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올스타 주간 행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슬램덩크 대회. 지난해에 워낙 졸전이 펼쳐졌기 때문에 이번 대회도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청했는데 참가한 선수들이 준비를 너무 잘해와서 간만에 재미있는 대회를 볼 수 있었다. 다만 다양한 아이디어와 퍼포먼스가 쏟아져나온 예선에 비해서, 결승은 블레이크 그리핀의 물량공세+홈코트의 이점으로 좀 싱겁게 끝난 감이 있어서 약간 아쉬웠지만 말이다.
과거 슬램덩크 컨테스트는 누가 더 높이 뛰는가? 누가 더 멀리에서 뛰는가? 그리고 공중에서 얼마나 멋진 덩크 기술을 펼쳐보이는가?로 승부가 났었다. 마이클 조던, 도미닉 윌킨스, 스퍼드 웹 등은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는 탄력과 유연함으로 슬램덩크 챔피언에 등극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단순히 운동능력 만으로 슬램덩크 챔피언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속된말로 이제는 개나소나 다 자유투 라인에서 덩크를 성공시킨다. 빈스 카터 같은 차원이 다른 탄력이 아니라면 운동능력만으로 슬램덩크 컨테스트에서 주목을 받기는 힘들어졌다.(물론 빈스 카터는 탄력 뿐만 아니라 창의성에서도 대단한 덩크슛을 보여줬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필요해졌다. 선수들은 백보드 뒷면, 옆면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림위에 촛볼을 끄면서 덩크를 성공시켰고, 규정보다 높은 골대에 덩크를 꽂아넣기도 했다. 이런 아이디어의 정점을 찍은 것은 드와잇 하워드의 슈퍼맨 덩크였다. 슈퍼맨 망토를 두른 드와잇 하워드는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아올라 덩크를 꽂아넣어 그해 챔피언에 올랐다. 하워드는 다음 해에 아예 공중전화 박스에서 슈퍼맨 복장을 갈아입으면서 슬램덩크 컨테스트에 퍼포먼스를 결합시키기도 했다. 상대였던 네이트 로빈슨은 슈퍼맨을 제압하는 클립토나이트 복장을 입고 등장해서 하워드와 멋진 대결을 펼쳤고 챔피언에 올랐다.
올해 슬램덩크 컨테스트에 참가한 선수들의 컨셉은 확실해 보였다. 퍼포먼스. 드와잇 하워드를 도발하는 크리스 웨버와 이어진 자베일 맥기의 골대 2개를 이용한 덩크와 맥기의 어머니가 등장해서 심사위원들에게 치맛바람 로비를 보여준 공 3개 덩크. 손발 오그라들기 연기를 보여준 이바카의 상황극 덩크, 케니 스미스의 끊임없는 입담과 이어진 성가대에 자동차까지 등장한 블레이크 그리핀의 블록버스터 덩크 등은 선수들이 이번 대회의 컨셉을 퍼포먼스로 잡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솔직히 난이도가 가장 높고 훌륭했던 덩크는 더마 드로잔이 두번째 시도해서 성공시킨 한손 앨리웁 리버스 덩크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퍼포먼스 부분이 약했던 드로잔은 결국 결승에 진출하는데 실패했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한동안은 계속될 것 같다. 선수들의 운동능력은 갈수록 상향 평준화되고, 신선한 아이디어들도 슬슬 바닥이 드러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빈스 카터 같은 불세출의 덩크 아티스트가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니 결국 해답은 팬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퍼포먼스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슬램덩크 컨테스트에서도 이제는 예능감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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