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와보니 거실에 난장판이 벌여져있습니다.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두루마리 휴지를 물어뜯어서 거실에 어질러놨더군요.
범인은 둘 중 하나죠. 콕이 아니면 보리.
위에는 현장 사진입니다. 휴지가 걸레조각이 되어서 널부러져있구요. 콕이는 대담하게도 사건 현장에 느긋하게 누워있습니다. 콕이는 이렇게 간이 큰 녀석이 아니에요. 대단히 소심한 녀석이죠. 뭔가 사고를 치면 어딘가로 숨어버리는 그런 녀석이에요. 그래서 사고를 친녀석이 콕이가 아니라는 확신이 더 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콕이는 4년가까이 살면서 단 한번도 휴지나 책 같은 것을 물어뜯어논 적은 없었거든요. 콕이가 주로 물어뜬는 것은 비닐주머니 같은 것이죠.
그래서 결국 수사의 초점은 보리에게로..
보리는 베란다에 숨어있더군요. 데려와서 현장 검증을 시켰습니다. 하지만 휴지조각들을 보자마자 상밑으로 낼름 숨어버리네요. 강력한 의심이 가는 상황입니다.
보리는 화곡동에 있을때 집안을 많이 어지렵혀 어머니께서 치우느라 고생을 좀 하셨었죠. 휴지를 물어뜯는 것뿐만아니라 베란다에 있는 화초들 잎을 뜯어놓는다거나 꽃을 따먹고, 분리수거해논 재활용품을 흐뜨려놓는다든지 등등등이요. 특히 사람없이 혼자 있으면 그런 사고를 잘 친다고 하더군요.
전과가 있으니 보리에게 더욱더 의심이 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심증은 100%에 가깝지만 물증이 없네요. 휴지에 뭍어있는 DNA를 체취해서 CSI에다 맡길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죠.
게다가 잘못을 한 직후에 혼내줘야 아이들 행동이 교정이 될텐데, 뒤늦게 혼내봐야 냥이들 성격만 삐뚤어질테고 말이죠. 콕이의 경우 키우던 초창기에 일관성없이 벌을 줬더니 지금 콕이 성격이 좀 까칠해졌거든요. 그땐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결국 눈앞에 범인을 빤히 보고도 검거는 실패입니다. 하지만 다음에 걸리면 가만 안놔둡니다. ^^;
앞으로는 냥이들이 사고칠만한 것들은 정리를 잘 해야놔야할 것 같습니다. 냥이들 덕에 점점 부지런해지네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양이를 부탁해]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