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좋아서 겨우내 베란다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자전거를 꺼냈다. 겨울이라 춥기도 했고, 갑상선 이상때문에 심한 운동은 자제해야했기 때문에 자전거를 비롯해서 이번 겨울은 운동을 거의 안하고 그냥 지냈다. 몸이 여기저기 않좋은 것도 실은 운동부족때문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고 말이다.
그래서 색시와 오늘은 호수공원에 가기로 했다.
오랫만에 자전거를 꺼내고 자전거 포에 가서 이런저런 점검을 좀 한뒤에 색시와 함께 호수공원으로 향했다. 거의 4개월만에 가는 길이었는데, 간만에 가는 길이라 헷갈리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특히 섬말다리에서 호수공원까지 이어진 시골길은 예전에는 가볍게 달렸었는데 오늘은 무슨 마라톤도 아니고 너무너무 힘들어서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결국 호수공원 도착과 동시에 퍼짐. 근처 웨스턴 돔에서 점심을 먹고나서야 정신이 좀 돌아왔다.
호수공원 벤치에 앉아 있으니 햇볕이 너무너무 따뜻했다. 공원의 나무들은 아직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고 있었지만 완연한 봄볕이었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을 깨우기 위해서인지, 호수공원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활기차게 조깅을 하고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색시랑 한참을 앉아서 햇볕 쪼이며 광합성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다왔다.
간만에 운동이라 꽤 힘들었다. 자전거 탄 시간만 가는데 한시간, 오는데 한시간 정도. 예전엔 이정도 거리, 이정도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규칙적인 운동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그래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나니 기분도 몸도 풀어지는 느낌이다. 운동한 후의 상쾌함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지.
그동안 잠을 못자서 고생중이었는데, 오늘은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