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서부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맞붙었던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와 댈러스 매버릭스의 경기는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명승부였습니다.
흔히 "사기꾼"이라고 불리는 매버릭스의 덕 노비츠키와 떠오르고 있는 "사기꾼" 케빈 듀란트의 맞대결로 불을 뿜던 경기는 4쿼터 막판, 갑자기 각성한 러셀 웨스트브룩이 맹활약하면서 썬더가 경기를 접수하는 분위기였지요.
그런데.
매버릭스의 "악마" 제이슨 테리의 "악마 인증 3점슛", 빈스 카터의 "나 아직 안죽었다 3점슛"이 연달아 터지면서 경기 종료 1.4초를 남기고 매버릭스가 102-101 2점차 리드를 잡았습니다.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의 서르지 이바카는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치면서,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지요. 매버릭스의 시즌 첫 승과 썬더의 시즌 첫 패배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썬더에는 듀란트가 있었습니다. 경기 종료 1.4초전 2점 뒤진 상황에서 하든과 퍼킨스의 더블 스크린을 이용한 듀란트는 경기 종료와 동시에 역전 3점슛을 터뜨리면서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에 승리를 안겼습니다.
그 감동의 현장. 같이 보시죠.
영상에서는 안나오지만, 듀란트의 역전 슛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바카더군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이바카. 오늘은 대박 반전을 이끌어낸 "이작가"가 되었습니다.
듀란트는 이날 경기에서 30득점(필드골 10-16, 삼점슛 3-5, 자유투 7-9) 11리바운드 6어시스트 2블록슛을 기록하면서 4경기 연속 30+ 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날 승리로 썬더는 개막전 후 4연승. 노스웨스트 디비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5일동안 4경기를 치루는 아주 힘든 스케줄입니다만, 젊은 썬더 선수들이 아주 잘 소화해냈네요.
러셀 웨스트브룩의 각성?
전날 멤피스와 경기에서 필드골 0-13. 4득점에 그치면서 커리어 최악의 경기를 펼쳤던 웨스트브룩은 이날도 그다지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무리한 슛 셀렉션과, 무한 턴오버 러쉬를 보여줬습니다. 무엇보다도 너무 자신감이 없는 모습이었죠. 전날 경기가 계속해서 머리속에서 맴돌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동안 보아온 웨스트브룩은 상당히 기분파입니다. 한번 분위기를 타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선수지만, 한번 꼬이기 시작하면 정말 응원하는 입장에서 속터지게 만들죠. 그래서 이 썬더 팬들은 이 선수를 "양날의 검"이라고도 하고요.
그리고 웨스트브룩은 포인트 가드 재능이라고 할 수 있는 리딩이나 시야, 패스를 타고난 선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건 미네소타 전에서 매치업 상대였던 리키 루비오와 비교를 해보니 많이 느낄 수 있었구요. 같은 팀의 제임스 하든과 비교해봐도 확실한 차이를 보여주죠.
하지만 웨스트브룩이 썬더에 와서 포인트 가드 역할을 맡으면서 후천적 노력을 통해서 많이 발전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자신감이 떨어지다 보니까 이런 부분들이 경기에서 잘 나오질 않았습니다. 시야는 닫히고, 언제 슛을 할지, 언제 패스를 할지 판단력도 떨어집니다. 패스의 질도 떨어지고요. 게다가 최근 경기들에서 돌파 후에 공격자 파울을 많이 불려서인지, 장기인 돌파+마무리도 잘 나오지 않고 어중간한 미들슛을 던지면서 슛 성공률이 계속 떨어졌습니다.
오늘 매버릭스 전 종료 3분을 남겨놓을 때까지 웨스트브룩이 이런 모습이었죠.
하지만 웨스트브룩은 갑자기 부활하여 4쿼터 경기를 "접수할 뻔" 합니다. 전 그 계기가 되었던 것이 바로 아래의 이 장면. 테리의 파울을 달고 성공시킨 덩크슛 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질이 좀 않좋은데요. 흠흠.
아무튼 웨스트브룩은 이 덩크슛을 성공시키고 나서 다시 한번 분위기를 타고 예전에 위력적인 "러셀 웨폰" 웨스트브룩으로 부활하게 됩니다. 이 후에 두번의 미들 슛과 천금같은 오펜스 리바운드, 스틸을 성공하면서 경기를 "접수할 뻔" 했지요.
팀의 야전 사령관인 포인트 가드가 한경기에서도 이렇게 기복이 심하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이건 반드시 개선해야할 점이지요. 하지만 그동안 삽질에도 불구하고 웨스트브룩이 자유투 라인에 섰을 때 "러셀","러셀" 하면서 응원을 보내주는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의 팬들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단 오늘 경기에서 웨스트브룩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고,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 같으니, 다음 피닉스 선즈와의 경기에서는 맹활약을 기대해봅니다
제임스 하든의 무시무시한 상승세
제임스 하든의 상승세가 무섭네요. 4경기 평균 17.5득점 5.8리바운드 3.0 어시스트. 케빈 듀란트, 러셀 웨스트브룩과 더블어 "빅3"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활약입니다. 오프 시즌동안 스캇 브룩스 감독은 하든에게 볼 소유권을 몰아주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할 것을 주문했었죠.
하든은 득점력 뿐만 아니라 뛰어난 농구센스와 포인트 가드 못지 않은 시야와 패싱 능력을 갖추고 있죠. 보조 리딩을 소화할 능력이 되기 때문에 러셀 웨스트브룩의 완벽한 보완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웨스트브룩과 하든의 관계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토니 파커-마누 지노빌리 관계처럼 되길 바랍니다. 공격형 포인트 가드와 이를 완벽하게 보좌해주는 센스만점의 슈팅가드 조합이요. 샌안토니오에서 파커와 지노빌리를 발굴했던 샘 프레스티 단장도 아마 이런 면을 감안하고 둘을 뽑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하든이 벤치에서 공격의 전권을 쥐게되면서, 메이너의 위치가 애매해졌습니다. 지금은 거의 3점슈터화 되어버렸는데요. 하든이 지금처럼 벤치 에이스 역할을 계속하게 된다면 메이너는 결국 썬더에 남기 힘들 것 같습니다. 메이너가 팀에 남으면 더 없이 좋겠지만, 이바카, 하든과 연장계약이 우선인 썬더는 메이너에게 줄 돈이 없죠. 게다가 메이너가 지금처럼 3점슛터 역할만 수행하게 된다면 이 역할은 굳이 메이너가 아니어도 되고요. "백업 포인트 가드" 메이너가 아닌 "3점슈터 메이너"는 다른 선수로 메꾸기에 훨씬 수월할테니까 말이죠. 또 메이너 정도의 포인트 가드라면 달려들 팀들 꽤 있을 것이고요.
그동안 썬더에서 뛰면서 정들었던 선수들을 놓고 이렇게 계산적이 되는 것이 씁쓸합니다만, 드래프트를 통해서 리빌딩한 썬더가 모든 선수를 다 데리고 갈 수 없다보니 어쩔 수 없네요. -_-;; 그래도 샬럿으로 보낸 화이트와 멀린스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는 케빈 듀란트. 듀란트는 이날 경기에서 자신의 위닝샷을 터뜨릴 것이라고 상상했을까요?
- 바로 그 장면입니다.!! 1.4초 남기고 듀란트의 손을 떠나기 직전의 슛!!
- 버저비터 성공 후, 썬더 홈코트는 열광의 도가니!!
- 클러치 자유투를 모두 실패하면서 역적될 뻔했던 이바카. ^^; 듀란트에게 밥 한번 사야겠죠.
- 듀란트에게 스크린을 걸어주고 있는 켄드릭 퍼킨스
- 라마 오덤은 댈러스에 합류한 이후에 정신 못차리고 있죠.
- 서르지 이작가의 투 핸드 슬램
- 덕 노비츠키를 수비하는 닉 칼리슨
-웨스트브룩의 이 슛은 블록슛 당했지만, 헤이우드의 손을 맞고 골인 되었죠. 상대 블록슛과 수비수의 손을 완벽하게 계산한 쓰리쿠션 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