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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이야기.

사는 이야기/생활

by 폭주천사 2006. 9. 1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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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일요일에 벌초를 하기 위해서 동생들과 큰집에 내려갔다. 큰집에서 하루자고 다음날 아침부터 벌초 고고. 문제는 그날 밤이었다. 내 동생은 코를 심하게 곤다. 그래서 사촌형들은 내동생과 자기를 싫어하고 결국 나와 태견동자 동생 내동생 이렇게 3명이 자야했다. 나는 머리를 붙이면 바로 자는 스타일이라 동생이 코를 골아도 별 어려움 없이 잠을 잤었다. 예전에는.

동생은 그동안 살이 좀 쪄서 그런지. 그전보다 심하게 코를 골았다. 코를 고는 것 뿐만아니라 중간에 "~컥, ~컥, ~컥" 하면서 숨넘어가는 소리도 해대고..이놈이 이러다가 자다 죽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아니 걱정에 앞서서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나와 택견동자 동생은 코를 못골게 하려고 베게도 높이도 조절해주고, 나중에는 베게로 패주기까지 했는데 효과는 1분을 못갔다. 결국 우리둘은 밤새 한잠도 못자고 눈빨게져서 벌초하러 가야했다. 웃긴건 코를 골면서 잤던 내 동생도 밤새 베게로 얻어맞으면서 한 잠도 못잤던 것. 잘만하면 때리고 잘만하면 때리고 했으니 잠을 자는 것이 이상하지.

코골이도 병이라고 하던데, 수술을 해야되지 않을까? 갑자기 찐 살이 빠지면 조금 덜할까? 거기다가 추운느낌까지 들었던 방에서 자는데 이놈은 땀을 뻘뻘흘려댔다. 몸이 허해진건가? 운동 좀 열심히 하고 술 조금만 줄여라.


이야기 둘.

서울 촌놈인 나에게 주어진 일은 호미로 잡초매기. 난 농활가서 호미질 두어번 해본 경험밖에 없는데. 잡초를 호미를 이용해서 뿌리까지 뽑아내라고 하시는데 난 호미질을 하면 뿌리가 똑똑 끊어졌다. 젠장 쉬운 일이 없구만.

다음에 맡겨진 일은 낫질. 예초기로 할 수 없는 부분을 낫으로 마무리를 하는 작업이었다. 낫을 들고 순식간에 다크 템플러로 변해버린 나. 풀을 왼손으로 잡고 낫으로 비끼듯이 잘라내는데 은근히 재미가 있었다. 스타할 때 다크로 일꾼 원샷원킬하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나도 토스로 바꿔야겠어.-_-;;

마지막은 예초기로 깍아놓은 풀들을 갈퀴로 긁어서 마무리하는 작업이었다.이거 군바리시절 여름되면 말년에 땡보인 작업이었는데. 애들 제초작업하면 마대들고 어슬렁 어슬렁 짱박히고.  ㅋㅋ

올해 벌초에는 예초기가 두 대 투입되었는데 예전같았으면 하루 꼬박걸렸을 일이 반나절에 끝나버렸다. 역시 문명의 이기는 좋은 것이여. 나는 아직 서열이 안되기 때문에 예초기는 못잡았다. 물론 기계치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잡을 일 없겠지. 우리 집안에는 작업맨들 여럿있으니까.ㅎㅎ

어제 예초기 잡고 작업하셨던 아버지, 큰형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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