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리그 1라운드 경기들 중에 찾아 본 경기들에 대한 감상과 1라운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적어본다. 


Group A : Zalgiris vs Asvel Basket (71 : 52 Zalgiris 승)

- Martynas Pocius

잘기리스는 이번 시즌에 지노짱님이 추천해주신 팀이어서 찾아봤다. 

경기는 일방적인 잘기리스의 승리였다.

예전에 룸메이트님도 말씀을 하셨는데 프랑스 리그 팀들은 개인플레이 성향이 좀 강하다. Asvel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포인트 가드로 나온 바비 딕슨(Bobby Dixon)이 너무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통에 영 매끄럽지가 않았다. 골밑에서 홀로 분전한 커티스 보르차트(Curtis Borchardt)가 불쌍해보일정도.

잘기리스에서 가장 먼저 눈이 간 것은 마르티나스 포셔스(Martynas Pocius) 만타스 칼니티스(Mantas Kalnietis) 마커스 브라운(Marcus Brown)으로 이뤄진 가드진이었다. 

마커스 브라운은 유로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터줏대감. 비교적 경험이 부족한 잘기리스을 잘 보완해주는 모습이었다. 칼니티스를 대신해서 리딩을 보기도 하고 팀이 필요로할때 득점을 해주기도 하고, 명실상부한 잘기리스의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만타스 칼니티스는 개인적으로 처음 접했던 유럽의 유망주군(리키 루비오, 루디 페르난데스, 니콜라스 바텀, 유로스 트립코비치, 마르코 벨리넬리 등등)에 속해있던 선수였다. 한때는 "제 2의 사루나스 야시케비셔스"가 될꺼란 이야기도 있었는데 부상이나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유망주들에 비해서 발전이 더뎠고 지금은 격차가 꽤 벌어진 상태다. 지난 유로바스켓에서도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이 아니었고, 이 경기에서도 슈팅가드에 가까운 콤보가드로 변해버린 모습이었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은 2쿼터에 잠깐 나온 89년생 지기만타스 야나비셔스(Zygimantas Janavicius)가 더 나아보였다.

마르티나스 포셔스는 지노짱님이 강추하신 선수. 슈팅과 돌파가 균형을 이룬 선수였다. 기본적으로 운동능력도 좋고 활동범위도 넓어서 부지런하게 코트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녔다. 볼 없이 움직이면서 패스를 받아 던지는 슈팅이 매우 정확했는데 슈팅매커니즘이 아주 기계적일만큼 일정하고 안정적이었다.자유투도 안정적이었고. 볼을 들고 하는 공격은 운동능력을 이용한 돌파가 인상적이었는데 돌파후에 마무리하는 능력은 좀 아쉬웠다. 리투아니아 국가대표팀의 차세대 백코트 에이스로 인정받고 있다는데 앞으로 계속 주목해봐야겠다. 아울러 잘기리스도 말이다.



Group C : Maroussi BC vs CSKA Moscow (66-65 CSKA 승)

이 경기는 거칠게 이야기하자만 유로리그 듣보잡팀과 유로리그 본좌팀의 경기라고 할 수 있겠다. Maroussi BC가 지난 시즌 그리스 리그 3위팀이고, 예선을 뚫고 유로리그에 합류하면서 경쟁력을 증명한 팀이지만 이 팀은 유로리그에 처음 진출한 팀이다. 하지만 CSKA Moscow는 최근 4시즌 연속으로 유로리그 결승에 올라 우승 두 번, 준우승 두 번을 차지한 것을 비롯하여 2002~2003 시즌부터 단 한번도 빠짐없이 파이널 4에 진출한 그야말로 전통의 강팀. 비록 Maroussi의 홈경기이긴 했지만 경기는 쉽게 CSKA가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뭐.

CSKA는 종료 1.4초전까지 65-63으로 2점차 뒤지면서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다. 강력한 우승후보 CSKA가 개막전에서 유로리그에 갓올라온 루키팀에서 침몰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CSKA의 빅터 크리야파(Viktor Khryapa)가 경기 종료와 동시에 역전 삼점슛을 성공시키면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개막전 망신을 면했다.


<CSKA Moscow 의 빅터 크리야파 위닝샷>




경기를 이기기는 했지만 CSKA의 경기력은 이게 과연 내가 알던 CSKA가 맞나 싶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선수들은 1대1 공격만 고집하면서 터프샷만 던져대고, 흐름을 가져오지 못하자 조급해져 어이없는 턴오버로 속공을 연달아 허용했다. 박스 아웃은 또 왜이리 안하는지 공격리바운드 계속 헌납하며 자멸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시즌까지 골밑을 지켰던 이라즘 로르벡이나 터렌스 모리스의 공백도 좀 커보였는데, 골밑 공략이 전혀 안되다보니 볼이 외곽에서만 겉돌면서 가드진쪽에 과부하가 걸리는 모습이었다. 그와중에 팀을 조율해야할 J.R 홀덴(J. R. Holden)은 아이버슨 놀이하기에 바빠서 열심히 슛만 던져댔고, 팀을 추스려야할 라무나스 시스카우스카스(Ramunas Siskauskas)나 조란 플라니니치(Zoran Planinic)도 이상하리만큼 무기력했다.

반면에 Maroussi BC는 타이트한 맨투맨을 바탕으로 골밑을 단단하게 지키는 수비로 CSKA의 공격을 저지했다. CSKA가 실책을 하면 속공을 달리고, 그 이외에는 2:2 픽앤롤 플레이를 기반으로한 패스게임으로 확실한 오픈찬스를 만드는 공격을 보여줬다. 고비때마다 나왔던 자유투 실패와 마지막 3점슛 수비 실패만 아니었다면 대어를 잡을 수 있었는데, Maroussi BC로서는 아쉽게 되었다.

그리고 Maroussi BC에는 아는 선수가 딱 두명있었는데 한명은 NCAA 피츠버그 대학에서 애런 그레이와 함께 뛰었던 레본 켄달(Levon Kendall)이었고, 다른 한명은 KBL에서 뛰다가 퇴출당한 자레드 호먼(Jared Homan)이었다. 호먼은 지난 시즌 Cibona에서 뛰는 모습도 봤었는데 아무리 냉정히 봐도 평균 이상은 해주는 선수다. 유로리그에 주전으로 출전하기에 손색이 없는 선수인데, KBL에서는 도대체 어떤 모습을 보여줬길래, "바보 용병","식물 용병" 소리를 들었는지 호먼이 KBL에서 뛰는 모습을 못본 나로서는 참 미스테리다.




유로리그 5라운드의 CSKA 모스크바와 파르티잔의 경기는 베테랑 팀의 노련미와 젊은 팀의 패기가 맞붙은 경기였다. 경기는 시종일관 접전이었는데 CSKA 모스크바가 앞서나가면 파르티잔이 따라붙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CSKA 모스크바는 참 노련했다. 파르티잔이 거세게 밀어부치는데도 좀처럼 동점 내지는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팀이 꼭 필요한 순간에 조란 플라니니치, 이라즘 로벡, 라무나스 시스카우스 같은 선수들이 꼬박 꼬박 득점을 해주면서 파르티잔의 추격을 뿌리쳤다.

하지만 밀렌코 테피치를 중심으로 추격을 계속하던 파르티잔은 3쿼터 막판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기어코 동점을 만들어냈다.3쿼터 종료 1분 30초를 남기고 48-41 로 뒤진 상황에서 파르티잔은 유로스 트립코비치의 3점 플레이, 알렉산더 라시치의 3점 플레이.스트라히나 밀로세비치의 오팬스 리바운드의 풋백으로 순식간에 점수를 좁혀나갔고, 3쿼터 종료 1초전 유로스 트립코비치가 버저비터 3점슛을 성공시키면서 52-52 동점을 만들어냈다. 한 번 흐름을 탄 젊은 파르티잔의 기세가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CSKA 모스크바는 4쿼터 시작과 동시에 마티자스 스무디스, 이라즘 로벡, 트라잔 랭던, 니코스 지지스 등이 연속 득점을 이어가면서 다시 경기를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한때 6점차까지 뒤쳐졌던 파르티잔은 지역방어로 4분동안 CSKA의 득점을 봉쇄하면서 밀렌코 테피치와 벨리코비치의 활약을 앞세워 62-62 동점까지 만들어냈다.

이라즘 로벡이 자유투를 1구만 성공시키면서 1점차로 뒤진 파르티잔이 마지막 공격권 가졌다. 단 한 골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파르티잔은 마지막 공격에서 무려 5번의 슛을 시도하고도 결국 득점에 실패하면서 63-62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마지막 공격에서 조금만 더 침착했으면 거함 CSKA 모스크바를 잡는 것이었는데 노련미가 약간 아쉬웠다.

CSKA 모스크바는 파르티잔 원정경기에 승리를 거두면 5연승으로 유로리그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조란 플라니니치, 이라즘 로벡, 라무나스 시스카우스카스, 니코스 지시스등 주축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줬고, 부상에서 회복하여 유로리그에 첫 출전한 CSKA의 주장 마티자스 스무디스도 9득점으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뤘다.

반면 파르티잔은 홈에서 패하면서 2승 3패를 기록 조 3위로 떨여졌다. 밀렌코 테피치(14득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유로스 트립코비치(8득점 2리바운드) 노비카 벨로코비치(10득점)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마지막 순간을 넘기지 못했다.



토오루님이 알려주신 토랜트 사이트를 통해서 유로리그 결승을 다운받아 볼 수 있었다. 주말에 시골에 갔다오고 바로 다음날 상가집에서 밤을 세다싶이하여 생활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려서 볼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나기도 했고.



결승은 그리스의 파나시나이코스와 러시아의 시스카 모스크바의 대결이었다. 유럽 최고의 팀간의 경기이니만큼 재미있는 경기를 예상했다. 특히 유로리그 정규시즌에서 봤었던 파나시나이코스의 경기는 아기자기하고 패스가 잘돌면서 오픈찬스를 찾는 스타일이어서 결승전에서도 그런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양팀의 결승전은 엄청나게 치열했고 피지컬했다. 양팀은 60개의 파울을 합작했고 80개 가까운 자유투를 던졌다.(시스카 36개, 파나시나이코스 45개) 테크니컬 파울과 플레그런트 파울도 난무했고 선수들끼리 험악한 장면도 많이 연출되었다. 따라서 경기가 자주 끊겼는데 결국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않은 파나시나이코스가 93-91로 승리를 거뒀다.


양팀의 뛰어난 포인트 가드 대결이 눈길을 끌었는데. 바로 시스카의 테오 파파로카스와 파나시나의 디아멘티디스의 대결이었다. 이 대결은 유로리그 파이널 MVP와 유로리그 정규시즌 MVP의 대결이기도 했다.


디아멘티디스는 뛰어난 수비력으로 파나시나가 초반 리드를 잡고 경기막판 시스카의 추격을 뿌리치는데 공헌을 했다. 큰 키와 긴 팔을 지는 좋은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코트를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적극적으로 스틸을 유도했고 공격시에는 역시 좋은 신장을 이용 포스트업을 통해 공격을 풀어갔다. 특히 3쿼터에 시스카의 반격에 동점이 되었을때 다시 리드를 잡는 3점슛과 다음 수비에서 스틸에이은 속공을 주도하여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모습은 역시 유럽 최고의 에이스 다운 모습이었다. 파이널에서는 15득점(2점슛 2/2, 3점슛 2/2, 자유투 5/6) 3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 기록.


디아멘티디스가 뛰어난 수비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갔다면 파파로카스는 저돌적인 돌파로 팀을 이끌었다. 스크린을 이용하는 능력과 지노빌리를 연상시키는 스텝을 이용하여 위력적인 돌파를 많이 보여줬고 큰 신장을 바탕으로 포스트업 이후 피벗에 의한 돌파도 탁월한 모습이었다. 월드챔피언십에서 보여줬던 빅맨과의 환상적인 2대2 플레이는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유로리그 MVP다운 모습을 충분히 보여줬다. 특히 10점차까지 뒤져있던 3쿼터에 연속적인 돌파에 의한 득점과 트라잔 랭던의 3점슛을 어시스트 하면서 경기를 뒤집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냈다. 파파로카스는 23득점(2점슛 9/10, 자유투 5/6) 8어시스트 기록.


이런 포인트 가드를 둘이나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팀이 유로바스켓에서 우승하고 지난 월드챔피언십 준결승에서 미국을 꺾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앞으로 다가올 유로바스켓에서 그리스 팀의 선전이 예상되는 이유도 바로 이 두선수의 존재때문이 아닐까?


앞으로 NBA에 진출할 유망주들을 살펴보기위해서 보기시작한 유로리그. NBA, KBL과는 또 다르게 농구보는 시야를 조금은 넓힌 것 같아서 나름 뿌듯하다. 다음 유로리그에서는 니콜라스 바텀과 리키 루비오의 맹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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