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에 덴버와 경기이후 웬일로 3일 휴식이었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5일간 4경기를 두번의 백투백을 홈-원정-홈-원정으로 치루는 빡센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는 뉴욕 닉스 - 미네소타 팀버울브즈 - 휴스턴 로켓츠 - 시카고 불스. 그리고 썬더는 놀랍게도 이 일정에서 2승 2패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최근 6경기 3승 3패를 기록하면서 나름 상승세라면 상승세.
원래 미네소타전을 제외한 3경기를 보고서 그때그때 리뷰를 써보려했지만 몸상태가 좋지 않은 관계로 가장 최근에 본 불스전을 중심으로 썬더의 백투백을 돌아본다.
두번의 백투백
마이크 댄토니 감독을 영입하고 달리는 농구로 컬러를 바꾼 닉스를 상대로 썬더는 점수쟁탈전 끝에
107-99 로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는 올시즌 썬더가 잘한 경기중에 하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썬더는 간만에 속공과 지공 사이에서 템포를 잘 조절하면서 한때 23점차까지 앞서나가기도 했었다. 물론 3쿼터 4쿼터 갑자기 집중력을 잃으면서 점수차 다까먹고 2점차로 쫓기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 위기를 수비집중력으로 풀어내는 모습을 보인것도 인상적이었다.
닉스를 잡고 다음 상대는 미네소타. 살짝 연승 욕심이 났었다. 미네소타와는 그동안 대등한 경기를 펼쳐왔었다. 1차전은 썬더의 승리였고 2차전은 마이크 밀러의 버저비터로 미네소타 승리였다. 그래서 해볼만하다 싶었다. 하지만 1쿼터부터 랜디 포이에게 폭격을 당하면서 1쿼터를 42 - 24로 뒤지더니 결국
129-87 로 안드로메다 행. 진 경기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진경기도 꼬박꼬박 챙겨보는 편인데(사실 올시즌 이긴 경기만 찾아봤으면 썬더 경기는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이 경기는 도저히 볼 엄두가 안났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쳐발린 경기에서 뭘 배울까 싶고. 다행히 이 경기는 토랜트에 올라오지 않았다. -_-;;
다음 휴스턴 로켓츠전 시종일관 엎치락 뒤치락하는 경기였고 마지막 제프 그린의 삼점슛으로 1점차까지 따라가긴 했지만 결국
98-96 으로 패했다. 그동안 패했던 전형적인 썬더의 경기였다. 4쿼터 중요한 순간에 케빈 듀란트는 연속적으로 턴오버를 범하면서 아쉬움을 줬다.
시카고 불스전 승리
5일간 4경기의 마지막 경기. 시카고 불스 원정경기였다. 이경기는 사실 썬더가 이길 경기가 아니었다. 빡센 일정의 마지막 경기여서 그런지 썬더 선수들 발은 무거웠고 슛은 계속해서 림을 외면했다. 하지만 불스도 정신줄을 놓은듯 닉 칼리슨을 비롯한 썬더에게 계속 공격리바운드를 헌납했다. 1쿼터 경기력이 막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펜스 리바운드에 이은 세컨 찬스 득점으로 1쿼터를 썬더가 오히려 31-29로 리드했다. 그리고 2쿼터에 벤치에서 투입된 네나드 크리스티치와 카일 위버가 연속적으로 득점을 해주면서 썬더가 분위기를 잡을 수 있었고 전반을 54-51로 리드했다.
3쿼터에도 위기가 있었다. 불스가 토마스-휴즈-로즈의 연속득점으로 60-60 동점을 만들었다. 불스가 분위기를 타고 치고 나갈 기회였는데 여기서 레리 휴즈와 벤 고든이 이기적인 플레이로 기회를 날려버렸다. 두 번의 1:2 속공을 무리하게 혼자 처리하려고 하다가 턴오버를 범한 것. 불스의 흐름을 한 번 꺾은 썬더는 3쿼터도 76-74로 리드.
4쿼터에 결국 썬더가 리드를 내줬다. 불스의 드류 구든이 골밑에서 연속득점을 성공시키면서 불스의 런을 이끌었고 썬더의 또 4쿼터 초반 징크스에 버벅댔다. 하지만 썬더가 다시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수비였다. 4쿼터 5분을 남기고 90-85로 뒤진 상황에서 수비 집중력이 살아난 썬더는 이후 불스를 4점으로 묶고 기어이 94-94 동점을 만들어냈다. 케빈 듀란트가 위닝샷을 실패하고 경기는 연장에 돌입했지만 썬더의 수비 집중력은 이어졌다. 연장에서 썬더는 불스를 4득점으로 묶고 15득점을 몰아넣으면서 결국
109-98 로 승리를 거뒀다 .시즌 6승째이자 원정 두번째 승리였다.
빡센 스케줄 탓인지 썬더의 전체적인 슈팅은 저조했다.(필드골 성공률 40.8%, 삼점슛 성공률 10%) 하지만 압도적인 리바운드 우세(리바운드 59-37. 공격리바운드 22개)와 수비집중력을 바탕으로 연장 접전 끝에 소중한 승리를 거뒀다.
불스는 래리 휴즈(16득점), 벤 고든(22득점) 드류 구든(20득점 12리바운드)등이 다득점을 하긴 했지만, 휴즈와 고든의 이기적인 플레이와 정신줄 놓은 빅맨들의 한심스러운 수비로 홈연승을 이어가지 못했다. 휴즈와 고든은 루키 데릭 로즈의 발목을 여러번 잡았고 불스 빅맨들은 부상에서 갓돌아온 닉 칼리슨에게 시즌 하이 21득점을 허용했다. 칼리슨의 득점이 1대1이 아닌 2:2 픽 앤 롤이나 드라이브 인에 이은 받아먹기 득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불스 빅맨들 수비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 수 있었다.
좋아진 수비 집중력
아직 수치로 드러나고 있진 않는데, 썬더의 접전에서의 수비 집중력이 꽤 좋아졌다. 뉴욕 닉스전에서 추격을 벗어날때도, 휴스턴 로켓츠전에서 추격을 시작할때도, 시카고 불스를 연장에서 잡을때도 그 바탕이 된 것은 모두 수비였다. 이건 예전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의 경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 최근에 합류한 론 아담스 수비코치의 능력인지. 아니면 부상에서 복귀한 닉 콜리슨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최근 수비집중력 향상은 어찌되었건 반가운 일이다.
OKC의 젊은 유망주들 - 케빈 듀란트와 제프 그린 그리고 러셀 웨스트브룩과 카일 위버
듀란트는 미네소타전에서 9득점으로 부진했지만 여전히 팀의 에이스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월들어 20-10 게임도 2경기나 되고. 하지만 최근에 눈에 띄는 것이 턴오버 갯수다. 휴스턴전에서 턴오버 7개, 시카고 전에서 6개.특히 휴스턴전에서는 경기를 잡을 수 있는 4쿼터 중요한 순간에 연달아서 범한 턴오버여서 아쉬움을 많이 줬다. 듀란트의 최근 턴오버를 보면 볼핸들링 부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돌파할때 수비에게 커팅을 당하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드리블이 높고, 볼을 지키는 능력이 부족하다. 포스트업과 더블어 볼핸들링은 듀란트가 계속해서 보강해나가야할 것 같다.
클러치에 강하다고 평가받는 듀란트지만 휴스턴 로켓츠전과 시카고 불스 전에서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한 장면은 아쉬움을 줬다. 물론 듀란트가 모든 슛을 성공시킬수는 없다. 그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휴스턴전과 시카고 전에서 듀란트에게 오픈 찬스를 만들어주는 썬더의 작전이 완벽했다. 제프 그린과 닉 칼리슨이 더블 스크린으로 듀란트의 수비를 떨궈주고 듀란트가 웨스트브룩의 패스를 받아 오픈찬스를 잡는 작전이었다. 두번 다 완벽하게 오픈찬스가 만들어졌는데 아쉽게 듀란트가 모두 놓쳤다. 들어갔더라면 멋진 그림이 나왔을 텐데. 반면에 썬더가 듀란트를 살리는 옵션을 추가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멋진 12월을 보냈던 제프 그린은 최근에 살짝 부진하다. 왼쪽 팔꿈치에 약간의 부상이 있는 것이 영향을 주는 것인지 모르겠다. 특히 불스전에서는 슛 셀렉션이 너무 나빴다. 외곽에서 볼을 끌다가 수비수 앞에 두고 던지는 점퍼가 너무 많았다. 자연히 성공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듀란트가 벤치에 나가 있을때 그린이 1옵션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1월들어서는 헤메는 모습이다. 그리고 새가슴 소리 안들으려면 중요한 순간에 자유투 좀 놓치지 말자.
러셀 웨스트브룩은 여전하다. 중요한 순간만 되면 시야가 좁아진다. 일단 운동능력을 앞세워서 파고 들어가는데 그 이후에 꼴아박는 경우가 많다. 시야가 좁아지니 패스가 늦고. 마음만 앞서다 보니 펌블도 잦고. 볼핸들링도 나쁘진 않은데 서두르다 어이없이 범하는 턴오버도 많다. 이건 딱 초창기 레이존 론도다. 반면에 수비나 허슬에서 기여도는 여전히 높다. 특히 불스전에서 얼 와슨과 백코트를 이뤄 슈팅가드로 출전했는데 오프 더 볼 무브가 썩 괜찮았다.
소닉44님 말씀데로 하이 포스트에서 컨트롤이 되는 빅맨이 있다면 위력이 배가 될 수 있을 것다.
카일 위버가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데미언 윌킨스를 밀어내고 다시 로테이션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윌킨스가 안나오는 것만으로도 땡큐였는데, 위버의 활약이 쏠쏠하다. 3경기 5.0득점(필드골 85.7%) 1.7리바운드 1.7어시스트 0.7스틸. 공격에서 무리하는 법이 없고 팀플레이를 할 줄 안다. 볼핸들링이나 시야, 패싱은 오히려 웨스트브룩보다 나아 보인다. 웨스트브룩과 나란히 팩-10 수비팀에 뽑힌 수비력도 현재까진 만족할만한 수준이고. 이거 잘하면 스틸픽일지도 모르겠다.
빅맨 로테이션
썬더 빅맨 로테이션에 변화가 있다. 페트로가 트레이드 되고, 네나드 크리스티치가 로테이션에 들어오고 닉 콜리슨이 부상에서 복귀했다. 조 스미스도 여전한 비중이고. 결국 로테이션에 밀린 것은 크리스 윌콕스. 앞에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윌콕스의 트레이드가 진행중인 것 같기도 하다.
미네소타전부터 출전한 크리스티치는 3경기에서 17.3분동안 8.0득점(필드골 44%) 3.3리바운드 0.3어시스트 2.0 블록슛을 기록중이다. 스탯만 놓고 보면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시즌 중에 합류했기 때문에 아직 활용도는 제한적이다. 공격에서는 미들레인지 점퍼와 픽앤팝에 한정되어 있는데 아직은 웨스트브룩이 잘 못살리고 있다. 기대했던 하이포스트에서의 움직임도 지금은 딱히 뭐 보이지도 않고. 반면 수비에서는 몸빵과 블록슛이 쏠쏠하다. 특히 블록슛에서 기여도는 예상 밖이다. 하지만 지금은 적응기이니만큼 좀 더 지켜봐야겠다.
왼쪽 엄지손가락이 부러졌던 닉 콜리슨도 불스전 21득점 9리바운드를 포함하여 부상 복귀이후 15.3득점 9.7리바운드를 기록중이다. 닉 칼리슨의 수비에서의 공헌도와 허슬은 두말할 필요 없고.
조 스미스는 어찌되었던 트레이드가 될 선수인데, 요즘보면 왜 이 선수가 우승팀의 마지막 퍼즐로 컨텐더 팀들이 노리고 있는지 수긍이 갈만하다. 휴스턴전에서 조 스미스가 야오밍을 상대로 보여준 노련한 수비는 혀를 내두르게 했다.
그리고 조 스미스의 리더십을 볼 수 있었던 장면 하나.
뉴욕 닉스전 종료 3분을 남기고 99 - 95 박빙의 상황. 제프 그린이 자유투 두개를 모두 실패했다. 다시 1분을 남기고 101-97. 제프 그린이 자유투를 또 놓친다. 3개연속 실패. 그러자 조 스미스가 제프 그린에게 다가가 어깨를 강하게 부딪히면서 "정신차려라 "고 강하게 한마디 한다. 조 스미스의 호통이 효과가 있었는지 제프 그린은 남은 자유투를 성공시켰다. 이런걸 "Tough Love" 라고 하던가.
필요한 것은 연승
경기내용이 그다지 좋진 않았지만 썬더가 백투백 원정 경기를 연장에서 승리한 것은 어린 선수들의 자신감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자신감이 연승으로 이어진다면 썬더는 분위기를 탈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한번 분위기를 타면 무서울 수 있고, 그 와중에 다시 자신감이 쌓이면서 한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썬더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런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었다.
다음 상대는 뉴저지 네츠. 원정경기이고 네츠가 최근 3승 2패로 분위가 괜찮긴 하지만 데빈 해리스와 이첸리엔이 빠진 상태이기때문에 썬더로서는 충분히 해볼만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내일 네츠전 잘 치뤄서 프랜차이즈 첫 연승 을 기록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