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고양이 우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울음소리로 미뤄보건데 짝짓기를 하려고 내는 소리는 아니었다. 분명히 무슨 문제가 있어서 계속 우는 것 같았는데. 와이프랑 둘이서 계속 신경이 쓰이기도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해서 내려가서 찾아봤는데 결국 찾지는 못했다.
사실 우리 커플도 참 대책이 없는게. 그렇게 내려가서 찾았으면 어쩔려고 했을까? 우리가 키우려고? 아니면 동물보호센터에 맡기려고? 그냥 "생각은 나중에 일단 내려가서 구하고보자."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만화책 "도그 매니아"를 보면 팻샵을 운영하는 남자 주인공이 불쌍한 것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인데, 우리 커플도 아마 그런 성격이 아닐까?(도그 매니아는 최근에서야 보기 시작한 애견 관련 만화인데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남성들을 위한 적절한 서비스컷도 종종 나오고..)
고양이 구조작전을 허탕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서 문득 3년전 콕이를 처음 주웠을때가 생각났다. 당시 여자친구(지금은 와이프) 집 지하에서 울고있던 눈도 안뜬 버려진 고양이를 줏어다가 기른 것이 바로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콕이다. 처음 주워서 동물병원에 데려갔을때, 수의사가 했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이 상태의 새끼 고양이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생명이라고 볼 수도 없어요.며칠 두고 봐야합니다."
그렇게 죽음과 삶의 경계에 있던 콕이는 지금은 아주 건강하게 자라서 이제는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머리가 좀 커서 말도 잘 안듣고 맺집도 쎄져서 어지간히 혼내도 끄떡없지만 이제는 콕이가 없으면 많이 허전하다.
며칠전 강원도로 2박 3일 여행을 갔을때 콕이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밖에 외출했다가 콘도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콕이가 마중나와서 야옹야옹 울고 있을 것 같고. 아침에 일어날 때가 되면 콕이가 침대위에 올라와서 부비부비를 해줄 것만 같았다. 같이 살면서 정이 참 많이 들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와이프도 "우리 세 식구"라고 이야기할 정도니까.
지금도 먼 발치에서 지 이야기하는 줄도 모르고 꼬박꼬박 졸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