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빨래를 널고 있는데 태권도장에서 전화가 왔다. 이 불길한 느낌....
관장님 : 아버님. 혹시 현서 데리고 가셨나요?
나 : 아니요.
관장님 : 아, 현서가 오늘 안나와서 혹시 다른 스케쥴이 있나 해서요.
나 : 아니오. 오늘 현서 다른 스케쥴 없습니다.
관장님 : 제가 다시 학교에 가보겠습니다.
통화내용을 되게 건조하게 적었지만, 저 때 사실 긴박했다.
통화가 끝나고 걱정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녀석이 어디 갔을까?', '학원차 놓치고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가봐야하는 거 아닌가?', '학교에 관장님이 다시 가본다고 했고, 혹시 집으로 올지 모르니 나는 집에 있어야하나?' 아주 짧은 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일단 태권도장으로 가보기로 하고 채비를 하는데 관장님한테서 다시 전화가 왔다. 현서 무사히 픽업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전화였다. 현서가 마트에 갔다오면서 길이 엇갈린 것 같다고 했다. (마트에서 산 감자튀김을 소중하게 꼭 쥐고 있었단다.) 그 전화를 받고서야 안심이 되었다.
태권도 끝나고 돌아온 현서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친구가 마트에 감자튀김 사러 같이 가자고 했단다. 싫다고 했는데 계속 졸라서 결국에는 같이 갔는데, 감자튀김 사서 와보니 학원 차가 없었다. 그래서 걸어서 태권도장으로 가려고 했는데, 마침 관장님이 오셔서 차를 타고 학원으로 갔다.
아주 많이 혼을 낼 생각이었는데, 현서가 너무 차근차근 설명을 잘해서 그럴 마음이 싹 달아났다. 대신에 현서에게 아빠가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라고 걱정했는지를 이야기해주고, 앞으로 학원 가면서 한눈팔지 않기로 꼭 약속을 했다.
많이 당황할만한 상황이었는데, 걸어서 태권도장 갈 생각을 했다니 현서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성장한 모양이다. 정작 당황은 내가 더 했으니. 하지만 현서와 연락할 수단은 있어야할 것 같다. 내 복직시기에 맞춰서 현서에게 키즈폰을 해주기로 했는데, 개통시기를 더 앞당겨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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