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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의 창가 자리 쟁탈전

사는 이야기/고양이

by 폭주천사 2009. 4. 2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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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은 창가에 앉아서 바깥을 구경하는 것을 즐깁니다.

저희 집 고양이 콕이도 예외는 아니에요. 여름에 작은 방 창문을 열어놓으면 콕이는 항상 창가에 앉아서 바깥 구경을 하곤 했습니다. 창가에 앉아 바깥을 구경하면서 옆집 할머니와 친해지기도 했구요. 지금은 이사 갔지만 같은 복도에 살던 어린 아이들에게 이쁨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으면 창틀에 누워서 잠을 자기도 하고 청소할때면 시끄러운 진공청소기 소리를 피하는 피난처가 되기도 했죠. 창가는 콕이에게 이를테면 별장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보리가 오면서 사정이 바뀌었습니다.


처음에 보리가 왔을때 저는 당연히 콕이가 윗서열을 차지할 줄 알았습니다. 집에도 오랫동안 있었고, 당시에는 콕이가 보리보다 덩치도 더 컸었거든요. 보리가 까불까불하긴 했지만 콕이가 당연히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죠. 태어나서 집사와 하녀에게 오냐오냐 온실의 화초처럼 지낸 콕이는 스트리트 파이터 길냥이 출신의 보리 성격을 영 당해내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두녀석은 지금도 시끌벅쩍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밑에서 이야기할 콕이와 보리의 창가 자리 쟁탈전은 이런 콕이와 보리의 상황을 가장 먼저 보여줬던 사건이었습니다.


보리가 집에 온지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콕이는 창가에 앉아서 바깥을 구경하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죠. 그때 보리가 창가 자리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보리가 창가 자리에 관심을 보이지만 콕이는 비켜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콕이가 비켜줄 생각을 하지않자 보리가 힘으로 들이대봅니다만, 이번에는 콕이도 만만치 않네요."

"자리를 지켜낸 콕이는 다시 잠을 청합니다."

"창가 자리를 빼앗는데 실패한 보리는 반대편 창가를 기웃거려보지만 자리가 있을리 없죠. 난감한 표정의 보리입니다."

"자리를 못잡은 보리. 콕이 자리를 뺏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는 것 같습니다."

"앗. 이때 자고 있던 콕이가 일어나면서 공간이 났습니다. 기회를 노리고 있던 보리가 이것을 놓칠리가 없죠."

"보리의 파고들기 신공이 대단합니다. 마치 씨름에서 뒤집기 기술 들어가는 것 같네요. 콕이 배 밑으로 보리가 머리를 들이밀면서 들어갑니다.

"아..위기의 콕이. 자리를 빼앗기기 직전입니다. 콕이와 보리의 파워게임의 순위가 바뀌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결국 창가 자리를 뺏겨버린 콕이입니다. 아..이렇게 상황이 뒤집어지나요.."

"자리를 빼앗긴 콕이. 아쉬움에 뒤를 돌아보지만, 달려들어서 다시뺏을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창가 쟁탈전은 보리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른바 "보리의 쿠데타"가 성공한 것이죠. 이 사건은 입양되어 와서 적응하느라고 눈치만보던 보리가 저희집에 완전히 적응했음을 알리는 사건이었고, 보리가 콕이의 서열을 상당부분 잡아먹은 사건이 되었죠.


이후로 두녀석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뒤죽박죽 지내고 있습니다. 어쩔때는 콕이가 가장 높은 냉장고 위를 차지하고 앉아서 높은 서열을 과시하지만, 또 밥먹을 때는 보리가 우선권을 가지곤 합니다. 하지만 간식먹을 때는 다시 콕이가 우선권을 갖고 말이죠. 머리나쁜 집사는 녀석들의 관계를 정의할 수가 없네요.


작은 방 창가는 겨우내 닫혀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날씨가 더워지고 본격적인 여름이 와서 창문을 열어 놓는 시간이 많아지만 이번에는 누가 창가를 차지하게 될까요? 가능하면 아래 사진처럼 사이좋에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양이를 부탁해]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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