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인증샷>
어제 토요일 인천 전자랜드와 서울 삼성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 색시와 함께 잠실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이번 시즌 KBL은 첫 오프.
색시는 원래 스포츠와는 담을 쌓고 지냈던 사람인데, 결혼이후 내가 열심히 농구를 전도(?)하고 있다. 색시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세번째였다.
처음 같이 봤던 경기는 지난 시즌 서울 SK와 대구 오리온스의 경기. 당시 서울 SK에는 농구대잔치 시절의 오빠들인 문경은(색시가 소시적에 좋아했다)과 전희철이 있었고, 오리온스에는 김병철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오리온스가 외국인 선수가 한 명밖에 없었던 관계로 경기가 너무 일방적이었었다.
그리고 두번째 경기는 얼마전에 봤던 구리에서 열린 WKBL 경기. 하지만 금호생명과 삼성생명의 이 경기는 지루함이 장난이 아니어서 여자농구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전혀 느끼질 못했었다. 결과적으로 두 번의 전도는 그다지 큰 효과를 얻지 못한셈.
하지만 이날 서울 삼성과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는 4쿼터까지 치고받는 접전이었기 때문에 색시도 나도 빠른 KBL의 매력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삼성에는 역시 색시가 소시적에 좋아했던 이상민도 있었고. 색시는 이상민 많이 늙었다면서 한소리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상민의 플레이에 적지않이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덕분에 이번 전도는 성공. 이상민 은퇴하기 전에 경기보러 자주 와야겠다.
경기 이야기를 좀 해보면, 이날 경기는 전자랜드의 89-83승리였다.
경기의 백미는 4쿼터였다. 전자랜드는 황성인과 도널드 리틀의 활약으로 4쿼터 중반 10점차의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이 순간 삼성에서는 이상민 투입.
경기내내 느낀 건데 이상민이 경기에 나서기위해 사이드라인에만 서도 엄청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이상민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환호가 엄청났는데 이 환호가 레벨이 틀렸다. 여전히 이상민의 식지않는 인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각설하고..
이상민은 투입되어 첫 공격에서 멋진 돌파에 이은 더블 클러치 리버스 레이업을 성공시키면서 자칫 무너질 수 있는 삼성의 분위기를 살려냈다. 그리고 이후에도 경기를 노련하게 잘 운영했다. 이상민 덕분에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삼성은 이후 이규섭의 삼점슛 두방으로 순식간에 점수차를 줄였다.
다음 수비에서도 샷클락 직전까지 좋은 수비를 보여줬는데 샷클락 버저와 동시에 대충던진 전자랜드의 도널드 리틀의 슛이 림을 가르며 동시에 파울도 얻어냈다. 전자랜드로서는 삼성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중요한 득점이었다. 흐름이 끊긴 삼성은 이후 추격에 힘을 싣지 못하고 성급하게 턴오버를 몇 개 저지르면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삼성으로서는 터렌스 레더가 전자랜드의 도널드 리틀에게 완전히 잡힌 것이 컸다. 경기내내 리틀의 수비에 잡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레더는 경기끝까지 컨디션을 찾지 못했고 4쿼터 중요한 순간에 두 번의 턴오버를 저지르면서 경기 흐름을 끊었다. 에반 브락이 아직 KBL에 적응하지 못해서 버벅대고 있었기 때문에 레더의 부진은 삼성으로선 두고두고 아쉬웠다. 또 4쿼터 전자랜드의 외국인 선수 두명이 모두 4파울에 걸렸을때 적극적으로 공략하지못한 것도 좀 아쉬웠고.
전자랜드는 1순위로 뽑은 리카르도 포월보다 로널드 리틀을 많이 기용했다. 독불장군식으로 나홀로 플레이가 많은 포월보다 공,수에서 궃은 일도 잘해주는 리틀의 기용이 이날 제대로 먹혔다. 리틀은 수비에서 레더를 틀어막으면서 공격에서는 25득점을 기록하면서 기회에 부응했다. 특히 전자랜드 가드진과 2:2 플레이가 이날 아주 잘먹혔다.
이날 전자랜드 국내선수들이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선발가드로 출전한 이홍수는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황성인은 4쿠터 중요한 순간에 수비와 득점에서 맹활약했다. 뒤에 앉아있던 삼성팬들은 "황성인 오늘 미쳤나보다"라고 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강병현도 이날은 제법 포인트 가드 테가 났다.리틀과 2:2뿐만 아니라 요소요소에 찔러주는 A패스는 왜 강병현이 장신 포인트 가드로 기대를 받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아직은 2번에서 슬래셔 역할이 더 위력적이었지만 가능성은 열려있는 것 같았다. 화려한 삼성생명의 가드진에 맞선 전자랜드 가드진의 선전은 이날 승리의 밑거름 되기도 했다.
주태수는 이날도 공격과 수비에서 궃은 일 열심하고 리바운드 참여하고, 2,3쿼터에 7득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줬다. 특히 포스트업 이후 킥아웃 패스로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장면은 우왕 굳.
지난 경기에서 슛감이 않좋아 보였던 김성철도 이날은 13득점으로 자기찬스는 활실히 살려주는 모습이었다.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 활약을 보여줬던 이한권. 지난 경기에서는 정영삼이 빠졌음에도 출전시간이 너무 적어 의아했는데 이날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4쿼터에는 이규섭에 대한 수비도 훌륭했고. 마치 출전시간을 달라고 무언의 시위를 하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정영삼. 부상 후유중때문인지 많은 시간을 뛰지 못했고, 뛰는 동안에도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3쿼터 후반에 교체되어 나오면서 무릎쪽에 다시 치료를 받는 모습이었는데 아직 부상의 여파가 있는 모습이었다. 좀 더 휴식을 취하고 부상치료를 하는 것이 좋아보인다. 부상으로 유망주들 커리어 갉아먹히는 건 농구팬 입장에선 제일 슬프고 짜증나는 일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