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MVP 급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가 승부처에서 에이스 본능을 번뜩이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 모습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오늘 뉴저지 네츠와의 경기도 그런 르브론 제임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동부 1위를 달리고 있는 클리블랜드 케버리어스와 플레이오프 막차를 타기위해서 힘겨운 일정을 소화중인 뉴저지 네츠와의 경기는 객관적인 전력상 케버리어스의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경기는 그다지 큰 점수차가 벌어지지 않고 내내 접전이었다. 중간중간 트렌지션 디펜스에 문제가 있었지만 네츠는 경기내내 괜찮은 수비를 보여줬고, 빈스 카터, 자비스 헤이즈, 바비 시몬스등의 외곽슛이 호조를 보였다. 자비스 헤이즈와 빈스 카터가 번갈아가면서 르브론의 수비를 잘 해줬고, 골밑에서는 브룩 로페즈가 헬프수비를 적절하게 들어왔다. 네츠의 수비는 르브론의 득점은 일단 22점으로 묶었다.
네츠가 경기의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던 기회는 크게 두 번 정도였다. 그리고 이 순간이 르브론 제임스가 가장 빛난 순간이기도 했다.
첫번째. 3쿼터 7분여를 남기고 네츠는 50-47 3점차로 따라붙었다. 네츠의 수비가 올라오던 순간이었다. 이 상황에서 일거스카스가 이첸리엔의 덩크슛을 블록샷 했고, 르브론 제임스는 이 기회를 3점슛으로 연결시켰다. 그리고 이어진 경기에서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탱크돌파를 통해 득점 앤드 원. 르브론 제임스의 활약으로 추격권을 벗어난 캐버리어스는 다음 수비에서도 카터에 대한 더블팀 수비를 성공시켰고 바레장의 속공 덩크로 이어졌다.
두번째 장면. 4쿼터 3분여를 남기고 네츠는 빈스 카터, 키언 둘링의 활약으로 82-81 첫 역전을 만들어냈다. 한 번의 수비가 성공한다면 네츠가 흐름을 탈 수 있는 상황이었고, 네츠는 당연히 르브론 제임스에게 더블팀을 붙었다. 바로 이어지는 제임스의 A패스. 제임스는 네츠의 더블팀을 간단하게 깨면서 딜론테 웨스트의 3점슛을 어시스트 했다. 다시 재역전. 이어지는 공격에서도 제임스는 하이 포스트에서 바레장의 베이스라인 컷을 놓치지 않고 어시스트를 뿌려줬다. 네츠의 타임 아웃.
르브론 제임스의 두번의 패스로 더블팀이 깨지자 네츠는 더블팀을 붙지 못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제임스의 돌파. 파울을 당해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제임스는 클리블랜드 홈팬들에게 MVP 콜을 받으면서 자유투 두개를 모두 성공시켰다. 그리고 다음 공격에서는 돌파를 의식한 자비스 헤이스를 완벽하게 떨궈내고 풀업 점퍼 성공. 그리고 마무리로 모 윌리엄스의 3점슛 어시스트까지. 르브론 제임스는 승부처에서 클리블랜드의 12-2 런을 이끌어내면서 사실상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22득점. 그동안 경기에 비해서는 부진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득점이지만, 르브론 제임스에게는 그다지 큰 의미는 없어 보였다. 이미 경기를 지배하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에. 데뷔이후에 제임스는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항상 놀라운 경기들을 만들어냈지만, 올시즌은 더욱 대단한 것 같다. 클리블랜드의 공수에서의 짜임새도 올해는 더욱 더 탄탄해졌고. 이번 시즌 르브론 제임스는 진지하게 대권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포스팅 마무리는 네츠의 키언 둘링 이야기로.
개인적으로 키언 둘링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다. 클리퍼스 시절 자신의 넘치는 운동능력을 주체하지 못해 엉성한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이 너무 강하게 각인되어 있어서다. 플레이 타입도 포인트 가드 사이즈에 슈팅가드 마인드로 가득찬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경기도중 레이 앨런에게 스피어를 먹인 적도 있어서 시애틀 팬으로서는 이리저리 미운털이 많이 박혀있었는데. 얼마전 바른손님 블로그에서 키언 둘링이 수비가 좋은 백업 포인트 가드로 성장했다는 포스팅을 보고 조금 놀랐다. 설마 그 엉성하고 난사쟁이였던 볼호그가..
그런데 오늘 부상당한 데빈 헤리스 대신에 선발 출전한 키언 둘링의 플레이를 실제 보니 수비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면에서 A급 백업 포인트 가드로 성장해있었다. 좋은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돌파와 그후에 이어지는 상황판단이 많이 세련되어졌다. 오픈 찬스를 잡은 동료들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고, 패스도 안정되어 보였다. 이날 네츠가 캐버리어스와 접전을 이끌고 간 것은 폭죽같이 터진 외곽슛 덕분이었는데, 3점슛 대부분은 키언 둘링의 돌파 후 킥아웃 패스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날 둘링이 기록한 어시스트는 모두 10개, 그리고 턴오버 0. 안정적인 슈팅이 부족하지만 이정도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란 생각이 든다.예전 같았으면 돌파이후에 꼴아박기 급급했을텐데 말이다.
자연스럽게 러셀 웨스트브룩 생각이 난다. 지금 웨스트브룩도 데뷔시즌 키언 둘링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성장하지 않을 것 같았던 키언 둘링도 변하고 발전했다. 그보다 더 많은 잠재력을 가진 웨스트브룩이 좋은 포인트 가드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분명히 더 크다고 본다. 그래.. 키언 둘링도 변했다. 키언 둘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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