습니다. 부상이라는 주희정은 32분씩 돌리면서 말이죠. 이정석은 레바논전에 막판에 투입되어 올코트 프레스로 한국이 런을 하는데 한몫을 했죠. 거슬러 올라가면 최진수의 탈락이라든지 할말이 많아지겠지만요.
하승진은 따로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겠죠. 한단계 발전하는 발판으로 삼았으면 좋겠네요. 좋든 싫든 하승진은 앞으로 국가대표팀의 주축이 되야할 선수니까요.
레바논의 피지컬은 참 할말이 없더군요. 이건 분명 공정하진 않은데 말이죠. 그냥 보면서 욕하는 것 말고는 할게 없네요
마지막으로
ABC대회 조기탈락정도면 나름의 큰 충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블어 한국농구를 되돌아보고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기회를 이번에는 잘 살렸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