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에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전세 기간이 9월에 끝나는데, 어찌어찌 집을 장만해서 옮기기로 했다. (후...하우스 푸어가 될 것인가..-_-;;)
그래서 요즘은 주말마다 이삿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짐 정리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구석에 처박혀있던 추억의 물건들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불쑥 불쑥 튀어나오곤 하는데..
음악 테입들이다.
지금까지도 취미로 하고 있는 음반수집에 첫단계를 같이 했던 아이템들이다. 거의 대부분이 중, 고등학교 시절 나와 내 동생이 사모은 테입들이다. 주로 학교 끝나고 하교길에 곰달래길에 있는 성석교회 앞 음반점에서 샀던 것들. 거기 주인 아저씨가 친절하고 인상도 좋고, 20개 사면 하나 덤으로 주는 마일리지도 있고 해서 단골로 다니던 음반점이었다.
뭐..몇 년 전에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핸드폰 대리점이 되어버렸더만..
<블랙사바스, 딮 퍼플, 레드 제플린의 베스트 앨범들. 아마도 짭퉁일듯..>
<"희지레코드"에서 발매한 모스크바평화 축제 테입. 신데렐라, 머틀리 크루, 본조비, 스콜피언스, 오지 오스본, 스키드로우등의 이름이 보인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으로 미스테리한 레코드사였던 "희지레코드">
<검열탓에 누더기가 되어서 발매되었던 메가데스의 "Rust In Peace" 앨범. 수록곡 중에 절반 정도가 잘려나갔고, 그 자리는 "So Far, So Good, So What. 앨범 수록곡으로 매워졌다.>
<시나위, 서태지와 아이들, 부활, 들국화 테입들. 추억 돋네..>
그때는 뭐 돈이 있었나? 버스 타는대신에 걸어서 다니고 차비 모으고 용돈으로 군것질 안하고 이렇게 아끼고 보태서 테입을 샀었다. 비닐 포장 뜯어서 워크맨에 테입 넣고 플레이할 때의 그 두근거림은, 여전히 음악을 듣고 있는 지금은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 당시 만의 감수성에 각인된 매력이라고나 할까?
고등학교 졸업하고, CD를 사기 시작하면서 테입들은 더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고, 더이상 플레이되지도 않았지만,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이사때마다 싸들고 다니는 이유는 이삿짐 정리를 할때마다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서였지 않을까?
이번에도 독한맘 먹고 처리하기로 했지만, 결국 또 망설이게 된다.
일단 CD나 엘피로 다시 구입한 테입들은 처리하기로 하고 따로 추렸지만, 막상 버리려고 따로 모아놓으니 이것도 이것대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어머니나 색시의 핀잔을 듣게되겠지만, 이 테입들은 다시 고이 싸서 새집으로 같이 가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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