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유로리그는 손 놓고 있었다. NBA 리그 패스를 결재해 놓으니 NBA만 보게된다. 유료와 무료의 차이인듯. 주말에 시간을 좀 내서 유로리그 5라운드 경기를 찾아봤다. 고른 경기는 스페인의 유니카야(Unicaja)와 리투아니아의 리투보스 리타스(Lietuvos Rytas)의 경기.
리투보스 리타스는 경기 초반부터 속공과 얼리 오펜스를 들고 나왔고, 유니카야가 같이 속공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경기는 다득점 경기로 진행되었다. 2쿼터까지 유니카야가 10여점차로 앞서며 흐름을 잡아가나 했는데 3쿼터에 리투보스 리타스가 오펜스 리바운드를 장악하고 3점슛이 호조를 보이면서 4쿼터 한때 1점차까지 따라붙는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카를로스 히메네즈(Carlos Jimenez), 지리 윌치(Jiri Welsch)의 노련미를 앞세운 유니카야가 다시 흐름을 잡았고 오마 쿡(Omar Cook)이 경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활약을 보여줬다. 결국 경기는 91-84로 유니카야의 승리. 리투보스 리타스는 3쿼터까지 호조를 보였던 3점슛이 4쿼터에 침묵을 지켰고, 4쿼터 막판에 턴오버를 범하면서 아쉽게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유니카야는 5라운드 경기까지 승리를 거두면서 5승 무패의 기록을 이어가면서 B조 1위를 굳건하게 지켰다. 유니카야 입장에서는 주전 센터인 로버트 아치볼드(Robert Archibald)와 주전 스몰 포워드 지오지오스 프린테지스(Georgios Printezis)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거둔 승리라 더 값진 승리였다. 유니카야는 유로리그에서는 이렇게 잘나가는데 정작 ACB에서는 죽을 쑤고 있으니 이것도 참 미스테리다.
경기에서 인상깊었던 선수들을 좀 보면.
조엘 프리랜드 (Joel Freeland, 15득점 4리바운드) - 공격에서 나무랄데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마 쿡과 2:2 픽 앤 롤이나 픽 앤 슬립을 아주 능숙하게 구사했는데 픽을 서는 능력도 괜찮고 기동력도 좋아서 매우 위력적이었다. 포스트에서 훅슛으로 마무리하는 능력도 좋았고 기습적으로 던진 3점슛도 하나 성공시켰다. 다만 포스트 수비에서 좀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고, 의욕이 앞서 쓸데없는 파울을 많이 범했다. 경기내내 파울 트러블에 시달렸고 결국 4쿼터 중반에 파우루 아웃되었다. 이런 면은 같은 팀의 대표팀 선배 로버트 아치볼드에게 좀 배워야할듯하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는 이 선수를 언제쯤 데려오려나.
오거스토 리마(Augusto Lima, 10득점 4리바운드) - 오거스토 리마의 경기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경기의 뜻밖에 얻은 수확이다. 예전에 브라질 유망주를 정리했던 토오루님 포스팅에서 접했던 선수였는데 직접 플레이를 볼 수 있었다. 로버트 아치볼드가 부상으로 빠지고 조엘 프리랜드가 파울 트러블에 걸리면서 20분 가까이 뛰었다.
리마는 브라질 출신으로 88년생 206cm의 빅맨이다. 팔이 길고 고무공같은 탄력에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지녔는데, 아직은 원석이란 느낌이 강했다. 토오루님 포스팅에는 그야말로 완전 원석이란 평가가 있었는데, 이 경기에서 자유투를 던지는 모습을 보니 슛터치가 깔끔했고, 골밑에서 페이크 후에 마무리하는 침착한 모습도 보여줬다. 몸은 좀 키워야할듯, 약간 슬림하다.
오마 쿡(16득점 6어시스트) - 최근에 유럽클럽에도 미국출신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유럽농구의 특징들이 많이 옅어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유니카야는 패싱게임과 팀 플레이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식 스타일의 농구에 개인기가 좋은 미국 선수들의 특징을 잘 조합한 모습을 보여줬다. 오마 쿡은 팀 플레이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돌파와 삼점슛으로 유니카야 백코트에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카를로스 히메네즈(11득점 9리바운드), 지리 웰치(5득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 - 유니카야의 베테랑 콤보는 팀이 어려울때마다 제 역할을 해줬다. 카를로스 히메네즈는 팀내 궃은 일을 도맡아 했고, 지리 웰치는 오마 쿡이 빠졌을때 리딩을 맡아 팀을 이끌었다. 스페인 국가대표팀에 필요한 것이 딱 카를로스 히메네즈 타입의 선수인데 말이지.
뽑아놓고 보니 모두 유니카야 선수들이다. 리투보스 리타스 선수들이 좀 섭섭하겠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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