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중국과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나라 여자 농구 대표팀은 75-72 3점차로 패했다.
임달식 감독은 어떤 생각으로 이 경기에 임한걸까? 전력을 다해서 중국을 꺾고 조 1위를 차지하려고 했을까? 아니면 결선라운드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탐색전 형식으로 경기에 임했을까?
조 1위를 하면 일본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상대인 대만을 상대로 준결승을 치루고 있다. 그리고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중국을 상대로 기선 제압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임달식 감독은 끝까지 하은주를 투입하지 않았다.
어제 한국은 중국의 높이에 고생했다. 리바운드에서 33-16으로 털렸고, 장신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수비하다보니 한국 선수들은 쉽게 파울 트러블에 빠졌다. 3쿼터 한때 잡았던 리드를 까먹은 것도 일찌감치 걸린 파울 트러블로 인한 자유투 헌납이었다. 하은주는 이런 높이에서의 열세를 만회할 카드였지만 끝까지 꺼내들지 않았다. 따라서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해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이날 한국은 주전 위주의 7인 로스터를 돌렸다. 변연하, 김계령, 박정은, 김정은 등은 30분 이상 뛰었고, 정선민은 29분을 뛰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경기였다면 주전 선수들을 이렇게 돌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임달식 감독은 4쿼터까지 주전 선수들을 고집했고, 후반전엔 체력저하가 눈에 띄었다. 특히 4쿼터에는 변연하의 1대1에만 의존할 정도로 팀플레이가 무너졌었다. 세대교체를 뒤로 미룬 한국팀의 주축 선수들은 김정은 제외하면 모두 노장들이다. 버리는 경기였다면 선수들의 체력안배를 해주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4쿼터에 지역방어도 그렇다. 물론 한국의 지역방어는 위력적이었고, 중국은 전혀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말하자면 히든 카드였던 셈인데, 이걸 굳이 4쿼터 막판에 꺼내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버리는 경기였다면 하은주를 아낀 것처럼 결승전까지 아끼는 편이 좋았을텐데, 중국이 바보도 아니고 결승전에는 대비를 하고 나올 것이다. 지역방어 뒤에 또 다른 히든카드가 있는 것일까?
정리하자면 한국 대표팀은 하은주를 빼고, 지역방어도 숨기고, 이전 경기처럼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하면서 경기를 했어야했다. 그게 아니라면 하은주도 투입하고 지역방어도 경기 초반부터 사용하면서 전력을 다했어야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어중간한 방법을 택해서 경기는 패하고 선수들은 지쳤으며, 히든카드(인 듯한) 지역방어는 노출되었다. 어제 중국전은 패배보다도 이런 대표팀 코칭스텝들의 이런 애매모호한 경기 접근 방식에 더 아쉬웠다.
물론 매경기에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좀 더 큰 목표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계산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제 다 지난 일. 오늘 있을 일본전을 잘 치루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