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하드에 있는 농구 동영상 보기 시리즈. 이번에는 07~08 시즌 스페인 리그 경기다.
DKV 유벤투스와 AXA 바르셀로나의 플레이오프 세미 파이널 1차전 경기.
두 팀 모두 스페인 리그에서는 손꼽히는 강호들이고, 특히 유벤투스에는 NBA 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루디 페르난데즈와 리키 루비오가 있다. 루디와 리키는 이번 올림픽에서 그야말로 대박을 치면서 팬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들.
경기는 3쿼터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접전이었다. 유벤투스는 에이스 루디 페르난데즈가 정확한 3점슛과 탁월한 돌파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벤치에서 출전한 리키 루비오도 자신의 장기인 수비와 패싱 센스를 마음껏 뽐냈다. 골밑에서는 제롬 모이소가 분전을 해줬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자카 라코비치와 알렉스 액커가 득점을 이끌었고 골밑에서는 에르산 일야소바와 마리오 쿠산이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승패가 갈린 것은 4쿼터 초반. 유벤투스가 지역방어를 들고 나왔는데, 수비 리바운드를 제대로 잡아내질 못하고 바르셀로나에게 세컨 찬스 득점을 허용하면서 점수차가 순식간에 14점차까지 벌어졌고 이 점수차가 계속 이어졌다.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유벤투스가 풀코트 프레스와 하프 코트에서 적극적인 트랩으로 수비 변화를 시도한 것이 잘 먹히고, 루디 페르난데즈가 계속되는 돌파로 자유투를 얻어내면서 점수차를 1점차까지 좁히는데 성공했지만, 이후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바르셀로나에게 승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바르셀로나는 마지막 3분 동안 라코비치와 액커가 중요한 자유투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승리를 지켜냈다.
유벤투스는 에이스 루디 페르난데즈가 NBA 로 떠나고 다음 시즌에는 완전한 리키 루비오의 팀이 될 것이다. 그리고 NBA 팬들의 관심은 더 뜨거워질 것이고. 바르셀로나는 다음 시즌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가 돌아온다. NBA 에 진출하기 전까지 바르셀로나의 모든 것이었던 나바로의 컴백으로 다음 시즌 바르셀로나도 주목해 볼 만할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선수들.
루디 페르난데즈는 이날 30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3쿼터까지는 외곽 플레이와 돌파가 잘 조화된 모습이었다. 이날 루디가 얻어낸 자유투는 12개. 또 제롬 모이소와 2:2 플레이도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모습이었다. 이날 기록한 5개의 어시스트중 대부분이 제롬 모이소와 2:2 픽앤롤에서 나왔다. 다만 왼쪽 돌파는 안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계속 오른쪽 돌파만 고집하는 모습이었고, 후반에는 슛 셀렉션이 무너지면서 무리한 3점슛을 던졌다. 2쿼터까지 4/6를 기록하던 후반에는 0/5.
리키 루비오는 계속해서 지적되는 장점과 단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포인트 가드로서의 센스, 패싱, 탁월한 수비력, 개선이 필요한 슈팅. 유벤투스는 미국출신의 데몬드 말렛을 선발 포인트 가드로 내보냈는데 말렛은 득점에 치중하고 볼을 오래끄는 선수였다. 팀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느데 왜 이런 선수 때문에 루비오가 벤치에서 출전하는지 의문이 들정도였다. 둘 중에 누가 코트에 있느냐에 따라 볼 흐름이 확실히 달라졌는데.
슈팅은 루비오가 꼭 해결해야할 문제인 보인다. 이날 슈팅 1/9(2점슛 1/6, 3점슛 0/3). 성공률이 낮은 것도 문제고, 슈팅에 기복이 심한 것도 문제인데, 완전히 오픈 찬스에서도 약간 허둥대는 걸 보면 아직 슈팅 타이밍을 못잡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는 에르산 일야소바. 정말 전투적으로 변했다. NBA에서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하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 초반부터 인사이드를 공략하다가 제롬 모이소에게 두번 연속 발렸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계속 들이대는 배짱. 수비나 박스 아웃에 이은 리바운드 같이 팀내에서 궃은 일도 도맡아 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일야소바가 잡아낸 리바운드 14개. 경기 최다였다.
일야소바는 터키 황금세대의 선두주자인 선수. NBA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유럽으로 돌아갔을때 실망 좀 했었는데 멋지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하다. 그리고 보니 젠크 엑욜을 뭐하나? 일야소바랑 같이 밀던 녀석인데..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