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 유로리그 개막이다.
유로리그는 항상 챙겨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이게 참 쉽지가 않다. 다른 리그들 챙기다보면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고, 그래도 유럽 농구는 유럽 농구만의 맛이 있단 말이지.
유로리그 개막에 앞서서 스페인의 슈퍼컵, 러시아의 알렉산더 고멜스키 컵, ACB 리그 초반 라운드 경기들을 토랜트를 통해서 볼 수 있었다. 주로 유로리그에 출전하는 팀들(그것도 강팀들)을 중심으로 몇 경기를 봤는데 어설프게나마 유로리그 판도를 예측해볼만한 경기들이었다. 컵 대회와 유럽 리그 경기들을 통해서 둘러본 몇몇 클럽들에 대해서 몇자 주절거려본다
CSKA Moscow(러시아, 지난 시즌 유로리그 준우승)
- 라무나스 시스카우스카스
가드진에서는 선발 백코트 콤보인 J.R 홀덴(J. R. Holden)과 트라잔 랭던(Trajan Langdon)이 슬슬 노쇄화 기미가 보였다. 니코스 지시스도 팀을 떠났고. 하지만 홀덴과 랭던은 여전히 제몫은 해주는 선수들이었고, 조란 플라니니치(Zoran Planinic) 가 여전히 건재하고, 안톤 폰크라쇼프(Anton Ponkrashov)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게임 리딩이 뛰어난 포인트 포워드 라무나스 시스카우스카스(Ramunas Siskauskas)도 건재하고 말이다. 지난 시즌에 견줘 약간 뎁스가 떨어져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유럽에선 손꼽히는 가드진이라 할 수 있겠다.
다재다능한 라무나스 시스카우스카스가 건재한 포워드진도 여전해 보였다. 마티자스 스무디스(Matjaz Smodis)가 부상으로 결장이 예상되고 비록 컵 대회에서는 뛰지 않았지만 공격과 수비를 겸비한 빅터 크리아파(Viktor Khryapa)도 여전하고, 새로 합류한 니키타 크루바노프(Nikita Kurbanov)도 벤치에서 출격해 충분히 활약을 해줬다.
문제는 센터진인데, 지난 시즌에 CSKA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주던 이라즘 로벡과 터렌스 모리스가 모두 팀을 떠나면서 골밑이 휑해졌다. 이반 라데노비치(Ivan Radenovic)와 214cm의 드미트리 소콜로프(Dmitriy Sokolov)를 보강하긴 했지만, 두 선수 모두 아직은 손발이 안맞는 모습이었다. CSKA의 골밑 약화는 고멜스키컵 결승에서 맞붙은 파나시나이코스와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CSKA는 결승에서 파나시나이코스의 니콜라 페코비치와 코스타스 차르차리스에서 골밑을 탈탈 털리면서 결국 우승컵을 파나시나이코스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이번 시즌 주전센터로 낙점된 듯 보이는 드미트리 소콜로프는 수비에서 너무 쉽게 파울트러블에 걸려서 팀에 아무런 보템이 되지 못했다.
새로운 센터진이 팀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CSKA의 유로리그 트로피 탈환의 가장 큰 이슈가 될 듯하다.
PanaThinaikos(그리스, 지난 시즌 유로리그 우승)
비록 한 경기를 통해서였지만 지난 시증 유로리그 우승팀 파나시나이코스의 전력은 여전했다. 사루나스 야시케비셔스(Sarunas Jasikevicius
)가 뛰지 않았지만, 드미트리스 디아멘티디스(Dimitris Diamantidis), 바실리스 스페뇰리스(Vassilis Spanoulis)가 버티는 가드진은 공격과 수비에서 여전히 유럽 최고의 실력을 보여줬다. 슈팅가드 드류 니콜라스(Drew Nicholas)도 몸이 가벼워 보였다. 슈팅에서 부족함을 보여준 닉 칼라테스(Nick Calathes)까지 발전을 보여준다면 파나시나이코스 가드진은 여전히 유럽 최강중 하나이다.
그리스 국가대표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안토니스 포시스(Antonis Fotsis)와, 코스타스 차르차리스(Kostas Tsartsaris)와 영건 스트레터스 페퍼로구(Stratos Perperoglou)로 이뤄진 포워드진, 니콜라 페코비치(Nikola Pekovic)가 버티고 있는 센터진도 여전히 강력했다. 특히 파나시나이코스의 프론트 코트는 마이크 바티스트(Mike Batiste)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CSKA의 골밑을 그냥 발라버렸다. 이번 유로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을만한다.
하나 아쉬운 것은 이번 시즌 새로 파나시나이코스에 합류한 밀렌코 테피치(Milenko Tepic)가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테피치는 자신의 포지션인 가드가 아니라 스몰 포워드로 경기를 뛰었다. 포지션 적응이 덜 되어서인지 경기내내 겉도는 모습이었다.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가는 파나시나이코스의 팀플레이에서 테피치만 혼자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어서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겉돌다가 망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Regal FC Barcelona(스페인, 지난 시즌 유로리그 4강)
- 이제는 바르셀로나의 리키 루비오
바르셀로나는 전 포지션에 걸쳐서 전력보강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Juan Carlos Navarro)와 원,투 펀치를 형성하면서 맹활약했던 에르산 일야소바가 NBA로 떠났지만 그 공백을 메우고 남을 정도로 전력보강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유로리그 MVP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 슬로베니아 국가대표팀 에이스 가드 야카 라코비치(Jaka Lakovic), 지난 시즌에 좋은 성장세를 보였던 빅토르 사다(Victor Sada)의 가드진에 스페인의 신성 리키 루비오(Ricky Rubio)가 합류했다. 지난 유로바스켓에서 슛욕심이 많아진 것처럼 보였던 루비오는 다시 정통 포인트 가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탈리아 출신의 노장 지안루카 바실리(Gianluca Basile)도 주어진 시간만큼은 제 몫을 해주는 것으로 보인다.이정도면 바르셀로나 가드진도 양과 질에서 유로리그 최상급이다. 경기를 보니 야카 라코비치가 살짝 잉여분위기가 날 정도.
일야소바가 빠져나간 자리는 지난 시즌 타우 세레미카에서 뛰었던 "핏마교주" 피트 마이클(Pete Mickeal)로 메웠다. 교주님은 유로리그에서도 여전히 맹활약 중.
빅맨은 지난 시즌 CSKA의 골밑을 책임졌던 이라즘 로르벡(Erazem Lorbek), 터렌스 모리스(Terence Morris) 콤보를 그대로 데려왔고, 7푸터 보니페이스 은동(Boniface NDong)도 영입하면서 높이를 보강했다. 주목할 것은 이라즘 로르벡. 이라즘 로르벡은 유로바스켓 2009에서 슬로베니아의 4강행을 이끈 에이스. 더욱 터프해진 모습으로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맹활약중이다. 이미 로르벡은 바르셀로나 빅맨 로테이션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로르벡과 나바로의 내외곽 원투펀치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덕분에 기존에 팀에 있던 낚시꾼 프란 바스케스(Fran Vazquez)가 잉여가 되는 분위기.
바르셀로나는 팀의 코어는 지키면서 새로운 전력을 더 탄탄하게 구성한 분위기다. 아마도 파나시나이코스와 우승을 다툴 강력한 팀이 아닐까? CSKA는 살짝 물러날 것으로 보이고.
Caja Laboral(스페인, 지난 시즌 유로리그 8강)
처음에 팀 이름보고 왠 듣보잡 팀이 유로리그에 올라왔나 싶었는데, 알고 봤더니 지난 시즌까지 타우 세레미카(Tau Ceramica)다. 스폰서가 바뀌면서 팀 이름까지 바뀐듯. 카자 라보랄은 팀 이름을 바꾸면서 로스터도 화끈하게 갈아 엎었다.
일단 지난 시즌까지 선발 백코트를 이뤘던 파블로 프리지오니와 이고르 라코세비치가 모두 팀을 떠났고, 주전 스몰포워드 피트 마이클도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주전과 벤치를 오가며 골밑을 지켰던 윌 맥도널드도 없고. 베테랑 슈터 세르지 비달도 떠나고. 지난 시즌 베스트 5 중에 남은 것은 미르자 텔레토비치(Mirza Teletovic)와 티아고 스플리터(Tiago Splitter) 뿐.
야심차게 영입한 월터 헤르만(Walter Herrmann)은 무릎부상으로 2달간 아웃. 지난 시즌 유벤투트에서 뛰었던 유망주 파우 리바스(Pau Ribas)가 포인트 가드를 맡고 있는데, 베테랑 프리지오니가 보여줬던 노련한 경기 운영에는 크게 못미치는 모습. 이스라엘 국가대표팀 에이스로 성장한 리요르 일리야후(Lior Eliyahu)도 영입을 했는데, 컵 대회에서는 뛰질 않았다. ACB 박스 스코어를 보면 아직은 적응기인 것 같고. 이래저래 아직 팀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티아고 스플리터의 파워나 피딩능력이 꽤 발전한 것은 긍정적인 면으로 보인다.
Real Madrid(스페인, 지난 시즌 유로리그 8강)
레알 마드리드는 팍삭 늙어버렸다. 오프시즌 동안, 호르헤 가르바호사(Jorge Garbajosa), 파블로 프리지오니(Pablo Prigioni), 트레비스 한센(Travis Hansen), 다루스 라브리노비치(Darjus Lavrinovic), 리만타스 카우케나스(Rimantas Kaukenas) 등 70년대생 베테랑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유망주 트리오 세르지오 룰(Sergio Llull), 블라디미르 다시치(Vladimir Dasic), 노비카 벨리코비치(Novica Velickovic) 보는 맛으로 경기 봐야할 듯.
그외에 Unicaja 나 Zalgiris, Lietuvos Rytas 등 몇 경기 더 보긴 했는데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나머지 팀들은 유로리그 개막후에 경기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